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총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가수 장필순 |
하지만 허점이 있다. 객관적 근거라는 음원·음반 판매량 자체가 열성팬이 많은 아이돌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시상식의 흥행을 바라는 주최 측과 가수·소속사 간의 보이지 않는 이해 관계도 작용한다.
그래서 '음악상'이라기보다 사실상 '인기상'에 가깝다. 정작 실력파 뮤지션들은 외면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온다. "상(賞) 줄 만한 상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음악계에서는 바로 한국대중음악상을 그 대안으로 꼽아온 지 오래다. 오는 18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은 지난 2004년 만들어져 올해 11회째를 맞는다. 음악평론가, 기자, PD,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들이 오로지 '음악성'과 '실력'으로만 수상자를 결정한다.
최우수 록, 모던록, 팝, 댄스&일렉트로닉, 랩&힙합 등 총 16개 부문 장르로 세분화해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과 노래를 조명한다. 그 다음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 등 종합 분야 4개 부문으로 나눠 최고의 영예를 안긴다.
문제는 진짜 '음악성'을 중요시 하다 보니 대중과 방송·언론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 다른 시상식에 비해 아이돌 스타의 비중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평소 방송에서 보기 어려운 장필순, 이승렬, 선우정아, 옐로우몬스터, 로큰롤라디오, 나윤선, 김오키 같은 대중에게 생소한 아티스트들이 주요 후보다. 이번 11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주인공은 장필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녀는 올해의 음반·노래·음악인 등 총 5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연말 가요시상식 대상을 휩쓴 엑소를 비롯해 f(x), 지드래곤 등 아이돌 스타도 있지만 이들은 신인상(엑소)이나 장르별 부문 수상 정도가 유력하다. 시상식 참가 여부도 미지수.
강일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은 "일부러 아이돌 가수를 배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타 시상식에서 주목하지 않는 장르까지 세분화 했기에 상대적으로 아이돌 스타의 존재감이 여느 시상식에 비해 약해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문별 후보에 올라 상까지 받더라도 아이돌 스타를 행사장에서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상급 가수의 경우, 아무리 바빠도 방송·신문사가 주최하는 시상식이라면 '울며 겨자먹기'로 참석하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은 소위 '눈치 볼' 사람이나 조직이 없다.
이지선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은 "후보에 오른 가수에게는 빠짐 없이 초청장을 보내지만 참가 여부는 그들 몫이다. 우리로서 누구 누구의 참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이돌 그룹이 없으니 선뜻 협찬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회사도 없다. 매년 협찬사를 찾기 위해 진땀을 빼온 사무국은 올해 결국 쓴 눈물을 삼켰다. 주요 협찬사를 구하지 못해 시상식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한국대중음악상의 협찬금은 0원이란 뜻이다. 보통 시상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7000만~8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선 사무국장은 "100여 명의 후원회원들이 그간 모아둔 회비로 올해 시상식을 치르게 됐다"며 "다행히 대관은 예스24 무브홀(350석 규모) 측이 무상으로 지원해 줘 큰 힘이 됐다. 내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 직원은 2명이 전부다. 상근직도 아니다. 각자 산업 전선에서 일 하면서 가요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주변에서 유혹도 있다. 취지와 권위로만 보면 '진짜 음악상'답지만 대중적 인기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조언이다.
이지선 사무국장은 "시상식을 빌미로 수익사업을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수상자 선정 기준도 흔들림 없이 유지된다. 그것이 한국대중음악상의 존재 이유이자 가치"라고 강조했다.
아이돌이 가요계 '대세'인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이 있는 곳에만 또 다른 돈과 권력이 쏠리는 현실. 비단 가요계만의 실상은 아니겠으나 씁쓸한 우리네 자화상이다.
김창남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은 "예산이 없어 힘들지만 대중음악상의 의미나 음악인들의 영광스러운 잔치는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시상식에 대한 여러 매체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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