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청사뿐 아니라 건축에 대해 말해주는 속 깊은 이야기
[MBN스타 여수정 기자] 대한민국 서울시 신청사가 광복 이후 지어진 현대건축물 가운데 최악의 건축물로 선정됐다. 서울의 심장으로 불리는 신청사가 대중들의 외면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이에 건축가 유걸은 최악의 건축물로 선정된 신청사를 새로우면서도 모두가 우러러볼만한 건축물로 재탄생시킬 방법을 모색했다. 시청 앞 광장이 시민들에게 오픈돼 있는 공공공간인 것처럼 시청도 역시 그렇게 만들고 싶다던 유걸의 바람대로 그의 콘셉트 디자인이 1위에 당선됐다.
그러나 정작 당선자이자 건축가인 유걸은 설계와 시공과정에서 제외된 채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아이디어만 냈을 뿐 의견을 더할 수 없는 상황은 그에게 고통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서울시는 준공을 앞둔 신청사의 디자인 감리를 요청했고 신청사에 남다른 애정이 있던 유걸은 단번에 승낙하며 신청사를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신청사를 향한 모든 이들의 바람과 애정이 녹아든 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 홀’(이하 ‘시티 홀’, 감독 정재은·제작 영화사 못)은 공공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건축가의 의도가 어떻게 건축물로 구현되고 있는가를 지켜보고자하는 의도로 기획됐다. 때문에 지난 7년간의 서울시 신청사 건립을 둘러싼 속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건축다큐멘터리다.
건축은 대중들에게 너무도 낯설다. 골조, 기공식, 매싱, 폼, 비계, 턴키, 앙각, 커튼윌 등 다양한 건축 용어는 듣는 순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처럼 어렵고 생소한 건축이 영화라는 매체를 만나 낯설지만 알고보면 쉬운 건축다큐멘터리로 재탄생됐다. 정재은 감독과 유걸 건축가 등 다수의 인물들의 건축에 대한 애정과 강조하는 설계디자인의 가치가 ‘시티 홀’에 녹아있어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앞서 정재은 감독은 신청사에 대한 애정을 보인 바 있다.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정 감독은 “시청에 대한 막연함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돕고 싶었고, 서울시청 만큼 유명한 주인공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의 진심은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멘터리와 조화를 이루며 대중들에게 정보와 왠지 모를 감동을 안긴다.
2012년 8월 서울 신청사가 베일을 벗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과 반응은 달갑지 않았다. 모두의 고생으로 재탄생했음에도 우린 냉랭한 반응으로 오히려 그들을 멋쩍게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공공건축은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건축문화의 수준을 반영하는 기준이 되기에 너무도 중요하지만, 아직 시민들에게는 낯설고 아름다워야 되는지, 실용적이어야 되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시티 홀’은 단순히 신청사 건립에 대한 이야기와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한국건축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주기도 한다. 또한 단 한번도 미디어에 노출된 적 없는 신청사를 만들어낸 두 주체인 발주처 시공무원들과 시공사 삼성물산의 실무자들의 근무환경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울시 신청사라는 하나의 주체를 두고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직장인들의 한과 고충, 갈등을 풀고 해결점을 찾는 과정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말하는 건축 시티, 홀’이 10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말하는 건축 시티 홀 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