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이 25일 서울 홍대 인근에 있는 V홀에서 정규 15집 발매기념 쇼케이스를 열고 있다(사진=강영국 기자) |
2월 25일 오후 2시 서울 홍대 인근에 있는 한 작은 공연장. 가수 이상은(45)의 정규 15집 '루루(lulu)' 쇼케이스 현장에서다. 어느덧 불혹을 넘어선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 아주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제 음악을 들은 사람이 무지개 건너 보물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상은은 이날 앨범에 담긴 총 9곡 중 타이틀곡 '태양은 가득히'와 '들꽃'을 들려줬던 터다. 두 곡에 대해 그녀는 "사실 오랜 시간 음악을 하다 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를 응원하는 노래를 부르곤 하는데 이 곡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꿈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가다. 너무 멀어 흐릿하게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달리는 사람들에게 이상은은 "그 별은 사실 당신의 가슴 속에 거대하고 밝게 타오르는 태양"이라고 말한다.
이상은은 이번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편곡했다. 기존 스튜디오 작업을 버리고 홈레코딩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앞서 이상은의 음악에서 들을 수 없었던 독특한 음악적 질감이 표현됐다는 평가다. 꾸미거나 다듬어지지 않아 이상은의 진심이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는 평가다.
이상은은 "모든 것을 혼자 하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음악적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고 느낀다"며 "앞으로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된다. 그래서 새로운 출발점에 선 기분이다. 사운드의 옷을 직접 만들어 보니 어렵더라. 다만 내가 직접 옷(음악)을 짠 만큼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잘 전달된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걸그룹 소녀시대와 2NE1의 맞대결로 시끌벅적한 요즘 가요계다. 조용히 마음을 추스리고 싶은 음악 팬이라면 이상은의 정규 15집을 들어볼 만 하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이상은을 두고 "한 뮤지션이 한결 같이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여성싱어송라이터의 힘이 크지 않은 국내 대중음악시장에서 15집을 발매한 그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경외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가수 데뷔 27년차 이상은의 꿈은 소박하다. 그녀는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뭔가 묵직한 심지 같은 것이 생긴다. 그저 내 일을 해나간다는 담담함이 좋다. 여전히 재료(사운드)를 연구하고 그들을 어떻게 써야하는 지 알아가야 하는 일. 그렇게 뭔가 알아간다는 게 행복하다"고 흐뭇해 했다.마치 마법사 같은 매력의 묘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그려졌다. 음악의 마법사.
이상은은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데뷔했다 이후 지난 26년간 ‘언젠가는’ ‘비밀의 화원’ ‘삶은 여행’ 등을 명곡 반열에 올려놨다.
fact@mk.co.kr /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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