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우리 엑소 오빠들 군면제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우리 엑소 오빠들 대신에 일반인 남자들이 몇 년 더 복무하면 되는 거잖아요. 수련히 조금 더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잖아요.”
지난 30일 남성아이돌그룹 엑소의 팬이라고 자칭한 한 누리꾼이 SNS에 올린 글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인 엑소의 군면제를 두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올려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이후 해당 글에서 말하는 온라인 청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한 결과 이는 ‘유령 청원글’ 수준에 그쳤다. 출처도, 실체도 없는 황당한 글에 엑소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온라인게시판 |
논란이 커지자 엑소의 팬카페 ‘엑소 플래닛’의 운영진은 카페 메인화면에 “안티분인지 팬인지 모를 어느 익명의 한분으로 인해 지금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엑소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카페 입장을 알려야 된다고 생각해 이렇게 글을 쓰게됐다”며 해당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운영자는 “절대 우리는 엑소 멤버들의 군면제 동의에 대한 서명을 할 계획이 없다. 엑소가 올바른 선택을 하면 늘 응원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는 마음이 아플지라도 좀 더 성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의 회초리를 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뻐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속해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유로 멤버들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인 조치를 가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처음 엑소의 군면제 서명운동 논란을 일으킨 누리꾼의 정체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가 엑소의 안티팬이든, 실제 수많은 팬들 중 한 명이든 파장은 컸다. 이로 인해 불거진 것은 ‘잘못된 팬문화’다. 물론, 이는 일부에 한하는 내용이지만 사실상 국내에서 잘못된 팬문화의 사례는 꾸준히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불거졌으며 해결은커녕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엑소의 군면제 서명운동 역시 팬덤 문화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국어사전에서 팬이란 ‘운동 경기나 선수 또는 연극, 영화, 음악 따위나 배우, 가수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애호가로 순화’라고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열광적’이라는 말에 있다. 지나치게 열광적인 애정은 순수하게 ‘좋아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원 의도에서 비뚤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이는 스타들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잘못된 팬문화의 하나로 ‘사생팬’이라 일컬어지는 이들의 만행이 대표적이다. 사생팬의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난 것은 그룹 JYJ 사생팬 폭행사건 이후였다. 스타들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집에 칩입해 물건을 훔치는가 하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감청용 복제폰을 사기도 한다. 심지어 생리혈을 모아 스타에게 보내 모두를 경악케 했던 ‘택연 혈서 사건’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말이 좋아 사생팬이지, 이는 엄연히 스토커다. 문제는 이 사생팬이라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에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스타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사실 팬덤은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되어야 할 문화 중에 하나다. 자발적으로 결성된 이들이 새로운 대중문화의 생산 원동력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이 같은 논란과 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팬덤문화는 이제 부정적인 측면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