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색다른 다큐멘터리 영화가 탄생했다. 무당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굿과 공연의 세계로 관객을 빠져들게 한다.
박찬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신’은 대한민국 대표 큰 무당이자 세계가 인정한 굿의 천재 만신 김금화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린 판타지 다큐드라마다. 영화는 다소 시끄럽게 들릴 수도 있는 귀에 익숙한 사물 소리와 화려하게 단장한 채 신중하게 굿을 하거나 때론 다채로운 표정과 행동으로 공연을 펼치는 김금화의 모습을 선사하며 관객에게 신기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속 자체가 가장 오래된 종교고, 불교 전부터 있던 고대문화다. 고대문화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만큼 풍부한 문화인 것이고 오랫동안 쌓여온 문화다. 지금까지 우리가 무속 대하는 태도 두 가지였다. ‘무섭다’와 희화화 시키는 태도. 그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냐. 문화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게 우리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실태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특히 김금화 선생님 생애 같은 건 새로운 눈으로 봐야 된다고 생각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김금화는 많은 주목 받았다고 한다. 박 감독은 과거 많은 사람들이 김금화를 통해 무속에 대해 새로 알곤 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하루빨리 무속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야 된다고 결심했다.
“김금화 선생님을 택한 이유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매력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태가 너무 곱고 성격도 매력적이다. 낙천적이다. 무속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방송 출연도 많이 하시고 다른 무당에 비해서 훨씬 더 대중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이 영화가 그런 노력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큰 이유는 김금화 선생님의 자서전을 보면 역사하고 갈등하고 만나고 하는 것이 다른 어떤 무당보다도 많이 접했다. 무속을 다루지만 김금화 생애를 통해 한국 역사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평소 방송 출연으로 무속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김금화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을 것도 같았다. 박 감독에게 김금화와의 첫만남에 물으니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큰 무당을 보는 거니깐 긴장이 많이 됐다. 혹시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시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웃음) 처음엔 많이 위축돼 있었지만 만나보니 편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시더라. 그래서 그런 느낌이 금방 사라졌다. ‘만신’을 만든다고 하니 김금화 선생님이 평소에도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무속을 널리 알리고 싶은 분이기 때문에 영화가 그런 점에서 파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만신’에는 신기를 타고난 아이 역을 맡은 배우 김새론과 신내림을 받은 17세의 소녀 역의 류현경, 모진 세월을 거쳐 최고의 만신이 된 여인 역을 맡은 문소리까지, 세 배우는 김금화의 드라마틱한 삶을 리얼하게 그려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세 배우 모두 실제로 신내림 받은 게 아니냐는 의문과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고, 그들의 신들린 연기력은 엄지를 절로 치켜세우게 만들었다.
박 감독이 생각하는 김금화로 출연하는 세 배우는 세 배우 모두가 잘해야 됐기 때문에 한 세트로 구성돼지 않으면 안됐다. 이에 박 감독은 이상적인 배우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배우들에게 출연 제안을 해 나아갔다.
“사실 실제 캐스팅은 류현경이 제일 먼저 됐다. 류현경은 상업, 독립영화 등 가리지 않고 다 하는 편인데 특히 독립영화, 예술영화 애정이 깊다. 게런티도 별로 없었는데 흔쾌히 촬영에 임해준 친구다. 류현경 분량을 찍고 트레일러를 만들어 ‘이런 영화다’라고 소속사에 보여주면서 캐스팅을 한 게 김새론이었다. 그 다음 같은 방법으로 문소리까지 캐스팅하게 됐다.”
“무당 연기가 쉬운 게 아닌데…. 한번 말문이 터지면 물 쏟아지듯이 나와야하고 보통 사람이지만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광끼와 세속의 세계, 현실 세계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김새론처럼 어린 애가 해낸 건 정말 기특하다.”
박 감독에게 ‘만신’은 그 어떤 작품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