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도 꽤 달라졌을 것 같은데 크게 변한 건 없어 보인다. 여전히 유쾌하고 웃기다. 장난도 친다. 특유의 웃음을 짓고, '힝~'하는 추임새가 낯설지 않다.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오빠' 혹은 '쓰레기 형님' 모습은 바로 정우 자신이었던 것 같다.
정우는 팬들의 반응이 신기하다고 했다. 자신을 쳐다보는 것, 환호해주는 것에 대해 "반은 즐기고 있으면서도, 또 반은 부담감에 어쩔 줄 모르겠다"고 웃는다.
지난 연말을 '응사앓이'에 빠지게 만들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과거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대학 농구의 붐을 일으켰던 농구대잔치, 당시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 등을 소재로 신촌 하숙 학생들을 통해 과거 우리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어린 학생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웃기고 울리고,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준 '응답하라 1994'는 지상파 방송 부럽지 않은 인기로 케이블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 정우와 김성균 등 출연진이 프리 허그 공약을 이행할 수 있었고, 또 그 현장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들어 행사 시간이 단축되기도 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엄청난' 인기였다.
신 PD가 정우가 출연한 영화 '바람'을 보고 그를 캐스팅한 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사실 정우도 처음에는 몰랐다고 한다. 나중에 전해 들었다. "PD님에게 '바람을 좋아했다느니, 팬이었다느니라는 말을 직접 듣지는 못했어요. 나중에 전해 듣고 또다른 기쁨으로 느꼈고, 감동까지 먹었죠."
정우는 "신 PD님이 언제 어디서 무슨 프로를 하든, 연락이 오면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고마워하면서도, "물론 어떤 건지는 보고 나서 결정을 하겠지만"이라며 너스레도 떨었다.
'응답하라 1997'에 이은 후속편에 솔직히 관심은 있었으나 이렇게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정우, 김성균, 고아라, 도희, 유연석 등이 출연한다는 이야기에 반대하는 이도 꽤 많았다. 특히 고아라와 유연석, 김성균은 이름이 알려졌지만 정우와 도희, 손호준 캐그팅은 모험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 그럼에도 신 PD는 강행했다.
정우는 "감독님이 어떤 촉이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물론 "내가 캐스팅되지 않았어도 이 드라마는 잘 됐을 것 같다"는 겸손한 말도 했다. 그는 "배우들의 연기력보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감독님의 감각 있는 연출력이 인기의 첫 번째 요소였다"고 짚었다.
쓰레기(정우)와 나정이(고아라), 칠봉이(유연석)의 3각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쓰레기와 나정이가 이뤄져 칠봉이를 응원했던 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쓰레기, 아니 정우는 어떻게 사랑하는 게 맞는 것으로 생각할까.
정우는 "일단 사랑을 떠나 사람을 대할 때 진정성 있게 대하는 게 제일 편하다"며 "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거짓말하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입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물로 "살면서 거짓말을 안 할 수 없다. 살기 위한 것일 수도, 선의의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될 수 있으면 안 하고, 진실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랑에 대해서는 "돌려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직구로 어떤 고백이든 한다"고 덧붙였다.
1년 전 만났던 정우는 "연기가 하고 싶어 미치겠다"고 했었다. 유독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지금도 똑같을까.
정우는 "그때는 열정이 앞섰다면 지금은 현명하게 하고 싶다"며 "작품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작품을 하는가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응사'를 만나기 전 1년이 고통스러웠다. 그나마 지금은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그가 차기작을 고민하는데 신중하고 있는 이유다. 이미 다른 출연진은 차기작에 들어갔거나 2~3개 작품을 하고 있는데, 그는 아직 차기작을 택하지 않고 있다. 조만간 좋은 작품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