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하나 기자] 얼굴의 칼자국, 가죽잠바, 무시무시한 표정까지. 등장만으로도 악역임을 알려주던 과거와는 달리 근래에는 오히려 주인공 보다 멋진 악역이 작품에 등장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에는 악역을 하면 배우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좋은 이미지 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한 번 찍힌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악역을 자신의 연기변신과 이미지 변화의 발판으로 삼는다.
평소 조용하고 지적인 배역을 맡았던 배우가 악역을 넘어 사이코 연기까지 펼친다면 그에게 연기에 대한 호평과 함께, 이후 각종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 이에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신인배우일수록 맹숭맹숭한 캐릭터 보다는 강력한 한 방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역을 선호한다.
올해만 해도 정웅인, 안길강, 수애, 박원숙, 정우성, 온주완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스타들이 악역 연기에 도전했고, 울고 웃었다.
사진=위 NEW, 아내 SBS |
매년 악역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올해만 놓고 본다면 배우 정우성을 꼽을 수 있다. 정우성은 영화 ‘감시자들’에서 생애 최초 악역으로 변신, 철저하고 치밀한 계획으로 감시반의 추적을 피해 범죄를 이어가는 범죄조직의 리더 제임스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우성은 강렬한 눈빛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리얼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 장면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정우성의 재발견’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드라마에서는 배우 정웅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정웅인은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 민준국으로 완벽하게 분해 호평을 받았다. 극 중 살인마 민준국으로 분한 정웅인은 섬뜩한 이중인격연기는 물론 낮게 깔린 목소리 톤은 드라마를 내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방송 이후 누리꾼들은 “죽일 만큼 미웠다”는 말과 함께 그의 살인마 연기에 열렬히 반응했고, 그 결과 정웅인은 이후 각종 프로그램의 러브콜 1순위 대상이 됐다. 그동안 정웅인은 코미디 이미지 요소가 강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통해 제대로 이미지 변신을 했고, 연기파 배우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그는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도 악역 염병수 역을 맡아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는 다른 새로운 악한 연기로 민준국 못지않은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만들 정도로 악랄한 배신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앞으로 더욱 악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악역의 매력이 뭐길래…
배우들이 악역에 도전하는 이유는 외적으로는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자신을 알리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연기적으로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드라마 안에서는 능수능란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긴장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범한 캐릭터 보다는 구미가 당긴다.
또한 과거의 악역은 배우나 시청자에게도 기피대상이었지만, 이젠 대중도 악역을 연기자의 역할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에 악역을 잘 하면 드라마의 재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대중도 알고 있고 배우들도 시청자들의 선호도를 잘 알고 있기에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악역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연기력이 관건이다. 자칫 악역 연기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면 더 큰 질타를 받을 수 있으니 연기를 하는데 있어 감정, 표현, 발
악역은 더 이상 작품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며 매력적으로 작품에 표현해 내면 배우는 물론, 작품도 덩달아 주목을 받는다. 과연 영화 ‘추적자’를 통해 소름끼치는 살인마로 완벽하게 분한 배우 하정우를 잇는 차세대 ‘악역스타’의 등장여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안하나 기자 ahn11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