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신분이지만 누나들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김은숙 작가의 주옥같은 김탄 명대사를 짚어봤다. '김탄 어록'의 상당 부분은 은상(박신혜)을 향한다.
1회에서 "우리 집에 갈래?"로 시작된 운명적 만남은 아픈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 후 김탄은 "혹시 나, 너 좋아하냐?"라는 독특한 어투로 마음을 고백해 은상뿐 아니라 안방 TV를 보고 있는 여심을 흔들었다.
또 은상을 위해 "세상의 모든 문턱을 없애겠다"고 선언했고, "힘든 거 알지만 그럼에도 직진"이라며 박력있는 모습을 보였다.
와중에 아버지(정동환)의 반대에 부딪혀 많은 시련을 겪었다. "아버지 덕분에 가족을 잃었어요" "보험이 내 일생일 순 없잖아요?" "사는 게 엿 같잖아요"라고 반항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는 아버지 여자니까 아버지가 책임지세요" "엄마의 하늘은 천장"이라며 어미를 향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극 중 김탄은 형 원(최진혁)에게 '존재 자체가 오해이고 빌미'인 삶을 살았다. 한때는 황폐한 절망감에 길거리에 처박히며 영도(김우빈)에게 "너 가져"라고 은상을 포기하려 했고, "그냥 우리 도망갈까?"라며 현실 도피를 꿈꾸기도 했다. 결국 "꿇리면 꿇는 거지. 그래도 다시 일어나면 돼"라는 마음으로 "사배자 차은상, 나 서자 김탄이야"라는 약속을 지키며 당당히 손을 잡기도 했다. 남자로서의 매력이 차고 넘친다.
슬픈 대사만 있었던 건 아니다. 탄과 은상의 달달한 로맨스는 손발이 오그라 들기도 하면서도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능청스럽게 "내가 잘생긴 게 어제 오늘 일이냐?"라고 하기도 했고, "말대꾸하면 키스한다", "나, 너 안고 싶으면 미친놈이냐?", "유혹하지 말지. 참을 자신 없는데"로 너스레를 떨었다. 또 은상에게 아무렇지 않게 "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간고사 전교 꼴지의 수모를 당하고도 "답안지 밀려 쓴 거야", "난, 중간은 없어"라는 대사는 웃음을 유발했다.
"나 없는 데서 아프지 마", "그러면 나를 좋아해, 가능하면 진심으로. 난 네가 좋아졌어", "머리를 기대지 말고 마음을 기대야지, 멍충아", "울리기만 해서 미안해", "네가 어디든 뒤돌아보면 내가 서 있을게"라는 여운을 남기는 말도 했다.
김은숙 작가가 대본을 썼지만 이를 소화해 내뱉은 이민호의 대사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종영까지 2회를 남긴 '상속자들'에서 이민호의 어떤 말이 명대사로 남을지 관심이 쏠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