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소년 리명훈(최승현 분)은 유일한 가족인 여동생 혜인(김유정 분)을 구하기 위해 꿈도 포기한 채 어쩔 수 없이 공작원이 된다. 슬퍼도 참고 동생이 보고 싶어도 참고 아파도 참고 힘들어도 참으며 하루하루 위험천만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임수를 수행할수록 점점 강도는 세지며 걷잡을 수 없는 운명 속으로 명훈은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명훈이 힘들어도 지키고 싶은 것은 바로 동생, 임무를 모두 마치고 명훈은 동생과 행복하게 다시 살 수 있을까? / ‘동창생’
[MBN스타 여수정 기자] 그룹 빅뱅으로 가요계를 장악한 T.O.P이 배우 최승현으로 영화 ‘포화 속으로’ 후 3년 만에 신작을 들고 스크린에 컴백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듯, 최승현은 ‘포화 속으로’외에도 드라마 ‘아이 엠 샘’ ‘아이리스’ 등에서 연기력과 강렬한 눈빛연기로 합격점을 받은 바 있기에 ‘동창생’ 출연 역시 그것도 원톱주연으로 활약한 그의 모습은 기대감을 높이게 너무도 당연했다.
최승현은 ‘동창생’에서 동생을 지키기 위해 꿈까지 포기한 동생바보 리명훈 역을 맡았다. 리명훈 역을 위한 최승현의 노력은 익히 알려진 대로 엄청나다. 북한 사투리 도전은 물론 이스라엘 특공무술인 크라브마가를 오랜 시간 배워 몸에 익혔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듯 ‘동창생’ 속 최승현은 배우 최승현이 아닌 동생을 위해 공작원이 된 열아홉 소년 리명훈 그 자체였다. 평소 스모키 눈빛으로 여심을 녹이는 최승현과 애절하고 사연많은 리명훈의 눈빛은 닮아있다. 그래서인지 배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듯하다.
“리명훈에게 연민을 느꼈고 그의 진지함에 끌렸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가 하면 뻔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망설이긴 했다. 고민 끝에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남과 북이라기보다는 ‘아이리스’에서 킬러 역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닮았더라. 사람들이 갖는 인상도 같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다.”
최승현이 3년 만에 신작 ‘동창생’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사진=이현지 기자 |
“영화 촬영과 빅뱅 월드투어를 병행했었다. 월드투어에서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너무 화려한 생활을 했는데 돌아오면 리명훈에 몰입해 어두운 기운을 품어내는 게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가급적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며 불안한 기운을 내려고 했다. 연기가 아닌 사람의 기운을 품기 위해 노력했다. 평소에도 혼자 있는 것을 즐기지만 이번에는 심하게 외부와 단절됐다. (하하) 나는 실제로 진지하지 않은데 리명훈은 진지하고 침묵하는 게 괴로웠다. 상대배우의 대사가 있을 때도 말이 아닌 침묵으로 답해야 되기에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명훈의 침묵을 스크린에 잘 담아내고 싶어 표정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연기가 아닌 촬영하는 동안 리명훈으로 살아갔던 최승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리명훈을 표현하며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극중 동생바보 리명훈은 강인하고 멋지지만 간혹 눈물을 흘리곤 한다. 이에 대해 최승현은 “멋지기 보다는 울보다. 울보”라고 너스레를 떨며 멋쩍어했지만 그의 눈물에는 이유가 있어 남자의 눈물도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점점 감추고 억눌렀던 감정을 마지막에 모두 폭발하는 장면은 ‘동창생’의 명장면이자 최승현의 재발견으로 불릴 만한 장면이다.
“무표정의 눈물이 리명훈의 성향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인물 자체에 몰입했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서인지 눈물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내가 감정을 너무 잡아서 울지 말아야 될 장면에서 울어 NG가 난적도 있다. (하하) 나는 그냥 명훈이 처한 상황에 몰입했을 뿐이었다. 억울한 상황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최승현은 ‘동창생’에서 동생바보 리명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이현지 기자 |
“촬영 내내 유정이 같은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유정이같은 예쁜 여동생이 있다면 불안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하) 유정이와 함께 하는 장면이 적어 힘들었다. 조성하, 윤제문 선배와도 함께하는 장면이 적어 연기하는데 혼란스러웠지만 짜릿하기도 했다. 유정이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어색하기보다는 나를 어려워할까봐 유정이에게 농담을 많이 건넸다.”
김유정에 대한 배려심 가득한 모습은 연기면 연기, 외모면 외모, 랩이면 랩, 매너면 매너 모든 것을 겸비한 최승현을 강조해주고 있다. ‘포화 속으로’ 후 3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배우 최승현에게 변화가 있을 듯싶다.
“(‘포화 속으로’와 달리) 전체를 보려는 시각이 넓어졌다. 예전에는 못 봤던 시야도 지금은 보인다. 나만의 대사를 외웠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전체와 배우들의 대사까지 외우려고 노력한다. 리명훈은 특히 배우들과 만나서 대화하는 구조가 아니기에 전체를 외우지 않으면 안됐다. 전체를 외워야 리명훈 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 엠 샘’으로 배우로 첫발을 내딛고 ‘아이리스’로 연기력을 인정받았으며 ‘포화 속으로’로 다시 한 번 가능성을 보여준 최승현은 ‘동창생’으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빅뱅 T.O.P라는 이름도 존재한다. 때문에 가수와 배우 두 가지의 영역을 병행해야만 한다. 이 시대가 멀티를 강조한다지만 몸은 하나이기에 조금의 어려움도 있을 법하다.
최승현이 예측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가 되고싶다고 전해 앞으로 보일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이현지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