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은 꽤 흥미롭다. 150억 원이 투자된 조선판 해양 블록버스터라는 점도 눈길을 끌긴 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 '상어'에서 호흡을 맞춘 뒤 열애설이 불거진 배우 김남길과 손예진이 주인공으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기 때문이다.
"드라마 '상어'와 '해적'은 색깔이 다르지만 각자의 캐릭터가 실제 우리만의 개성이 살린 옷을 입는 것 같다. 극 중 예진씨에게 내가 많이 깐족거리기도 하고, 예진씨는 그걸 강하게 받기도 하는데 평상시랑 닮았다. 전작에서 이미 호흡을 맞춰 촬영하기 편하고 좋은 것 같다."
이날 제작진은 화려한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는 세트장을 공개했다. 극 중 소마(이경영) 일당의 해적선이다. 김남길과 손예진이 포로로 잡힌 장면을 촬영했다. 이 세트는 높이 9m의 짐벌(Gimbal) 위에서 움직이게 만들어졌다. 배 한 척당 3억 원, 3대니 배 제작에만 총 9억 원이 들었다.
'해적'은 조선의 옥새를 삼켜버린 귀신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내려온 산적 장사정(김남길)이 여자 해적 여월(손예진)과 함께 바다를 누비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체 촬영분량의 85~90%가 진행됐고,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영화 '두 얼굴의 여친'과 '댄싱퀸'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이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게 우려스럽다고 할 수 있으나 지레짐작은 섣부르다.
이 감독은 "해적과 산적이 바다로 가며 벌어지는 모험 활극 액션"이라며 "바다에서 벌어지고, 판타지 성격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해적'보다 먼저 촬영에 들어갔던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명량-회오리바다'를 언급하며 "시행착오를 참고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적'은 조니 뎁 주연의 '캐리비안의 해적'과 비교되기도 한다.
손예진은 "의상과 분장은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여기에 한국적인 이미지를 더했다"며 "이 영화는 퓨전 사극에 해적이 더해진 주제로 한국 영화가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다. 향후 한국 영화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추위와 싸우며 고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너무 추워 욕할 뻔했다"는 말을 덧붙여 웃음을 주기도 했다.
한 가지 더. 기온이 뚝 떨어지고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린 현장에서는 김남길 팬들의 사랑도 전해졌다. 배우와 스태프 등을 위한 분식차와 손난로가 준비돼 있었기 때문. 춥고 짜증이 나는 날씨였으나 팬들 덕에 배우와 스태프는 힘이 났었을 것 같다. 현장 취재 온 매체들도 그 행운을 조금 누렸다.
[남양주(경기)=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