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tvN ‘빠스껫 볼’의 주인공 강산이 매력적이었던 건 단순히 화면 속 그의 모습이 잘생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농구밖에 몰랐던 순수한 소년에서 일제치하라는 시대의 아픔 속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강산의 모습은 안방극장을 매료시켰고, 눈빛만으로 강산의 모든 것을 표현했던 만 22살의 어린 배우 도지한은 그렇게 자신의 연기영역을 확장했다.
그저 잘생긴 배우라고 치부하기에 도지한은 무언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묘한 끌림이 있었다. 소년에서 남자로 나아가는 그 어느 지점에 머물고 있는 도지한은 원체 조용한 성격 탓에 뛰어난 언변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특출 난 유머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와의 인터뷰가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수줍게 웃는 미소와 연기에 대한 소신을 조근조근 말하는 그 가운데에서 나이답지 않은 진중함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영화가 좋아서, 영화 속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부러워서 연기를 꿈꾸게 된 도지한은 부모님의 강한 반대와 그로 인해 시작했던 짧지 않았던 중국 유학생활에도 그 마음을 쉽게 꺾지 못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도 연기를 향한 도지한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고, 결국 부모님이 최후의 수단으로 제시했던 현 소속사의 소속배우로 당당하게 합격함으로써 배우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 사진=이현지 기자 |
“‘빠스껫 볼’이 첫 주연작이다보니 주변에서 많이들 ‘부담되거나 걱정 되지는 않느냐’고 많이 걱정해 주셨어요. 저 역시 부담이 많이 됐죠. 그동안 누군가 준비해 준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다가 이제는 제가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사람이 됐잖아요. 근데 그게 또 처음에만 그랬어요. 초반 바짝 긴장했다가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준비기간이 있어서, 어느 순간 전에 했던 작품들의 연장 선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달라진 건 찍을 장면이 많아졌고, 그로인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 늘었다는 것뿐이었죠. 오히려 부담은 연기가 아닌 그 외적인 영역 농구에서 왔어요. 그전까지 농구를 해 본 적이 없다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실력이 많이 늘어서 취미생활로 즐길 정도는 돼요”
‘빠스껫 볼’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농구연습 몰입했다고 고백한 도지한은 본격적인 드라마 촬영에 돌입한 6월부터 종영됐던 12월까지 자신의 온 시간은 농구와 드라마 촬영에 쏟으며 쉼 없이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제작발표회 전까지 반 이상을 촬영한 사전제작 드라마였지만 그렇다고 그 다음은 넉넉하게 촬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사전제작이라서 이후에 여유롭게 촬영했으리라 생각들 하시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적은 분량이 남았더라도 후반에는 힘든 장면들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다들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어요. 게다가 ‘대본이 1회부터 4회까지 먼저 찍어놓자’가 아니었어요. 그럴 경우 4회까지의 대본을 가지고 일주일 동안 고민하고 분석하면 되는데 ‘빠스껫 볼’은 10분 분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니 한꺼번에 이를 다 외우고 인지하는 게 벅차더라고요. 게다가 시간이 아닌 장소에 따라 신을 몰아서 찍었는데, 그러다 보니 드라마는 바로 이어지는데 촬영하는 우리는 3개월, 4개월 텀을 주고 연기할 때도 있다 보니 연기를 이어가며 어려운 것이 있었어요. 언제는 ‘이전에는 어떤 감정으로 연기를 했더라’ 한참을 고민하기도 했어요.”
↑ 사진=이현지 기자 |
그렇게 힘들게 촬영한 ‘빠스껫 볼’이지만 정작 기록한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드라마 ‘추노’의 곽정한 PD의 신작으로 초반 눈길을 끌었던 ‘빠스껫 볼’은 동시간대에 방송된 MBC 드라마 ‘기황후’에 밀려 자리를 내어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시청률 적으로 아쉽지 않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것은 짧은 한숨과 함께 “아쉽다”라는 대답이었다.
“솔직히 어떻게 안 아쉽겠어요. 계속 주인공을 했던 것도 아니고 첫 주연작인데. 게다가 제가 드라마에서 이른바 ‘대박’이 났던 적이 아직 없어서 더욱 아쉬웠죠. 하지만 그렇다고 드라마 선택에 후회한다거나 실망한 것은 없어요. 물론 많은 인기를 얻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런 부분은 부수적이었고, 대단한 감독님과 뛰어난 연기력의 대선배님들 사이에서 연기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었거든요.”
저조한 시청률과 함께 ‘빠스껫 볼’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조기종영의 아픔이었다. 초반 24부작으로 기획된 ‘빠스껫 볼’은 6회가 줄어든 18회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빠스껫 볼’ 관계자는 해방 이후 단일국가팀이 농구경기를 펼치기까지 그 내용이 방대하다고 판단해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18회에서 종영하게 된 것이지 조기종영은 결단코 아니라며 해명했지만, 세간에서는 조기종영을 저조한 시청률과 엮기도 했다.
“조기종영과 관련해 많은 말들이 나왔다는 것, 저도 알아요. 뒤에 내용이 있긴 했던데 제가 봐도 남아있는 분량이 너무 방대하더라고요. 해방 이후 남북 농구팀 결성과정과 올림픽에 단일팀으로 나가기까지 여섯 개의 대본 안에 모두 담기는 벅차 보였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이번 종영과 관련해 촬영장 분위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많이들 걱정해 주셨는데 이미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준비했고 오래시간을 붙어있었기 때문에 현장은 즐거웠어요. 예정보다 방송분이 줄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년 안 넘어가고 올해 안에 잘 끝나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죠. 마지막 방송도 ‘빠스껫 볼’ 팀 모두 모여 다 같이 봤다. 끝까지 분위기는 최고였어요.”
↑ 사진=이현지 기자 |
“로맨틱 코미디, 할 수 있다면 꼭 하고 싶어요. 제가 대부분 무겁고 센 캐릭터만 하다 보니, 로맨틱 코미디 속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재미있을 것 같고 달달한 연기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은 처음에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튕기면서 여자주인공에게 까칠하게 대하다가 어느 순간 그녀에게 빠져 주체할 수 없는 허당의 면모를 보여주는 남자예요. 예를 테면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 주중원(소지섭 분)처럼 시크하면서도 자신의 여자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캐릭터요.”
단역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주연 자리에 오른 도지한이다. 연기경력 4년 차, 연기에 대해 자신이 생겼을 것 같다고 말을 건넸더니, 도지한은 아직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했다. 그저 열심히 할 뿐 연기가 늘었는지도 모르겠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아직 20대 초반이잖아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성장해 갈래요. 진정한 연기가 나오는 건 30에서 40대라고 생각해요. 그때쯤이면 저에게 잘 맞는 옷을 찾을 수 있겠죠.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바로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시는 안성기 선배님이세요. ‘타워’하실 때도 뵀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옆에서 지켜보는데 역시 오래 연기하고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을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배웠어요. 단순하게 짧게 5년 10년 연기하다가 끝나는 배우로 남기 싫어요.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바라요
인터뷰를 정리하는 시간, 만약 ‘빠스껫 볼’ 시즌2가 나온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고 슬쩍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무슨 그런 당연한 말을 하느냐는 표정으로 “저 아닌 강산의 모습 상상하실 수 있으세요?”라고 되물었다.
“저는 언제든 준비돼 있습니다. 불러주신다면 달려가겠습니다. 언제든지.”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