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현장에선 이례적으로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살벌한(?) 기자 시사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특히 “뻔하지 않은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는 객석 속 평가가 들려왔다.
한 영화기자는 “자극적인 소재를 선정적이거나 이분법으로 단순하게 풀지 않은 점, 미스터리 한 구조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호기심을 유발하는 전개 방식이 신선했다”고 했다.
‘한공주’는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지난해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무비꼴라쥬상과 시민 평론가상을을 받았다. 이어 제13회 마라케시 국제영화제와 제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는 대상 격인 금별상과 타이거상을 수상했다. 제16회 도빌아시아 영화제에선 심사위원상, 국제비평가상, 관객상 등 3개 상을 휩쓸며 극찬을 받았다.
이 영화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가게 된 공주가 아픔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이야기를 그렸다.
청소년 집단 성폭행이라는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 한공주의 시선에서 한가닥 삶의 희망을 담담하게 전한다. 부조리한 우리사회를 맹렬하게 비판하면서도 응징이나 한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세상 속으로 다가가려는 한공주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절절한 몸짓에 더 비중을 둔다.
오디션을 통해 ‘한공주’ 역에 발탁된 천우희는 언론시사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연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애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공주’의 감정을 꼭꼭 감추려고 했다. 그리고 감정에 있는 그대로 녹아들려고 했다”면서 “나 혼자 촬영하는 게 많아서 항상 외로웠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4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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