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하나 기자] 영화는 복합산업이자,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작업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관객들에게 영화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은 감독이나 배우의 이름이다. 특히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은 티켓파워를 만들어내고, 이는 곧 영화의 흥행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배우들을 단독으로 내세울 것인가, 멀티 캐스팅을 통해 서로의 에너지가 공유-충돌하는 과정을 그려낼 것인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각각이 지닌 장단점은 분명 존재한다.
사진=각 영화 공식포스터 |
영화에서 단독주연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때로는 여러 배우들이 나오는 것 보다 한 배우가 극을 이끌어 가는 것도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중심으로 승부수를 띄웠고, 개봉 4일 만에 관객수 100만 돌파를 넘어 천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당당한 흥행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톱스타들이 즐비하게 출연하는 멀티캐스팅이 아닌 이유로, 스크린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잃었지만 1인2역이라는 콘셉트로 한 배우를 통해 전혀 다른 두 가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데는 성공했기에 이 같은 결과를 맞았다.
올해도 ‘광해’를 잇는 단독주연작들이 개봉했고 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성공사례의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배우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다. ‘더 테러 라이브’는 ‘설국열차’라는 대작 속에서도 5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선전했다.
‘더 테러 라이브’의 폭발적인 흥행 비결은 단독 주연으로 나선 하정우의 공이 가장 크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때부터 충무로의 대세로 떠오른 하정우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와 애정이 단단히 한 몫을 한 것 같다.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통하는 점도 영화의 흥행에 한 몫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정우를 이어 가수에서 배우로 첫 스크린 데뷔작을 치룬 엠블랙 이준 역시 단독주연으로서 평가를 받는다. 지난 17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배우는 배우다’는 이준의 재발견이라는 말과 함께,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영화를 관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 영화를 제작한 김기덕 감독은 이준에 대해 땅에서 솟아난 배우라고 극찬했고, 이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톱스타들 대거출동, 뭉치면 더욱 빛난다
예전에는 출연자들의 개런티나 진행상의 문제로 톱스타 한 명에 조연급 인물들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캐릭터를 앞세운 콘텐츠들이 사랑을 받으면서 이러한 판도가 많이 뒤집어 졌다.
일명 멀티캐스팅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멀티캐스팅이란(Multicasting) 이름만 들어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모으는 주연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을 이르는 말로, 이러한 작품이 흥행파워를 발휘하는 이유는 시너지 효과에 있다.
관객들은 좀처럼 보기 힘든 톱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모두 만나 볼 수 있다는 점과, 이 배우들이 작품에서 선보일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 그리고 그들 사이에 벌어질 치열한 연기대결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첫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도둑들’을 연상케 할 만큼의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 ‘관상’이다. ‘관상’은 주연 송강호를 시작으로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김혜수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 넘치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바 있다.
그 결과 ‘관상’은 단 하루 동안 약 9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해 역대 한국영화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일일 최대 스코어 기록했고,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설국열차’에 이어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흥행 10위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월 11일 개봉 이후 ‘관상’은 여전히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이를 이어 장준한 감독의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가 최근 멀티캐스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화이’는 개봉 당일 36만272명의 관객이 관람하며 역대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했다. 이후 승승장구 하고 있으며 현재 155만3298명을 동원하며 식을 줄 모르는 흥행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제악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멀티캐스팅을 꼽는다. 믿고보는 배우 김윤석, 연기파 배우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과, 여기에 최근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여진구까지 이들은 서로 다른 매력을 하나로 모아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이뤄냈다.
이렇듯 충무로에 멀티캐스팅 붐이 일자 하반기에 개봉하는 영화들도 멀티캐스팅을 앞세워 관객맞이에 나섰다. 영화 ‘결혼전야’로 이 작품에는 배우 김강우 김효진, 이연희, 옥택연, 마동석 구잘, 이희준, 고준희에 주지훈까지 핫 한 스타부터 연기파 배우까지 총 출동한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 장르에서는 멀티캐스팅이 없었기에, 이 효과가 ‘로코’에서 이어갈지 주목된다.
하지만 단독주연이나 멀티캐스팅 작품이 모두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패배의 아픔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오정세 주연의 ‘히어로’는 이렇다 할 흥행과 함께 관객을 동원하
즉 배우들의 캐스팅 효과는 흥행에 일시적일 뿐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서로 다른 전략으로 마케팅에 나선 영화들. 하반기 극장가에는 어떠한 작품들이 바람을 불러올지 기대해 본다.
안하나 기자 ahn11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