[MBN스타 여수정 기자] 조두순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소원’(감독 이준익·제작 (주)필름모멘텀)이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베일을 벗었다.
아동 성범죄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만큼 ‘소원’은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아왔다. 영화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냐, 잊혀져가는 사건을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느냐 등의 우려를 샀다.
그러나 ‘소원’은 이를 단번에 날려버리며 잊히고 있는 사건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게 아니라 단지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같은 소재의 영화들이 범죄자를 향한 증오와 분노, 복수를 스크린에 담아냈다면 ‘소원’은 직접적인 장면을 드러내지 않아 불편하고 찜찜한 감정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아빠 동훈(설경구 분)과 엄마 미희(엄지원 분)와 오순도순 살고 있는 딸 소원이는 비가 내리는 날 술에 취한 낯선 이를 만나게 된다. 늘 영화에서 비는 안좋은 결과를 암시하듯, 소원이에게 돌이키고 싶지않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졸지에 평범한 일상을 잃은 가족은 눈물이 흐르고 포기하고 싶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일상 되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과정이 너무도 진실하게 표현돼있어 순수한 감동을 안긴다.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빠와 엄마를 오히려 걱정하는 소원이의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하며 도무지 손에서 휴지를 내려놓을 수 없게 한다. 조금 과장을 더하자면 소원이에게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후부터 관객들의 눈물샘이 마르지 않을 것이다. 딸을 위해 슬픔을 태연하게 넘기는 아빠 설경구와 엄마 엄지원의 감정조절 연기는 자식 앞에서 강한 모습만 보이고 싶은 이시대의 모든 부모님들을 대변하며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매정할 정도로 눈물채찍을 날린 ‘소원’은 감동이라는 가장 따뜻한 당근을 건네며 관객들의 마음을 다스린다. 딸이 좋아하는 캐릭터 코코몽을 통해 아빠는 굳게 닫힌 딸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그런 아빠의 무한정성을 아는지 딸 역시 서서히 미소를 보이며 소통하려 한다.
이준익 감독은 “아동 성폭행은 너무 아파서 들여다보기조차 힘든 소재이다. 때문에 가짜가 아닌 진짜 같은 마음, 감정으로 임하려고 노력했다. 불행과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시작되는 휴먼 드라마를 선보일 것이다”라고 영화 안에 담긴 진심이 대중들에게 전해지길 희망했다.
이 감독의 말처럼 설경구, 엄지원, 라미란, 김상호, 김해숙, 아역 이레, 김도엽 등 출연배우는 물론 감독, 제작진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호흡을 맞춰 영화의 완성도와 감동의 질을 높였다. 촬영이 끝났음에도 쉽사리 가라앉지 못하는 감정 때문에 배우들은 눈이 퉁퉁 부은 채 조용히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남다른 연기내공을 지닌 성인연기자들의 열연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지만, 아역 이레와 김도엽의 연기 역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주인공 소원 역을 맡은 이레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감정연기, 보는 이들을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연기로 천재아역배우의 자리를 예약했다.
‘소원’이 10월 2일 관객들에게 가장 따뜻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사진=소원 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