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하나 기자] 영화 속 사투리가 봇물이다. 지역적인 배경이 없어도 사투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웃음의 정사, 캐릭터 표현력을 이유로 영화 속 캐릭터들은 곧잘 사투리 대사를 선보인다.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사투리는 다소 밋밋한 분위기를 띄우는 한편, 작품 속에서 생생함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어느새 사투리는 장르 불문 지역 불문, 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를 입증하듯 올 상반기에도 ‘깡철이’ ‘스파이’ 속 문소리-한예리 등 사투리가 가미된 영화들이 줄이어 개봉했고, 하반기에도 ‘친구2’ ‘동창생’ ‘붉은가족’이 관객들을 찾는다.
사진=좌 친구 공식포스터, 우 범죄와의 전쟁 공식포스터 |
◆사투리 열전…‘친구2’ ‘동창생’ ‘붉은가족’ 매력 대결
하반기 극장가에는 ‘친구2’ ‘동창생’ ‘붉은가족’이 각기 다른 소재에 사투리까지 가미한 채 대결을 펼친다. 서로 다른 소재를 풀어내지만 사투리라는 코드를 작품 속에서 어떻게 풀어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작품 관전 포인트다.
사투리 영화의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 ‘친구’의 후속작인 ‘친구2’는 ‘친구’를 연출했던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전편에서 장동건과 함께 흥행을 이끌었던 배우 유오성이 곽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한층 더 탄탄해진 구조와 스토리는 물론 착착 입에 감기는 사투리는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친구2’에서 어두운 가정 환경에서 반항아로 자란 20대의 거친 건달 성훈 역을 맡은 김우빈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은 물론 억양이 센 부산사투리까지 소화해내며 극에 완벽하게 몰입했다. 첫 스크린 데뷔작에서 주연과 사투리연기까지 선보인 그의 연기변신도 주목해 볼 만하다.
3년 만에 ‘동창생’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최승현의 사투리 연기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극중 최승현은 북한사투리를 사용한다. 그가 맡은 명훈 역이 북에서 훈련을 받고 남한으로 내려온 인물이기 때문에, 북한말에 있는 억양을 유지하되 서울말인지 이북말인지 분간할 수 없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끝으로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붉은가족’은 행복하게 위장한 겉모습과 달리, 위험한 비밀 활동으로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고정간첩 가족 진달래의 이야기를 다뤘다. 간첩이라는 소재로 인해 주연 배우들이 모두 북한사투리를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며, 특히 주연배우 정우는 현재 tvN ‘응답하라1994’에서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사진=각 영화 공식포스터 |
◆사투리로 대박 난 영화 무엇이 있나
사투리로 인해 대박난 작품의 선두주자로 2001년 개봉한 ‘친구’를 꼽을 수 있다. ‘친구’는 네 명의 친구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로, 당시 부산 사투리가 크게 회자됐다. 배우 장동건과 유오성은 감칠맛 나는 사투리 연기를 선보였고 여전히 대중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특히 영화 속 명대사로 꼽히는 “고마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니 아부지 뭐 하시노”는 지금까지 패러디 소재로 쓰일 정도다.
‘범죄와의 전쟁’속 주연배우 최민식과 하정우의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난생 처음 부산 사투리를 연기해야 했던 최민식은 5개월 이상 연습을 했고, 하정우는 크랭크인 3주 전부터 부산으로 내려가 어학연수 기간을 가지며 몸으로 사투리 체득에 나섰다. 이처럼 치열하게 사투리를 배운 최민식과 하정우는 영화에서 진짜 부산 사람이라 오해할 만큼 완벽한 사투리 연기를 펼쳐내며 “살아있네~”라는 유행어를 창출해 냈다.
◆사투리 연기,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될까?
사투리 연기는 하루 안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친구2’의 김용기 PD는 사투리 연기와 관련해 “현장에는 사투리 코치가 존재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친구2’의 경우 사투리를 빼놓고 논의 할 수 없다. 이에 영화 촬영을 하는데 있어 사투리 연기는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라며 “곽경택 감독님께서 직접 배우들에게 트레이닝을 시켜주신다. 직접 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들려줄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장영남 씨의 경우 부산출신 사투리 코치를 통해 가르쳤고, 김우빈 씨의 경우 곽 감독님께서 직접 가르쳐 준 것은 물론, 함께 호흡을 맞췄던 울산 출신 배우들에게 많이 도움을 받아가며 사투리를 습득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투리를 쓰는 배우들을 뽑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배우들이 오디션 볼 때 알아서 사투리를 연습해 온다”고 덧붙였다.
◆“사투리, 외국어 연기만큼 어려워요”
사투리 연기는 배우들에게도 쉬운 부분은 아니다. 이에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 스타들은 완벽한 사투리 연기를 소화해 내기 위해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거나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내려고 애쓴다.
영화 ‘깡철이’에서 거친 부산 사나이로 분한 유아인은 대구 출신이기에 기존에 몸에 밴 대구 사투리를 버리고 미묘하게 다른 부산 사투리를 소화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유아인은 ‘깡철이’ 제작 보고회 현장에서 “부산 사투리를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도전이었다”며 “그 동안 연기할 때와 전혀 다른 뉘앙스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기분 좋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우빈은 ‘친구2’ 제작발표회 당시 사투리 연기와 관련해 “본래 전라도 전주 출신이라 부산 사투리는 외국어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사 하나하나에 일일이 높낮이 그래프를 그려가며 연습했다. 감독님이 주신 녹음테이프와 울산 출신 배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경상도 사투리 연기에 대해 부단히 노력했음을 밝혔다.
◆사투리, 어색하면 안 하느니 못해…호평과 혹평 사이
사투리 연기는 적지않게 위험도 뒤따른다. 자칫 무늬만 사투리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투리가 극의 몰입력을 떨어뜨린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투리는 완벽하게 소화해 냈을 때는 호평이 뒤따르지만 아닐 경우에는 악평을 받을 수 있는 요소다.
예로, 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을 통해 첫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 조여정의 경우 첫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어색하다”는 평이 줄을 이뤘다. 또한 ‘골든타임’의 송
사투리 연기는 배우들에게 있어 호평과 혹평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기도 한다. 하반기 극장가에 어떤 배우들이 사투리 연기를 통해 웃고 웃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하나 기자 ahn11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