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눈을 감고 들으세요. 제 얼굴은 안 봐도 돼요.”
15일 오후 서울 신촌동 연세대학교 백양아트홀에서 진행된 허각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더 보이스’(THE VOICE)의 감상 포인트다. 허각은 “다른 콘서트와 다른 점은 눈을 감고 들어야 한다”고 셀프 디스로 문을 열었다.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허각의 행동들은 첫 콘서트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대를 꾸밀 때는 어느 공연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게 허각의 매력이었다.
사진=에이큐브 제공 |
‘헬로우’(Hello) ‘아프다’와 신곡 ‘향기만 남아’를 연달아 선보이던 허각은 ‘나를 사랑했던 사람아’를 열창한 후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특히 ‘나를 사랑했던 사람아’는 트라우마가 있다며, 그간 공연에서 많이 들려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이 노래 때문에 ‘육수 허각’이라는 별명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허각은 “이제 힘든 곡은 다 끝났다”며 홀가분한 듯 웃음을 보였다.
“제가 말씀 드렸던 것처럼 눈을 감고 들어라”는 허각의 말에 관객들은 미소를 지었고, 멘트를 하며 중앙계단을 오르는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 높은 의자에 힘겹게 엉덩이를 걸치는 허각의 모습은 공연의 소소한 재미를 유발했다.
웃음 가득했던 공연장은 어느새 사랑으로 가득 찼다. ‘각이 빛나는 밤에’라는 코너에서 허각은 DJ로 변신해 팬들의 사연을 읽어나갔다. 역시 주제는 모두 사랑이다. 허각의 ‘사랑 사랑 사랑’ ‘1440’을 직접 부르며 달콤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객석에도 “사랑해요” “좋아해요” 등 단내가 풍기는 추임새가 쏟아졌다. 또한 프러포즈 이벤트에 이어 미니결혼식까지 거행됐다. 관객의 사연을 받아 16일 결혼식을 앞둔 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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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 달달한 향기가 공연장에 진동할 때 쯤 의문의 여자의 목소리가 허각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통해 흘러나왔다. 고운 목소리에 거친 단어들을 쏟아내는 그녀는 바로 특별 게스트 린이다. 그녀는 ‘자기야 여보야 사랑아’ ‘사랑했잖아’를 선보이는가 하면 허각과 알콩달콩한 대화까지 나누며 환상의 콤비를 자랑했다. 다음 게스트는 신용재다. 그는 솔로 프로젝트의 타이틀곡 ‘이만 살아가지고’와 ‘후회한다’를 열창했다.
또 슬픔도 찾아왔다. ‘사랑하고 싶어서’ ‘한 사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죽고 싶단 말 밖에’를 편곡해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후렴 부분에서 모든 악기의 소리를 없애고 허각의 목소리가 허공에 가득 차자 관객들의 감정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밖에도 허각은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정재욱의 ‘잘가요’를 메들리로 선보이는가 하면 ‘붉은 노을’ ‘하늘을 달리다’
한편 허각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더 보이스’는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16일, 17일까지 진행되며, 16일은 임창정과 DJ DOC, 17일은 아이유와 에이핑크가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