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현재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케이블 채널 tvN까지 개그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예능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챙겨 보기 힘든 심야 시간대에 편성된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개그맨들은 녹화일을 위해 일주일을 쉼 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MBN스타는 케이블이라는 악조건을 속에서도 매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tvN 예능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 속 개그맨들이 무대에 오르는 과정을 취재했다. 개그 코너끼리의 팀 대결이라는 신선한 기획으로 시작된 ‘코빅’은 시즌제를 넘어 정규 편성된 상태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유지해도 될 만한데 ‘코빅’은 팀 대결을 넘어서 순위제로 변신했다. 더 치열해지고 긴장감 넘치는 ‘코빅’의 녹화 현장을 찾았다.
지난 11월 26일 ‘코빅’의 녹화가 진행되는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CJ E&M 미디어 센터에 개그맨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오후 2시 리허설이 시작되자 개그맨들은 팀별로 하나 둘 무대에 오른다. 일주일동안 준비한 코너를 확인 받는 시점이니 긴장감이 넘친다.
개그맨들은 무대에 올라 본방송과 다름없는 연기를 펼친다. 소품도 일일이 준비하는가 하면 움직임이 큰 코너들은 동선 체크에 힘을 쓴다.
사진=CJ E&M |
‘레벨업’ 코너 리허설 땐 작은 사고도 발생했다. 공을 튕기는 연기를 하던 오인택의 큰 움직임으로 인해 세트가 작게 파손된 것. 모두 깜짝 놀란 순간이었고 결국 오인택은 안전을 위해 동선을 줄였다.
유독 김석현 PD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다. 최국, 박나래, 현병수가 준비가 새 코너가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첫 선을 보였음에도 리허설 때 동료들과 스태프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기대를 모았다.
김 PD는 “보통 녹화를 할 때 방송 분량보다 여유분으로 2코너 정도 더 녹화를 한다. 그 때 새로운 코너들을 넣는다. 새 코너는 대부분 실험적인 경우가 많다. 팀 대결이 아닌 코너제로 바뀌면서 새 코너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리허설이 끝났다. 개그맨들은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 대기실에서 무대 의상을 챙기고 분장을 한다. 개별 대기실에서 늦게까지 호흡을 맞추는 팀이 있는가 하면 큰 대기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팀도 보인다. 새 코너 첫 선을 보이는 현병수는 마지막까지 대본 수정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사진=CJ E&M |
무대에 올라가는 순서는 전회 순위와는 상관없이 제작진의 선정한다. ‘생계형 건달’을 시작으로 순조롭게 녹화가 진행됐다. 개그맨들은 코너와 코너 사이 스태프들이 무대를 준비하는 사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번다. 관객들도 코너가 끝날 때마다 제작진이 준 리모컨을 통해 투표에 참여했다.
리허설 때도 작은 사고가 일어났던 ‘레벨업’ 코너는 녹화에서도 NG가 발생했다. 이진호가 너무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마이크를 건드리고 말았다. 이진호는 관객들을 향해 사과를 건넸고 NG가 나자 관객들은 더 뜨겁게 환호를 보냈다.
리허설과 녹화 때의 반응은 확연하게 달랐다. 관객들과 함께 하는 코너인 ‘옹달샘 마술단’과 ‘사망토론’의 경우 녹화 당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반면 야심 차게 새 코너를 준비했던 최국, 현병국, 박나래는 어정쩡한 관객들의 반응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녹화가 끝난 후 모든 출연자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후 관객들은 빠져나갔지만 개그맨들은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관객들의 투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아쉽게도 투표 결과는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출연자들과 제작진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사진=CJ E&M |
반면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옹달샘 유세윤, 유상무, 장동민은 달랐다. ‘코빅’ 이외에도 스케줄이 많은 세 사람은 녹화를 마치자마자 아이디어 회의에 돌입한다. 세 사람이 한꺼번에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녹화 전까지 하루만 연습에 돌입함에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고 있었다.
세 팀 모두 현재 ‘코빅’ 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통편집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준비했던 코너들은 모두 사장되는 씁쓸한 기억을 안고 있지만 끊임없는 프로그램 내 경쟁이 ‘코빅’을 지금까지 유지하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공개 코미디로 시작해 현재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미친 개그감을 뽐낸 유세윤은 “버라이어티를 하면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코미디를 하면 더 힘들지만 보람은 더 크다. 버라이어티는 타고난 끼, 재치를 가지고 하는 거라면 코미디쇼는 노력해야 되고 연구해야 된다. 결과가 크지 않아도 나에게 오는 보람이 크다
개그맨들이 무대에 오르는 시간은 불과 10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을 위해 일주일 온종일을 할애하는 개그맨들의 열정이 있기에 개그 프로그램이 꾸준히 사랑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무대 뒤에서 더욱 치열하게 빛나는 이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