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4년 만에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전’(Fall to fly-前)을 선보인 이승환이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이다. 1989년 데뷔해 총 10장의 정규앨범과 14장의 스페셜 앨범을 발매한 데뷔 25년 차 가수의 말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것도 무수한 히트곡을 만들어왔던 이승환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는 신인 못지않은 열정을 들고 대중들 앞에 다시 섰다.
2010년 10집 ‘드리마이저’를 발표하고 2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좀이 쑤셔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이승환, 주체할 수 없는 창의력 때문에 이번 앨범을 발표했다는 그의 말에서 쉽지만은 않았던 지난 4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최근 발매한 11집 ‘폴 투 플라이’는 앨범명도 ‘비상을 위한 추락’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10집 이후로 내리막을 걸었던 내 모습과 비슷하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는 그의 모습에서는 웬일인지 자신감이 묻어났다.
“언젠가 바닥을 치면 비상을 하잖아요. ‘추락’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희망적인 메시지에요. 지난 10집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후 슬럼프를 겪었어도 저 역시 음악 하는 사람인지라 몸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준비했죠. 만약 이 앨범마저 무너지면 정말 가슴이 아플 것 같아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어요(웃음).”
이승환이 말하는 물량공세는 바로 ‘홍보’다. 발매 이전부터 이승환은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녹음실에 화재사고가 있었다는 것도 그렇다. 물로 실제 화재가 일어난 것은 맞지만 그는 “사실 뻥튀기”라며 마케팅의 일종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물론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냥 묻히기엔 아까운 앨범이라는 것이 이승환의 생각이다.
앨범의 형태 또한 이를 입증하고 있었다. 그는 디지털싱글이 난무하는 현 가요계에서 더블앨범을 제작했다. 11집 ‘폴 투 플라이’는 전·후로 나누어 발매된다. 그 시작인 전(前) 앨범은 대중성을 고려한 곡들이 담겼으며, 이후 발매된 후(後) 앨범에는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곡들이 담긴다.
“‘전’ 앨범이 망하면 ‘후’ 앨범은 내지 않을 생각이에요(웃음). 이번에는 무조건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곡들을 우선 선별했죠. 완성도면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제 앨범 중 가장 높은 퀄리티라고 자부합니다.”
이번 앨범은 마스터링 과정을 6번이나 거쳤고, 미국까지 건너가 믹싱 작업을 했다. 이승환은 ‘자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확실히 달랐다. 무모한 선택일 수도 있는 이 앨범은 후배 가수들에게, 그리고 대중들에게 확실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승환의 앨범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배우 이보영을 비롯해 가수 이소은, MC메타(가리온), 유성은, 보컬그룹 러쉬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팝재즈 싱어 바우터 하멜(Wouter hamel)과 도종환 시인의 참여도 관심거리다.
“도종환 시인께 작사를 부탁한 건 곡을 만들어놨는데 제가 쓸 만한 가사가 아니더라고요. 전 실연당해서 찌질해진 남자나, 혹은 유머러스한 것에 특화됐잖아요.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는 곡은 진중하고 깊이 있는 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수록곡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지난해 8월 봉화마을에서 만난 도종환 시인에게 가사를 받은 그는 곡을 받자마자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렸다.
“사실 처음 곡이 만들어진 의도는 전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제가 부를 때 그 분이 떠올랐고, 그렇게 불러도 되겠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부르고 나니 헌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정치색 보다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것뿐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추억 팔이 보다는 새로운 음악을 공유하고 싶다”는 그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방면으로 고루 균형을 맞춘 앨범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도 결코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을 거예요. 70이 되어서도 유쾌하고 젊은 감각을 잃지 않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