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맛있는 팥빵인줄 알았는데, 정작 그 속에는 아무런 알맹이도 없었다.
조선 최초의 여성 사기장 유정(문근영 분)의 삶과 사랑을 그린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가 22일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극중 유정의 모델로 알려진 백파선은 임진왜란 당시 남편을 따라 일본에 끌려간 여성 도자기 기술자로서, 일본 자기문화에 일조한 역사적 실존 인물이다. 이날 방송은 백파선이 일본에 건너갔다는 역사 속 사실을 기준으로, 정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조선의 품을 떠나 일본으로 가야하는 슬픈 운명을 차근차근 그려나갔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안석환 분)는 정이가 만든 막사발에 푹 빠지게 되고, 겐조(윤서현 분)에게 하루 빨리 정이를 일본으로 데리고 올 것을 명령한다. 이에 따라 정이가 있는 분원을 향한 일본의 압박이 거세지고, 정이는 이와 같은 분원의 현실을 세자인 광해(이상운 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분원을 탈출한다. 정이가 이복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육도(박건형 분)는 남몰래 정이의 일을 돕지만, 결국 이게 화근이 되어 오히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강천은 그런 육도를 보호하다가, 겐조가 휘두른 칼에 베어 마지막을 맞이하게 된다.
사진=불의 여신 정이 캡처 |
그리고 17년 후. 전쟁은 마무리 되고, 왕위에 오른 광해는 자신에게 자기를 바치는 젊은 여자 사기장과 마주한다. 그 여자 사기장은 바로 정이. 최고의 사기장이 된 정이를 자랑스러워하며 흐뭇하게 이야기를 나눈 광해였지만 이내 쓸쓸한 표정으로 바뀌고 만다. 사실 이는 정이를 그리워하는 광해의 상상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건너간 정이의 명성은 바다건너 들려왔지만, 그녀 자신은 다시 조선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들의 사랑은 이렇게 끝났다.
당초 ‘불의 여신 정이’는 국민여동생 문근영과 드라마 ‘내 딸 서영이’의 흥행 이후 국민남편이라는 애칭을 얻게 된 이상윤의 만남으로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여기에 전광렬, 박건형, 김범, 서현진, 이광수, 한고은 등의 이미 다수의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의 만남, 여기에 사기장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이에 따른 애절한 로맨스를 예고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었다.
사진=불의 여신 정이 캡처 |
문제는 성인 연기자로 바뀌면서 나타났다. 어린 시절 당찼던 유정이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이래저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끼치는 인물로 바뀌며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안겼던 것이다. 여기에 여자 사기장으로 살면서 느끼는 유정의 고민과 극의 도자기라는 독특한 소재가 주는 재미보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성군을 왕위로 올리려는 인빈의 음모와, 광해를 향한 임해와 선조의 질투와 같은 궁중 암투만 지겹게 반복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부하고 상투적으로 바껴나가는 캐릭터들과 그리고 한 회 분동안 갈등과 해결을 반복하며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었다.
이와 같은 불만은 시청률로 부진으로 이어지게 됐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2 ‘굿닥터’의 출범과 동시에 시청률 1위 자리를 넘겨주었던 ‘불의 여신 정이는’ 급기야 8월 19일에는 7.8%이라는 자체최저시청률까지 기록하면서 끝없는 추락을 보여주었다. 이후 10% 안팎의 시청률의 벽을 넘지 못한 ‘불의 여신 정이’는 위기 극복하기 위해 최후의 보루였던 출생의 비밀 카드를 내밀기도 했지만, 이미 떠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말 역시 광해와 유정의 비극적인 사랑은 미리 예견된 것이었으나, 방송 내내 보여줄 듯 말 듯 태도(김범 분)와 유정, 광해의 어설픈 삼각관계만을 이어가다, 결국 한 회 남겨두고 태도가 죽고 급격하게 정리하는 양상을 보여 무언가 급격히 마무리 짓는듯한 찝찝함을 안겼다. 여기에 정이가 없는 조선의 왕궁, 그를 그리워 하는 광해의 모습은 작품의 방향을 유정의 사기장 성공기에 맞춘 것인지 아니면 사랑에 맞춘 것인지 모를 모호함으로 이도저도
문근영이라는 최고의 소재로도 높아진 안방극장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실패한 ‘불의 여신 정이’는 정이와 광해의 이별만큼 아쉽기 그지없었다.
한편 오는 28일부터 ‘불의 여신 정이’의 후속으로 하지원, 주진모 주연의 ‘기황후’가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