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송초롱 기자] ‘나쁜남자’로 가요계에 데뷔한 가수 비는 ‘태양을 피하는 방법’ ‘이츠 레이닝’(It's Raining) ‘레이니즘’(Rainism) 등 발매하는 곡마다 연이은 히트를 치며 남자 솔로 가수로서 가요계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인생사 호사다마라고, 그는 2013년 ‘롤러코스터’를 탔다. 배우 김태희와의 공개 연애부터 연예병사 논란으로 수없이 입방아에 올랐다.
이런 비가 주변을 하나씩 정리하고 약 4년 만에 가요계에 컴백한다. 컴백 준비에 여념없는 비를 서울 청담동 한 영화관에서 만났다. 민무늬 흰 티에 청바지, 소소한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일주일 동안 감기에 걸려서 앓아누워있었어요. 30대가 되니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연예병사 논란 이후 첫 컴백이다. 4년이라는 긴 공백기가 있었고, 각종 사건 이후 대중들은 그의 행보에 눈길을 모으고 있었다. 심한 부담이 있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괜찮다”면서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소 어두운 인터뷰가 될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비는 데뷔 13년 차 내공으로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군 제대를 하고 나서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계속 녹음실에만 있었다고 했다. 밤잠까지 안 자면서 열심히 준비한 앨범이라면서 눈을 반짝였다.
“전곡을 제가 작사·작곡했어요. 작곡은 배진열 씨랑 같이 했고요. 밀어주고 끌어주고 진짜 열심히 준비했어요. 주변에서 왜 곡을 안 받고 어렵게 작사 작곡을 다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곡을 받을까도 생각했어요. 곡을 받아서 들어보니, 다 좋은 노래들이었지만 딱 지금 유행하는 곡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다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10년 넘게 댄스가수를 했던 비인데 나다운 것을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옛날에 자주 들리던 박자, 멜로디를 바탕으로 만들었어요. ‘써리섹시’(30Sexy)는 일렉트로닉 같지만 사실 4비트에 일렉트로닉 음악을 살짝 얹은 것뿐이고요. 앨범 수록곡을 보시면 트럼펫, 브라스 같은 라이브 음악도 있고, 민요랑 창도 있어요. 앨범을 들으실 때 골라듣는 재미가 있어요.”
비의 말처럼 ‘써리섹시’는 반복적인 라인에 트렌디한 신디사이저가 더해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전에 보여줬던 비의 모습과는 약간은 다르다. 강렬한 비트로 사람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 것이 아닌 힘이 빠진 모습이다.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그의 보컬과 여유 있는 가사는 그의 연륜을 실감케 한다.
“이젠 댄스가수 할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몸이 예전 같지 않으니까요. 40살 될 때까지 강렬하게 할 순 없는 거잖아요. 춤 난이도도 그렇고 콘셉트도 그렇고 원래 저의 모습이 100이었다면 60으로 낮췄어요. 오랜 시간 활동을 하다보니까 강하게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더라고요. 미친 듯이 춤만 추고 자기 노래만 할 거면 뭐 하러 가수를 하나요. 경연대회나 나가지. 이젠 남은 에너지 40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보다 춤 잘 추는 사람도 많고 노래 잘 부르는 사람도 많잖아요.(웃음) 30대가 끝은 아니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닳고 다른 것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활동을 통해 남자도 하이힐을 신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유럽에서 유행중인 아이템인데 누가 하기 전에 제가 재빨리 도전하는 거예요. 하하.”
앨범 전곡 작사·작곡·프로듀싱에 파격적인 10센티 하이힐 도전까지. 힘을 뺐다고 하기엔 가수 비는 여전히 빛났다. 하지만 그는 “예전처럼 잘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잘되고 싶긴 하죠. 하지만 마음을 비웠어요. 제가 이뤄보니까 많은 걸 얻으면 얻을수록 고통이 큰 것 같아요. 예전엔 장난 아니었죠. 열의가 활활 타오르고 이 악물고 활동하고요. 그렇게 이 악물고 활동하니까 이가 깨지더라고요. 그 열의는 저에게 독으로 다가오고요. 4~5년 전부터 시끄럽게 살았잖아요. 좋든 안 좋든 말도 많았고 구설수도 많이 있었고, 그렇게 사니까 인생이 바닷물을 먹는 기분이었어요. 열심히 활동을 해도 항상 갈증이 나고 목이 마르고요. 원래 저의 꿈은 음악 프로그램 1위랑 아버지 집 사드리는 거였는데 말이죠. 공백기를 가지고 생각을 많이 하면서 결심했어요. 좀 여유 있게 살아야겠다고.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다사다난했던 사건을 겪었던 그는 좀 더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또한 인생의 길을 찾은 모습이었다. 그는 “어느 벼슬에 올라가던 무슨 소용 있겠어요. 대중은 저에게 부모님이에요. 저를 이 자리까지 키워주신 분들이죠. 그런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현재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도 솔직한 제 본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비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믿고 듣는 가수보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비주얼 가수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그는 차에 CD를 꼽고 하루 종일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되고 싶다고 했다.
비는 이러한 공연을 하면서 미국 진출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1월 말에는 영화 ‘더 프린스’ 3차 촬영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싸이 형이 워낙 큰 공을 세워서 삼 년 전보다 많은 오퍼가 들어와요. 오디션도 많이 보고 있고요. 현재 가수보다는 배우로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아요. 가수로서의 꿈도 있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에요. 좋은 프로듀서
비의 스케줄은 여전히 바쁘다. 그래도 그는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다시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걸어갈 예정이다.
“‘이제 비의 색깔이 확실하구나’라는 것을 대중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비, 안 죽었네’라는 말은 들을 자신이 있어요. 비는 비니까요”
송초롱 기자 twinkle69@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