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변호인’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과 제국의아이들 임시완 사이에는 묘한 평행이론이 성립한다. ‘변호인’을 통해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스크린 데뷔를 성공적으로 알렸으며 동시에 천만관객 돌파라는 어머어마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8일 개봉한 ‘변호인’은 19일 새벽 12시 57분 천만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괴물’(1301만9740명) ‘도둑들’(1303만227명) ‘7번방의 선물’(1280만7677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9542명) ‘왕의 남자’(1230만2831명) ‘태극기 휘날리며’(1175만6735명) ‘해운대’(1139만 명) ‘실미도’(1108만1000명)의 뒤를 잇는 한국영화 사상 아홉 번째 천만관객 작품이다.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변호인’에는 송강호와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 조민기, 송영창, 이성민 등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아이돌 임시완이다.
2010년 제국의아이들(ZE:A) 싱글 앨범 ‘네티비티’(Nativity)로 가요계 데뷔한 임시완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허염의 어린시절 역을 맡아 연기를 선보였다. 당시 곱상한 외모에 자연스러운 감정연기를 소화한 그는 연기력이 다소 부족할 것이라는 아이돌 배우의 편견을 단번에 깨부수며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 후 ‘적도의 남자’ ‘스탠바이’ ‘연애를 기대해’ ‘미생 프리퀄’ ‘리오2’ 목소리연기,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등 다양한 작품에 등장, 노래는 물론 연기력까지 겸비한 팔방미인으로 그 두각을 보여왔다.
탄탄한 연기내공을 쌓은 임시완은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빛냈다. 가희 임시완의 연기인생의 정점을 찍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는 극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 차동영(곽도원 분)에게 치열하게 고문을 당하는 청년 진우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마치 실제로 고문을 당하는듯한 리얼함으로 보는 내내 안쓰러움을 자아내게 했으며, 아이돌 출신 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해도 되나 싶을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로 현재까지 호평세례를 받고있는 상황이다. 물론 임시완의 연기열정 덕분에 완벽한 장면이 탄생했지만 그의 고문연기에도 숨은 비결이 있었다. 선배배우 송강호의 열띤 호통(?) 때문이기도 하다.
송강호는 감정소모가 많은 고문장면을 앞둔 임시완을 위해 연기인생 사상 처음으로 누군가를 혼냈다고 전한 바 있다. 송강호 역시 자신의 호통 때문인지 임시완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 만족한다고 유별난 후배사랑을 보였다. 쓴소리를 단지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몸으로 표현한 임시완은 아이돌 배우의 모범적인 사례로 불려 마땅하다.
임시완과 마찬가지로 양우석 감독은 ‘변호인’이 입봉작이다. 고려대학교 철학, 영문학을 졸업한 양 감독의 경력은 화려하다. 로커스 창작기획본부 본부장, 올댓스토리 최고고객책임자(CCO), SK 인디펜던스 기획실 실장, MBC 프로덕션 영화기획실 프로듀서 등을 거쳐 충무로에서의 활약이 돋보일 영화감독으로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44살에 입봉한 양 감독은 첫 작품에서 다소 과감함을 보였다. 영화는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소재일 뿐 영화상에는 故 노 전 대통령의 흔적이 없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조금은 삐뚤어진 관점으로 영화의 평을 내놓기도 했다. 개봉 전부터 1만8871건의 댓글을 기록, 영화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양 감독은 “우리 사회가 이런 픽션도 만들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 두려움은 없다. 관객들이 영화를 영화로만 봐줬으면 한다. 영화를 통해 윗세대의 치열함을 현시대의 젊은이들이 배웠으면 한다. 1980년대의 치열함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 감독의 진심은 결국 대중들을 울리고 그들에게 강한 깨달음을 안겼다. 돼지국밥과 사투리 등으로 구수함을, 다섯 번의 공판마다 각각의 특색을 담아 속도감을, 진실을 위해 한 남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고 싸우는지 이 과정을 통해 만약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상상을 하게 돕는다. 또한 양 감독의 캐스팅도 적절했다. 정의의 사도 송우석 변호사 역에는 믿고보는 배우 송강호를, 실감나는 악역으로 보는 내내 주먹을 쥐게 하는 최동영 역에는 곽도원, 국민 어머니 김영애, 흥행작에는 꼭 모습을 보이는 오달수, 아이돌 배우 편견 깨버린 임시완 등 극중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를 보이는 배우들 덕분에 리얼함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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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