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양동근 “욕 많아서 ‘응징자’ 선택 망설였다”

고등학교 동창인 준석(주상욱 분)과 창식(양동근 분)은 20년 뒤 우연히 재회한다. 단 하루도 잊을 수 없었던 친구를 만난 준석. 그리고 과거의 일은 까맣게 잊은 창식. 준석은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창식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참아왔던 분노가 치밀고, 20년 전 하지 못한 그날의 악행에 대한 응징을 시작한다. /응징자

사진=이현지 기자

[MBN스타 안하나 기자] 1987년 아역으로 데뷔한 후, 27년 째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명품연기를 선보여 왔던 양동근이 영화 ‘응징자’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지난 2007년 ‘퍼펙트 게임’ 이후 2년 만이다.

달라진 모습만큼 스크린 속 양동근의 모습은 한층 더 여유로워진 모습이다. 데뷔 이후 첫 악역에 도전한 연기변신은 그의 연기내공을 한 순간에 느껴지게 한다. 특히 말주변이 없어 스스로도 자신을 인터뷰 기피대상 1호로 꼽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는 양동근은 이제 그동안 속에 담아왔던 이야기를 꺼내며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를 외적내적으로 성숙하게 만든 작품 ‘응징자’ 속에서 양동근은 겉으로는 실장님, 뒤로는 양아치보다 못한 이중적인 면을 가진 창석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욕이 너무 많아서 하기 싫었다. 당시 아내가 임신한 상태였기에 태교에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었고, 태식이라는 캐릭터를 한 번쯤은 해볼 필요성을 느꼈기에 선택하게 됐다.”

그가 영화 출연을 하는데 있어 가장 고민했다는 욕.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한만큼 양동근은 작품에서 최선을 다해 맛깔나는 욕 연기를 선보였다.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욕을 하게 만들만큼 자연스러웠다.

“평소에 욕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나리오 상에서 태식에게 꼭 필요했던 욕이었기에 어떻게든 잘 소화해 내고 싶었다. 이에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며 연습했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작품에 묻어나왔다. 주변에서 미울 만큼 욕 연기와 악랄함을 느꼈다고 말해주는데 나로서는 그만큼 태식의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기에 감사하다.”

‘응징자’의 또 다른 재미와 관전 포인트는 말 많은 배우 주상욱과 말 없는 양동근이 만났다는 점이다. 제작발표회나 시사회 당시에도 주상욱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는 반면 양동근은 제스추어 하나 취할 뿐이었다.

“주상욱과 나는 성격이 정반대지만 촬영을 하는데 있어 힘든 부분이 없었다. 나는 오히려 말을 많이 걸어주는 걸 좋아한다. 왜냐면 내가 조용하기 때문에 반대로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한다. 이에 주상욱과 호흡도 잘 맞았던 것 같고, 그 결과 작품도 잘 나온 것 같다.”

사진=이현지 기자

특히 ‘응징자’는 양동근이 가장 인생의 큰 변화를 겪은 시기를 함께 한 작품이기에 의미를 더한다. 촬영하는 동안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외적 내적모두 성숙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가 임신했을 당시 잘해주지 못한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며 미안해했다.

“지금도 아내가 임신했을 때 잘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너무나도 걸린다. 화목한 가정처럼 샤방샤방 태교도 잘하고 싶었는데, 캐릭터에 몰입을 하다 보니 남아있는 감정의 찌꺼기들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더라. 아내에게 틱틱거리면서 행동했던 것들이 정말 미안한데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양동근은 “원래 성격자체가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인과 결혼하고 대화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말하는 방법이라든지 스킬이 늘게 됐다. 어느 날 부인과 싸운 적이 있었는데, 말을 안 하고 있으니 오히려 더 화를 내더라. 이에 부인의 대화를 듣고 요목조목 설명하다보니 말하는 기술이 생겼고, 요즘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부인과의 대화가 그의 입을 열게 만든 것일까? 한동안 예능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그가 ‘불후의 명곡’ ‘런닝맨’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불후의 명곡’에서는 배우 양동근이 아닌 힙합가수 양동근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고, 오랜만에 본 그의 무대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한동안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기피했었다. 아무래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입담과 재치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워낙 유치하고 썰렁하고, 재미까지 없는 사람이었기에 오히려 출연을 하지 않는 편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근래에 들어서는 이러한 생각의 틀을 깨고 있는 모습 그대로 팬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다. ‘불후의 명곡’에 계속해서 출연해 달라고 대중들이 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난 한 번 출연한 것으로 만족한다.”

누가 양동근을 어눌하고 어리바리 하다고 말하는가. 화기애애하고 솔직담백했던 양동근과의 인터뷰 시간, 그는 끝으로 파격적인 연기변신에 성공한 ‘응징자’에 대해 한 마디로 정리하며 훈훈하게 마무리 했다.

“‘응징자’는 단순하고 뻔한 장르의 영화가 아닌 새로운 것들이 많이 담겨있든 작품이다. 특히 양동근의 첫 악역이자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에서의 폭소유발, 사회적인 문제 제시, 예측할 수 없는 결말 등 다양한 요소들이 가득하니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안하나 기자 ahn11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