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 2. '겨울왕국' 동화책은 물론, 캐릭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귀요미 캐릭터 '올라프'를 선물로 받은 또 다른 꼬맹이는 아빠한테 자랑하기 바빴다. 어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카, 아이, 동생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때문에 요즘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신드롬이라는 말을 남발하는 것 같지만, 영화 '변호인'에 이어 곧바로 1000만 명을 감동시킨 영화 '겨울왕국'을 향한 호응은 다른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
특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갖는 의미는 더욱 더 크다. 3일 영진위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지난 1009년 1000만 관객을 넘은 '아바타'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객(배급사 소니픽쳐스 기준 2일 오전 11시 기준)을 넘은 외화로 이름을 올렸다.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 1000만 관객을 넘다.
타깃 관객층이 많다는 건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유치하고, 어린이용이라는 편견에 표를 사 영화를 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다. 그런데 '겨울왕국'은 그 '벽'을 뛰어넘었다. 진정으로 남녀노소가 다 볼 수 있는 영화였다는 평가다. 꼬맹이들 단체관람, 손을 맞잡은 연인, 가족단위 관객들이 영화관을 가득 메운 진풍경을 이뤄냈다.
애니메이션이 1000만 관객을 넘은 건 처음이다. 그간 애니메이션은 흥행이 되긴 했었다. '쿵푸팬더'와 '슈렉' 등이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상징적인 숫자 1000만은 어떤 애니메이션도 깨지 못했다. 또 흥행 블록버스터 '아이언맨'이나 '어벤져스', '트랜스포머'도 1000만이라는 상징성을 넘지는 못했다.
수입도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총 흥행수입 9억 8500만 달러 가운데 한국에서만 72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뒀다. 시장이 작은 한국에서 엄청난 기록이다.
-디즈니의 변신, 똑같은 공주 이야기가 아니다… 왕자 따윈 필요 없어
과거 '라이언킹', '인어공주' 등으로 명성을 쌓은 디즈니는 한동안 쇠락의 길을 걸었다. 드림웍스 등 애니메이션 전문회사들의 활약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6년 디즈니가 픽사를 합병한 후 탄생한 '라푼젤', '주먹왕 랄프' 등이 또 다른 모습으로 관객의 마음의 문을 열게 했다. 이야기가 좀 더 탄탄해졌다는 평이다. '겨울왕국'은 정점을 찍었다.
왕자를 찾고 도움을 얻었던 과거 공주들과는 달랐다. 진부함을 넘어 "그냥 내버려 둬. 내 뜻대로 할 거야"를 외치는 엘사는 관객의 넋을 나가게 했다. 자신의 신기한 능력을 들키지 않으려 억압받던 엘사가 자유롭게 되는 과정이 누구에게나 자리 잡은 어떤 걱정과 마음의 짐을 덜게 하고 힐링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엘사와 안나 자매의 사랑은 영화를 완성했다.
-'렛 잇 고', 이렇게나 뜨거운 패러디라니
극 중 엘사 역의 이디나 멘젤이 부른 '렛 잇 고'는 영화 개봉과 동시에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했고, 여전히 순위권이다.
특히 국내 가수들의 '렛잇고' 부르기 열풍까지 불러왔다. 걸그룹 씨스타의 효린이 정식으로 국내 버전 '렛잇고'를 불러 사랑받은 데 이어 다비치의 이해리, 에일리, 손승연 등이 '렛잇고'를 불러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앞서 성악과 출신인 배우 이유비는 최근 SBS '인기가요' MC 신고식을 '렛잇고'로 치렀다. 또 한 네티즌은 지난 2009년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 장면에 '렛잇고'를 삽입,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영상 때문에 누리꾼들의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개그 소재로 쓰이는 것도 당연했다.
한국영화 시장 규모는 급상승하고 있다. 이제 한 사람당 연간 4편의 영화를 보는 시대로 접어 들었다. 지난해 영화관객 누적수는 2억명을 돌파한 상황. '겨울왕국'도 그 바람을 탔다.
1000만 영화가 탄생하기 어려웠는데 2009년 '해운대', 2012년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2013년 '7번 방의 선물', '변호인', 그리고 '겨울왕국'까지. 괜찮은 영화들이 나오면 앞다퉈 지갑을 연다. 올해 몇 편의 1000만 돌파 영화가 더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더 주목할 점은 아직 '겨울왕국'의 신드롬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겨울왕국'은 오는 6일 비영어권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싱 얼롱(Sing-along)' 자막 버전을 정식 상영한다. 상영 중 노래가 나오는 부분을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특별한 상영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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