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통기타 여가수 강지민. 흔히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1996년 데뷔한 그녀는 현재까지 몇 장의 앨범을 냈지만 대중적인 히트곡도, 방송출연도 없고 소속사도 없다. 당연히 일반 대중들에게 강지민의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톱스타들의 팬들 못지않은 엄청난 팬덤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강지민의 발자취에는 팬들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지난 2011년 발매한 2집 앨범의 수록곡인 ‘행복한 우리’는 강지민이 직접 작사·작곡했다. 이 곡은 강지민의 공식 팬클럽 ‘강사모’(강지민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과 강지민 사이에 오가는 달콤한 사랑의 노래다. 또 그녀는 올해 3월 ‘꿈꾸는 통기타 가수 강지민과 팬클럽’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놓았다. 주인공은 제목에서 말해주듯 강지민과 팬클럽 ‘강사모’ 회원들이다.
“팬클럽이 생긴 이유를 알면 그걸 파서 부각시키고 노력을 할 텐데,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섹시한 것도 아니고, 예쁜 것도 아닌데 많이들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옆집 동생 같은 이미지라서 그런가…. 나는 가만히 있는데 좋아해주시는 게 정말 감사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덕분에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거죠.”
2008년 6월 한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팬카페 ‘강사모’는 현재 2만2000여명의 회원들이 소속되어 있다. 당시 한 팬이 카페를 개설한다고 했지만 강지민은 “하지마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유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끈질긴 팬들의 요구에 개설된 팬클럽은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되며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특히 주축을 이루고 있는 팬들이 40대, 그리고 50대 초반이기 때문에 아이돌과는 조금 다른 팬문화가 존재했다. 일례로 강지민을 위한 선물로 직접 양봉한 꿀, 집에서 낳은 계란 한 판, 직접 농사지은 감자와 고구마 등. 주로 건강식품들을 보내온다.
“예쁜 동생을 바라봐 주시는 듯한 느낌이에요. 본인들이 직접 재배를 하셨거나 좋은 것들을 있을 때 나누시고 싶으신 것 같아요. 꼭 선물이 아니어도 지금의 아이돌과는 확연히 다른 팬문화가 존재하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강지민이 라이브카페가 아닌, 공식적인 자리에서 팬들을 만난 것은 2011년 2집 앨범을 발매한 이후다. 1집의 실패를 겪고, 다시는 노래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깨고 팬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2집 앨범이었다. 10여년 만에 앨범을 발매한 그녀는 서울 신당동의 한 소극장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그런데 당시 일요일 낮에 진행된 공연에 찾은 관객들의 차림새가 남달랐다고.
“편한 복장으로 오셔도 되는데 100여 명이 되는 분들이 모두 옷을 차려입고 오셨더라고요. 자신들에게 특별한 날이라는 생각에서 그러신 것 같아요. 남자 분들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오시고, 여자 분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오셨어요. 마치 연회를 여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너무 감동적이었죠. 저를 얼마나 소중히 여겨주시는 지를 알게 됐어요.”
라이브 카페 활동을 모두 내려놓은 그녀는 이 공연을 시작으로 매달 소극장 공연을 꾸며왔다. 지난 10월 2일 3집 앨범을 발매한 이후인 19일에도 역시나 소극장 콘서트를 가졌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자작곡 9곡이 수록된 이 앨범으로 공연을 한다는데 팬들은 웬일인지 새 앨범의 노래를 듣지 않은 채로 소극장을 찾았다는 것이다.
“3집이 발매가 됐는데 다들 CD를 사더라고요. 그런데 자신이 맨 처음 듣는 걸 싸구려 오디오 시스템으로 듣고 싶지 않다고 참고 참으셨던 거예요. 첫 신곡을 라이브로 처음 듣고 싶다고 참고 또 참으면서…처음 듣는 곡인데도 다들 정말 좋아해주셨어요.”
팬들에게 앞으로 공연 1000번을 열겠다고 약속한 강지민은 꾸준히 콘서트를 열겠다는 의지를 전했
“12월, 연말 콘서트에 한 번 놀러 오세요. 목 쉴 준비하시고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