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음의 연기력이 재평가 받고 있다.
현재 출연중인 KBS2 수목극 ‘비밀’(유보라, 최철호 극본/이응복, 백상훈 연출)에서 황정음이 보여주는 열연에 연일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허망함이 녹아 있는 눈물 연기부터 애절한 오열, 허탈, 자조, 자학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며 ‘비밀’ 신드롬의 중심에 서고 있는 것. 그의 연기를 보기 위해 브라운관 앞에 모여드는 시청자까지 생기고 있을 정도다. 다음은 ‘비밀’ 속 황정음 사용설명서다.
▶황정음 사용 설명서
황정음이 연기하는 강유정은 눈물의 아이콘이다. 강유정이란 이름으로 불릴 때 막장과 같은 인생의 고난과 시련을 겪는다.
안도훈(배수빈)의 뺑소니 죄를 뒤집어 쓰고 5년 간 옥살이를 하는가 하면, 아빠와 아들 산이까지 잃는다. 이젠 ‘(강)유정아~’, ‘야 강유정’이라는 말만 나와도 불길함이 엄습할 정도다.
반면 대리란 호칭은 극 중 황정음의 유일한 숨통이다. 비록 지독한 복수로부터 시작된 호칭이지만, 조민혁(지성)만 할 수 있는 말이 됐다. 목 조르기 등 폭력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스킨십은 어느덧 키스로까지 발전됐다. 대리를 부르는 목소리 톤도 ‘분노’에서 애정으로 바뀌면서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직업 : 죄수, 미혼모, 전직 대리운전수, 비정규직 종업원, 조민혁 파트너
시기가 애매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으며 미혼모가 됐다. 이후 옥살이를 거치며 침체기를 겪기도 하지만 특유의 근성으로 비정규직 종업원, 함바집 이모 등 악착같이 삶을 이어간다.
전형적인 프롤레타리아(노동자) 계급의 인물이다. 잦은 이직으로 저니맨의 면모를 선보이기도 하지만, 최근엔 조민혁과 엮이면서 그의 외식업체 파트너로 신분상승(?)을 이뤄냈다.
-특기 : 떡볶이, 빨래, 청소 그리고 따귀
못하는 집안일이 있을까’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통파 하우스 키퍼다. 외식업체 서빙 뿐만 아니라 지방 함바집, 조민혁의 개인 집을 넘나들며 빨래, 청소를 해치운다.
잔소리 한 마디 없이 소화해내는 내공과 함께 떡볶이 신공으로 최광수(최웅)과 조민주(송민경)마저 사로잡는다.
특히 빨래를 널 때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조민혁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달달한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11회에서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안도훈이란 사실을 안 뒤 역대급 ‘귀싸대기’로 응징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질적 약점 : 눈치
순진한 건지, 아니면 원래 멍청한 건지 눈치가 없는 편이다. 비밀의 문이 서서히 열려가는 시점에도 조민혁이 아닌 안도훈을 편들며 시청자를 애타게 한바 있다.
특히 안도훈이 자신의 아버지와 아들을 해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찻길로 뛰어들며 “내가 사람을 죽인 여자”라고 끝까지 그의 편을 들면서 조민혁의 ‘실성 연기’를 부르기도 했다.
안도훈의 악행이 10회가 넘게 이어지는 동안 눈치, 코치 없이 당하기만 하다가 갑자기 “오빠 거짓말 못하잖아”란 독심술 능력을 소환하며 상황을 급반전 시켰다.
-취급주의 : 자해
갖가지 인생의 고난을 겪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해’란 습벽을 얻었다.
아들 산이가 죽었다는 소식에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열하는가 하면, 아버지를 버린 범인이 안도훈이란 사실을 안 뒤에는 벽에 머리를 박는 등 자신의 몸을 전혀 아끼지 않는다.
“신경쓰여 미치겠다, 제발 옆에 붙어 있어”라는 조민혁 명대사의 기본 베이스가 된 행동이기도 하다. 과연 강유정의 고단했던 삶은 끝나고 있는 것일지, ‘비밀’ 마지막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