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의상과 분장에 따라서 이미지가 달라져요. ‘그 역할 했던 배우 맞아?’ 하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배우로서 장점인 것 같아요.”
KBS2 일일드라마 ‘순금의 땅’의 연기를 봤을 때 어느 신인배우가 주인공을 꿰찬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2012년 여름,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시켰던 tvN ‘로맨스가 필요해2’의 귀요미 지희, 김태희 언니로 이름을 알린 MBC ‘마이 프리세스’의 악녀 이단과 동일인물이었다.
“’로필2’의 지희가 맞냐?”는 물음에 강예솔은 이미지가 확 바뀌는게 배우로서 장점이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덕분에 강예솔은 ‘순금의 땅’과 KBS1 대하사극 ‘정도전’에 동시에 출연했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 “시대극…시청자들의 추억 살아있어 더 부담된다”
강예솔은 ‘순금의 땅’에서 여자의 몸으로 인삼밭을 가꿔서 마을을 일으켜 세우는 순금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정도전’의 14회까지 출연했으며 강렬한 죽음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 작품에 함께 출연하면서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던 강예솔은 간만에 돌아온 휴식을 앞두고 ‘순금의 땅’ 아역 시절을 모니터링 할 계획을 세웠다.
KBS TV소설은 고유의 장르 특성을 지닌 작품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작품으로 사극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다. 그런 부분 때문에 강예솔은 연기를 하면서 좀 더 조심하고 고심하고 있었다.
“사극과 달리 시대극은 진짜 그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 있으니까 부담이 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당시를 추억하고 떠오르실 텐데 내가 못하면 그 분들의 추억이 깨질 것 같아서 힘들다. 극 중에서 ‘중학교도 못 다니고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살지’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 시대엔 중학교까지 다니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하면서도 정말 조심스러웠다. 디테일한 부분을 다 챙겨야 해서 신 경 쓸 부분도 많다.”
◇ “’정도전’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다”
‘순금의 땅’의 밝은 모습과는 달리 ‘정도전’에서 강예솔은 고려말, 힘겨웠던 시기를 살아온 하층민의 모습을 표현했다. 강예솔이 맡은 양지의 죽음은 정도전이 새 나라를 세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됐다. 당시 강예솔은 추운 날씨에 하얀 소복만을 입고 정도전 역의 조재현 앞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최근 같은 방송사인 ‘개그콘서트’까지 누르며 인기 급상승을 보이고 있는 ‘정도전’에서 빨리 하차하게 된 게 아쉽지는 않냐고 물었더니 강예솔은 “지금 방송을 보면 조금 더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해맑게 웃었다.
“양지 캐릭터에 대해선 대본에 정말 자세하게 나와있었다. 정말 대본에만 충실하면 캐릭터가 입혀졌다. 정도전과의 멜로가 그려지면서 지탄도 받았는데 마지막 죽는 장면으로 한 순간에 없어졌다.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아서 오래 살고 싶었다. 그렇지만 제가 오래 나오면 그만큼 임팩트도 떨어지고 정도전이 개혁하기엔 불충분했을 것이다.”
특히 강예솔은 ‘정도전’은 자신의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점 찍었다. 그는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 하면서 이렇게 편하고 캐릭터에 몰입했던 것은 처음이다. 주변에 선배님들이 많아서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이 역할을 했으면 이런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 “꿈 없이 연기자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희망 주고 싶다”
강예솔은 20대 중반에 뒤늦게 연기에 몸을 던졌다. 부모님의 권유로 계원예고에 진학한 그는 영화과에 입학해 영화 학도를 꿈꿨지만 우연한 기회에 연기자로 데뷔하게 됐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특히 그가 졸업한 계원예고 출신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 무대를 휩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전 제가 생각해도 느리고 차근차근 밟아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그게 부럽다기 보다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은 있었다. 다만 내가 잘 되면 나처럼 꿈 없이 예고에 진학하고 연기를 시작한 친구들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다.”
“전 30살이 넘으면 기회가 안 주어질 줄 알았다. 근데 전 29살부터 일을 더 많이 했다. 지금은 더 느긋해지고 정년이 없는 연기자라는 직업이 좋은 지 알겠더라. 왜 그렇게 조급했는지 모르겠다. 인지도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다작을 하면
‘정도전’은 끝났지만 ‘순금의 땅’은 아직 남아 있다. 강예솔이 달려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은 셈이다.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롤모델을 세워 다른 배우들의 좋은 점을 흡수하고 싶다는 강예솔의 바람대로 ‘순금의 땅’이 끝났을 땐 그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 지 궁금하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uc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