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연구실에서 일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정구(변요한 분). 그는 고등학생 시절 사제폭탄을 만들어 선생님을 다치게 한 후 소년원 신세를 졌다. 때문에 너무도 조용하고 평범하게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자신의 억압된 분노를 분출하기 위해 그는 사제폭탄을 만들고 자신을 대신해 이를 터뜨려 줄 집행자를 찾는다. 우연히 정구의 눈에 들어온 효민(박정민 분). 자신과 너무도 다른 모습에 그를 향한 미행은 깊어진다. 과연 정구는 집행자를 만나 억눌렀던 감정을 달랠 수 있을까. / ‘들개’
[MBN스타 여수정 기자]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배우 변요한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인터뷰라 어색해 한 말일수도 있겠지만, 그의 겸손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꽃미남을 연상케 외모에 부드러운 미소는 변요한의 무기이다. 그러나 단연 돋보이는 건 우수에 차 슬퍼 보이면서도 단정해 보이는 눈빛이다. 때문에 처음 그를 보면 차분하고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장난기 많은 발랄한 사람이다.
2011년 영화 ‘토요근무’를 시작으로 연기에 발을 내민 변요한은 그 후 ‘재난영화’ ‘목격자의 밤’ ‘까마귀 소년’ 금연 소셜무비 ‘세 개의 거울’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연기 시작부터 주연을 차지했으니 그의 연기는 이미 다양한 영화감독에게 인정받은 셈이다. 주로 독립영화에서 활동한 그가 2013년에는 설경구, 한효주, 정우성 주연의 ‘감시자들’에 출연해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 사진=프레인 |
“‘들개’에서 역할은 사제폭탄 생산자 정구다. 정구는 고등학생 때 선생님을 향한 반항심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간다. 자신의 분노를 직접 분출하기 보다는 사제폭탄을 만들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이를 효민(박정민 분)등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며 또 다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인물이다. ‘들개’의 내용이 어두워서 촬영장 분위기도 안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을 텐데 절대 아니다. 배우와 감독, 제작진 모두가 다 친해서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다만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다들 고생을 했다. 정말 촬영 당시는 너무 추웠다.”
‘들개’에서 변요한은 자신의 감정을 지그시 누른 채 억누른 삶을 살고 있다. 그가 배역을 잘 소화해준 만큼 보는 이들은 그저 답답하고 심지어 화까지 난다. 특히 자신의 치부가 교수에 의해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멋쩍게 웃는 변요한의 모습은 답답함의 최고조. 때문에 변요한과 극중 정구 사이에 거리감이 없어 보이지만 그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극중 정구와 성격이 비슷하지 않고 오히려 효민과 비슷하다. (웃음) 낯을 가리지만 장난기가 많은 스타일이다. 그래서 처음에 정구에 대해 이해가 안됐다. 트라우마가 있고 사제폭탄을 만들고 무엇인가에 억압되어있다는 점을 토대로 몰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님과 집이 가까워 거의 살다시피 했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 까닭에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했다. 그러나 정구의 감정을 영화 끝까지 가져가야 되기에 절제하고 감정선을 터뜨리지 말아야지라고 스스로 다잡았다.”
변요한의 노력 덕분에 관객들은 터질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는 정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앞서 언급한 우수에 찬 눈빛은 정구를 표현하는 데 신의 한수 같기도 했다. 눈빛이 매력적이라는 칭찬에 그는 “에이. 아니에요. 감사합니다”라고 손 사레를 치며 수줍어했지만 오히려 겸손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거만해질까봐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사실 자만해졌던 적도 많아 흔들린 시간도 있었다. 연기하는 데 자신감은 좋지만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굳이 나의 매력을 언급하라고 한다면) 나는 잘 먹는다. (웃음) 먹는 것 앞에서 사람들은 솔직해 보이지 않냐. 나는 잘 먹고 잘 웃고 장난도 많이 친다.”
쑥스럽겠지만 잘 먹는다고 숨은 매력을 밝힌 변요한. 그가 과거 말을 버벅거릴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건 밝히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다. 내성적이었던 그가 아버지의 권유로 하게 된 연극 덕분에 희열을 느끼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기자의 꿈을 꾸고 있다. 성격 변화를 위해 시작한 연극이 꿈을 찾아 주리라 누가 생각했겠냐 만은 소극적 성격이 그를 살리고 대중의 눈과 귀를 살린 셈이다.
↑ 사진=프레인 |
연기를 향한 애정과 소신에 적적할 센스를 더한 변요한의 답변은 느낌이 있다. 느낌 아는 남자 변요한은 ‘들개’를 시작으로 ‘우는 남자’ ‘소셜포비아’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 스크린에 자주 등장할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유독 독립영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출연한 상업영화는 ‘감시자들’과 ‘우는 남자’다. 사실 단편영화를 찍는 동안 장편영화는 찍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내 자신이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해서 다짐한 것이다. 기회가 닿아 ‘들개’를 찍고 ‘감시자들’을 찍고 ‘우는 남자’ 등 다양한 작품을 찍게 됐는데 주변에서 정말 많이 도와줬다. 난 작품을 찍기 전에 책임감을 느낀다. 임하는 모든 작품에 책임감을 느끼며 책임지고 싶다.”
겸손함에 책임감까지 갖춘 변요한은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해 연기하고 싶을까.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다. 난 도전하고 싶은 게 많기에 오랜 시간 동안 연기를 한 후 누군가로부터 ‘변요한은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 앞으로 공감하지 못한 역할들을 연기하고 싶다. 인물을 관찰해 집중력 있게 표현해 관객을 만나고 싶다. 물론 나 스스로 견문도 넓혀야겠지만.”
마지막으로 ‘들개’로 높아진 관심에 불을 붓듯. ‘우는 남자’ 속 역할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 사진=프레인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