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지금까지 했던 역할이 그래서 그렇지, 실제로는 깍쟁이와는 거리가 멀어요.”
자연스럽게 깍쟁이라는 이미지가 절로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KBS2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속 얄미운 시누이 방말숙은 마치 오연서를 위해 만든 것처럼 잘 맞아 떨어졌고, 이는 후속작인 MBC 드라마 ‘오자룡이 간다’ 속 철부지 막내딸 나공주로 이어지면서 ‘오연서는 새침데기 아가씨’라는 공식이 절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웨이브 머리와 화사한 메이크업, 최신 유행을 선동하는 화려한 패션까지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오연서가 갑자기 달라졌다. 트레이드마크와 같았던 긴 머리를 과감하게 자른 오연서는 MBC 의학드라마 ‘메디컬 탑팀’ 속에서 여학교 농구부 주장쯤으로 보이는 보이시한 매력의 3년 차 흉부외과 전공의 최아진으로 분해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사실 이번 ‘메디컬 탑팀’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이미지 변신이었어요. 저에게도 충분히 털털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순전히 캐릭터에 반해 시작한 드라마거든요.”
↑ 사진=한희재 기자 |
“최아진은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것 중에서 저와 가장 비슷해 연기하기는 편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극중에서 패션에 덜 신경을 써도 됐다는 거예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나 ‘오자룡이 간다’에서 깍쟁이 20대 아가씨 역을 연기하다보니 헤어스타일을 비롯해 옷 하나를 입는 것에도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는데, 털털한 아진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많이 편했죠. 제가 그동안 해왔던 역할이 그래서였지 생각보다 외모에 큰 관심이 없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긍정적인 성격이거든요. 깍쟁이와는 거리가 멀어요.”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4’를 시작으로 ‘오자룡이 간다’를 지나 ‘메디컬 탑팀’으로 마무리하기까지 2013년은 유독 MBC와 친한 오연서였다. MBC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오연서는 “잘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내 생애 첫 의학드라마 ‘메디컬 탑팀’이 끝나고 들었던 기분은 딱 ‘시원섭섭’이에요. 작품이 끝나면 늘 아쉬운데 ‘메디컬 탑팀’은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연기를 조금 더 잘했으면 더 좋았을 것과 같은 아쉬움은 늘 있었던 거였지만, 이번 작품은 의학용어가 낯설고 어려워서 더 힘들었어요. 응급실 같은 경우 긴박하게 해야 하는데 어려웠고 그런 부분들이 많이 낯설어 고생도 많이 했죠. 그래도 이상하게 끝나고 나니까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아요. 저희 팀이 미니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팀으로 이뤄지다 보니 촬영 내내 항상 붙어있는데다 나이대도 비슷하다보니 서로 굉장히 친했거든요. 사람들과 장난치면서 연기했던 것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 됐어요.”
시원섭섭하다는 오연서의 종영소감은 시청률에도 포함되는 듯했다. ‘메디컬 탑팀’은 성공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의학드라마임에도 저조한 시청률로 큰 난항을 겪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청률 이야기에 오연서는 “시청률이 더 잘 나왔으면 우리는 최고의 팀이 됐을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시청률 적으로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그래도 끝날 때는 시청률이 많이 회복돼서 다행이에요. 사실 연기하느라 정신이 없어, 시청률에 연연할 여유가 없었어요.”
↑ 사진=한희재 기자 |
“그런데 아진의 입장에서 보면 해피엔딩인 셈이에요. 태신을 짝사랑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만약 내가 아진이었다면 아무래도 태신보다는 성우를 선택했을 것 같아요. 저는 오랜 시간 같이 했고 옆에서 묵묵히 잘 챙겨주는 스타일이 좋거든요. 제가 덤벙대는 부분이 있다 보니 좀 더 잘 지낼 수 있을까 싶어요. 러브라인과 별개로 민호와는 나이가 비슷하다보니 정말 재미있게 잘 촬영했었어요. 같은 막내라인이라서 더 돈독했던 것도 있었죠. 민호가 성격도 좋고 매너는 더 좋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성격이어서 재미있게 촬영했었죠. 사실 민호 뿐 아니라 탑팀 멤버들과 잘 맞았어요. 워낙 팀 분위기가 좋다보니 웃으면서 촬영했죠. 재미있는 게 뭔지 아세요? 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오히려 제 주위에서 성우랑 이어지지 않은 것에 무척 아쉬워하더라고요.(웃음)”
다양한 작품을 한 오연서지만 그만큼 2013년은 부침이 심했다. 2013년 새해를 스캔들도 열기도 했었다. 열애가 아니라고 해명을 했음에도 ‘우리 결혼했어요4’에서 이준과 가상결혼생활을 한 만큼 당시 주위에서 쓴 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언급하자 오연서의 밝았던 낯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오연서는 짐짓 밝은 목소리로 “살다보면 힘든 순간들이 있는데, 그래도 그때마다 많이 배우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2003년 성장드라마 ‘반올림’의 이예림 역으로 연기를 처음 시작한 오연서는 벌써 10년차 배우다. 어린나이 연예계에 뛰어든 오연서는 이후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 경험을 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성장해 나갔다. 오랫 동안 연기를 하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자 오연서는 “다른 건 모르겠고 다만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 덜 떠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는 것으로 경험이 전보다 풍부해졌다는 것이에요. 어린 나이에 데뷔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나만의 학창 시절을 누릴 기회가 있었다는 거예요. 학창시절도 누렸고, 사람들과 함께 연극을 올리기 위해 땀을 흘리기도 했죠. 제가 예고에 연극영화과 출신이거든요. 그때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연극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그래서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이나 ‘갈매기’와 같은 작품들. 연극은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경우가 많아서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학교에서 작업했던 것에 대한 추억도 있고 확실히 결과물을 봤을 때 짠한 것도 있어요. 드라마와 다른 매력이 분명히 있어요. 같은 대본이라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연구하는 재미도 있죠. 아 이렇게 이야기 하니 지금이라도 당장하고 싶어지네요.”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진지한 오연서에게 연극 외에 하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너무 많다”며 하나하나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밝은 모습만 보여줘서 때로는 우울한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아니면 섹시한 역할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아직 어리니 에너지틱한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탐정물에 미녀 조수도 해보고 싶고. 하지
2014년 새해에도 좋은 작품을 만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싶다는 오연서. 지금보다 더 욕심내서 연기하고 싶다는 오연서의 모습 뒤로 어느새 카메라속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비치는 듯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