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는지 살았는지 그거 확인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 그곳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되어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된 평범한 한국인 주부(전도연 분)가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수감된 정연은 도움을 요청하지만 깜깜무소식. 그녀를 기다리는 남편 종배(고수 분)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건은 해결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긴장감을 전하며 정연과 종배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정연과 종배, 두 사람은 행복한 가족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집으로 가는 길’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 그곳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되어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된 평범한 한국인 주부(전도연 분)가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수감된 정연은 도움을 요청하지만 깜깜무소식. 그녀를 기다리는 남편 종배(고수 분)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건은 해결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긴장감을 전하며 정연과 종배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정연과 종배, 두 사람은 행복한 가족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집으로 가는 길’
[MBN스타 여수정 기자] “반가워요. 잘 오셨어요.”
배우 고수는 인터뷰 현장의 어색한 정적을 특유의 미소로 날려버렸다. 부드러운 인사도 잠시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감상평을 되물으며 진지한 자세로 경청했다. 꼼꼼하게 경청하는 그의 모습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했고 더불어 자신이 표현한 종배가 보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을까를 향한 궁금증의 깊이를 깨닫게 만들었다.
고비드 고수와 칸의여왕 전도연이 만난 ‘집으로 가는 길’은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범으로 오인돼, 대한민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거리인 마르티니크 섬 감옥에 수감된 평범한 주부와, 그런 아내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 애타게 호소하는 남편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극에서 고수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편 종배 역을 맡았다. 평소 조각 같은 외모 덕분에 ‘고비드’로 불리는 그가 그동안의 귀티 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대신 지극히 평범하고 조금은 철부지인 남편이자 가장으로 분해 파격 연기변신을 선보인다.
앞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도 알려졌듯 고수는 배역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체중 8kg을 증가했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걸까. 고수의 바람대로 애절한 눈빛을 가진 평범한 가장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물론 고비드의 느낌을 아니까 얼굴만큼은 전혀 평범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의 순수하고 감정을 담은 눈빛은 종배 그 자체다.
“연기자로서 영화 속 종배의 답답하고 무능한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보통 남자캐릭터는 주로 멋있고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결하는 역이 대부분인데 우리 영화는 조금 다르다. 나는 종배를 보면서 우리 주변의 가족들에게 소홀한 가장의 모습을 봤다. 밖에서 후배나 동생들에게는 살갑게 대하지만 막상 집에 들어오면 사소한 것에 소리 지르고. 극 초반 종배는 못난 남편이지만 극이 후반부에 갈수록 철이 들지 않냐. 사실 종배 역을 열연하면서 먹먹하고 답답했다. 스스로의 무능력과 무력함에 부딪혔을 때의 그 상실감과 자아 괴로움이 컸을 것이다.”
↑ 고수가 ‘집으로 가는 길’로 관객과 만났다. 사진=이현지 기자 |
“평범한 가장의 답답함과 무력, 아무도 내말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의 그 막막함을 가진 캐릭터는 나의 또래 남자 배우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래서 더욱 역할을 표현하고 싶었다. 남자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집으로 가는 길’을 관람한 남자들은 종배를 못난 놈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남자니까 특히 많은 가장들이 종배의 마음에 공감할 것 같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지칠만한데 끝까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종배의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이는 이르지만 할 수 있다면 노역도 해보고 싶다. 드라마 ‘피아노’ 당시 조재현 선배의 나이가 30대였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부성애를 표현하는 역을 관심 있게 생각 중이다.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는 피하거나 기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차피 연기할 것이니까. (웃음)”
고수의 끊임없는 ‘종배앓이’는 보는 내내 훈훈함을 안겼고 얼마나 배역에 몰입하며 촬영에 임했는지 훤히 알 수 있었다. 계속되는 종배예찬과 종배의 모습을 너무도 잘 표현했기에 ‘집으로 가는 길’을 통해 제대로 물 만난 고기 같았다. 고수는 “마치 제 옷을 입은 것 처럼요?”라며 호탕하게 웃었고 이내 “실제로 나를 아는 분은 ‘털털하고 인간적이다’라고 말한다. 사실 나는 털털하고 소박하고 옆집오빠 혹은 옆집 아저씨같은 사람이다”라고 망언 아닌 망언으로 재치를 보이기도 했다.
늘 고수는 외모칭찬에 쑥스러워하며 옆집오빠 혹은 옆집 아저씨같다는 말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상황을 넘어가려했지만 그런 집이 있다면 당장 이사가겠다는 말에 “있을텐데…”라고 다시 한 번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또한 “나는 그냥 내 나이같아 보이고 누구보다도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비결(?)이 있다면,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운동이 제일 좋은 것 같다”고 너스레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진지와 재치를 오가는 반전매력으로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고수. 그의 애정이 담긴 ‘집으로 가는 길’은 가족애가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다소 무거운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대중들의 관람을 망설이게 하는 면도 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고수는 곰곰이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고수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편 종배 역을 맡았다. 사진=이현지 기자 |
귀공자가 아닌 평범한 가장으로 2013년 연말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고수는 “처음으로 아버지 역할을 해서 부족한 부분도 있고 아쉬움도 남지만 점점 나이질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이며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