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투애니원은 지난해 다소 주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드투어가 있었고, 씨엘의 솔로 앨범이 나오긴 했지만 투애니원 정규 앨범 발매가 계속 늦어지면서 빠르게 급변하는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서 영향력이 줄었다. 디지털 싱글 '아이 러브 유(2012)'와 '폴링 인 러브(2013)'도 인기를 끌긴 했으나 과거만큼의 파급력은 아니었다.
투애니원에 대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앞서 그는 2014년을 두고 "YG의 향후 10년을 결정짓는 도박 같은 해"라면서 그 첫 주자로 투애니원의 컴백을 예고하기도 했다.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는 사실을 그가 모를 리 없다.
대대적인 물량 공세가 시작됐다. 투애니원 뮤직비디오에 5억원을 투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정규 앨범 발매 소식이 이랬다 저랬다 고무줄이다. 소녀시대와의 맞대결 구도 역시 YG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절묘한 승부수가 됐다. 일각에서는 'YG의 언론플레이가 대단하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하지만 그는 점점 치밀해져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는 26일 공개되는 투애니원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의 제목이 '컴백홈'인 점만 봐도 그렇다. '컴백홈'은 과거 양현석이 몸담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히트곡과 제목이 같다. 그 자체만으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20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4 투애니원 월드투어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이는 증명됐다. '컴백홈'과 관련한 취재진의 궁금증이 가장 컸다. 더불어 다수 기사가 쏟아지며 또 다른 타이틀곡 '너 아님 안돼'와 두 번째 월드투어 '올 오어 낫씽'에 대한 프로모션이 극대화 됐다.
투애니원 산다라박은 이날 서태지와아이들의 '컴백홈'을 연상케 하는 패션 스타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특히 비니 모자에는 서태지를 떠올리게 하는 영문 스펠링 'S'가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산다라박은 "서태지와아이들의 '컴백홈'과 제목만 같다. 양현석 사장님이 안무를 짜고 하다보니 비슷한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완전히 새로운 곡이다"고 설명했다. 산다라박은 이어 "'S'자는 (서태지가 아닌) 산다라(Sandara)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기막힌 우연이다.
투애니원은 비슷한 시기 컴백하는 소녀시대와의 경쟁 구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소녀시대와 오랜만에 함께 활동하게 돼 기쁘다. 우리와는 다른 색깔을 갖고 있는 팀이기에 기대를 하고 있다. (소녀시대와 상관 없이) 해당 기간에 맞춰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일정대로 진행했고, 그 분들(소녀시대)도 잘 되면 좋겠다"는 게 투애니원의 말이다.
산다라박은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걱정을 많이 했다. 투애니원 멤버 네 명의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정규 앨범을 통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월드투어로 다져진 내공도 한몫 거든다. 투애니원은 내달 1일부터 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공연을 시작으로 두 번째 월드투어를 시작한다. 한국 일본 중국 등 9개국 12개 도시에서 총 17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
투애니원은 "월드투어를 하면서 음악과 무대로만, 온전히 우리를 위해 와준 팬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뜻 깊었고 아티스트로서 공연을 만들어가며 많이 배웠다.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모 아니면 도다. 투애니원은 "데뷔 6년차인데 두번째 정규앨범이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뵙는 것 같아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다 보여주고 싶어 공연명을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으로 정했다.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하려 한다"고 전했다.
비욘세 등 유명 팝스타의 공연을 연출한 기획자 트래비스 페인과 스테이시 워커가 다시 한 번 투애니원과 호흡을 맞춘다.
트래비스 페인은 "2NE1 멤버들을 합쳐 놓았을 때 뮤지션으로서 굉장히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고 인상적이다. 자넷 잭슨 등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을 해봤는데 각각의 멤버가 좋은 에너지를 냈다. 투애니원 멤버도 그들처럼 각각 좋은 재능을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스테이시 워커는 "투애니원은 정말 대단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케이팝 한류는 '붐(Boom)'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으나 투애니원은 다른 해외 아티스트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고 높게 평가했다.
YG의 아낌 없는 지원과 투자는 투애니원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다. YG는 투애니원 공연에 해외 유명 스태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제작비를 쏟아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YG 공연기획팀 정치영 이사는 "국내외 정상급 스태프가 모여서 쇼를 준비하고 있다"며 "월드투어 전체를 보고 만들었기에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은 SK핸드볼경기장만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제작비를 들였다"고 귀띔했다.
그래서 일산 킨텍스 전시장을 대관했다. 정 이사는 "SK핸드볼경기장에 가기 전 공연 매출액을 모두 지출했다"며 "서울 공연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다른 해외 공연에서 수익이 날 것이다. 질 높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그래야 다른 해외 공연에서도 통한다.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창피한 공연을 할 수 밖에 없다.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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