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이 다시 한국 무대에 섰다. 지난 12일과 13일 김장훈은 서울 홍대 인근에 있는 한 클럽에서 두 차례 소규모 공연을 열고 팬들과 만났다. 가로 4m, 폭 2m가량의 아주 작은 무대였다. 관객은 100여 명. 특수 장치는커녕 모든 게 열악하다. 매년 사상 ‘최대’,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며 공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린 김장훈이 과거 섰던 무대와 비교해서 그랬다.
약 1년 전 그는 “미국과 중국에서 성공을 못 한다면 한국에서 노래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종의 잠정 은퇴였다. 당시 그는 정규 10집 발매 이후 한국에서의 모든 활동을 접고 약 3년간 해외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힌 터다. 실제로 그는 미국과 중화권 국가들을 오가며 여러 스케줄을 협의하고 최근 일시 귀국했다.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한국에서 은퇴를 한다더니 공연까지 하느냐’는 농담 섞인 핀잔이었다. 그것도 적자다. 김장훈 측근에 따르면 이번 공연의 티켓 가격은 4만원. 총 2회 공연이 매진될 경우 매출액은 고작 800만원 정도다. 측근은 “대관료, 라이브 밴드, 기타 경비 등을 고려하면 500~600만원이 손해”라며 웃었다.
김장훈을 무대 위로 기어코 끌어올린 건 그의 팬들이다. ‘제발 딱 한 곡만이라도 (공연)하고 가라’는 한 팬의 간절한 글까지 외면하긴 김장훈도 어려웠다. 그는 “내가 연말 공연을 하지 않은 건 데뷔 18년 만의 처음”이라며 “그 정도면 됐지 않나. 팬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나왔다”고 눙쳤다.
해외 활동은 순항 중이다. 오는 15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김장훈은 “외국 생활이 좋다”고 말했다. “그간 당연히 내가 나서야 하고, 부닥칠 일이 많았는데 한 발짝 물러나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외국에서는 아무래도 음악에만 더욱 전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 무산된 일본 공연도 포기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를 위해 발 벗고 뛰는 그의 존재가 현지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선 마뜩치 않았던 모양새다. 하지만 김장훈은 “내년에 꼭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상 복잡할 수밖에 없는 대일 관계 탓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음악과 기부로 희망과 사랑을 실천하겠단 내 의도를 그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영혼과 아우라가 빠져나간 사람의 노래는 기술적으로 아무리 잘 불러도 울림이 없다"는 게 김장훈이 가진 가수로서의 주관이다. 그는 “공황장애는 하늘이 내린 형벌, 어쩌면 내가 스스로 빠진 정신병일 지도 모른다”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의 궁극은 절망의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하는 것인데 아무리 기부를 많이 하고 비우고 살아도 그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는 않다 보니 생긴 가수로서의 고민이다.
그는 “과연 내가 어떻게 노래를 해야 할까가 한동안 화두였다. 여기에서 벗어나 무대 위에 오래 서고 싶다는 절박함이 지금의 나를 살게 하고 있다”고 감사해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