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와 ‘하이킥3’의 연장선의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았죠. ‘투윅스’에서 캐스팅 논의가 있다는 얘길 듣자마자 먼저 달려갔어요. ‘그래도 나이가 어린데 애 엄마는 좀 그렇지 않냐’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심은하 선배님도 저보다 어릴 때 애 엄마 역할을 하셨거든요. 다행히 작가님도 어린 엄마를 원하셨고요.”
순전히 연기 욕심이 앞섰던 선택이다.
“연기적으로 보여줄 게 있을 거라는 확인이 들었어요. 제가 20대에 이걸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내 또래의 여배우들은 안 하는걸 해야, 차별화를 둬야 살아남지 않겠어요?(웃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박하선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한다. 성격이나 외향적인 것뿐 아니라, 자라온 환경과 좋아하는 음식, 혈액형, 서인혜라는 이름의 한자까지 자신만의 인물 분석 자료를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도 만들었다.
“대학 때부터 습관인데, 그땐 제가 보여줄 수 있는게 많이 없었으니 그렇게해서 경쟁력을 키웠던 거죠. ‘투윅스’의 경우 제가 직접 찾아간 작품이었고, 최대한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 다시 읽어보면 제 연기보다 리포트가 더 잘된 것 같아 좀 부끄럽긴 하지만요.”
“초반에 대본 연습을 하면서 어떤 부분들은 표정이 과잉되고 목소리가 깨지면서 ‘하이킥’처럼 되더라고요. 서인혜의 감정에 빠지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작가님께 조심스럽게 ‘정말 잘하고 싶다’고 장문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어요. 그래도 마지막 즈음에는 ‘서인혜 같다’는 평가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캐릭터에 몰입도는 촬영장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극 중 딸 서수진으로 출연하는 이채미 양과 개인적으로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채미 너무 예쁘잖아요.(웃음) 어린 아이가 촬영장에서 어른들과 똑같이 하는 것도 안쓰러운데 연기도 잘하고 예쁘기도 하고 잘 해줄 수밖에 없었어요. 한번은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 물었더니 산낙지래요. 그래서 같이 먹으러 갔어요. 그걸 작가님이 아시고 극 중에서 수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산낙지로 써주셨어요. 사실 채미가 아직 어려서 낯을 가리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나중에는 저만 보고 웃어주는 거예요. 그런 기쁨이 있죠.”
힘든 작품을 막 통과하고 나왔지만 쉬고 싶은 마음 보다는 다음 작품을 빨리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 보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