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데뷔 3년 차에 접어든 그들이 올 봄, 컴백을 앞두고 조금은 특별한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 3월 22일, 코리아 익스프레스 에어의 에어택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세계 최초의 항공 음악 감상회가 열린 것. 강원도 양양공항과 광주공항을 전세기로 왕복하는 이번 이벤트는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기 원하는 피에스타의 욕심에서 시작됐다.
[MBN스타 이한솔 기자]
꽃을 닮은 소녀들의 봄나들이
↑ 사진=콜라보따리 |
발랄한 목소리가 양양공항에 퍼졌다. 세계 최초 항공 음악 감상회에 앞서 양양공항 역시 처음이라는 그들의 공항 패션은 상큼한 새내기룩. 금방이라도 학교 정문에서 나온 듯 단정하면서도 화사한 옷차림에 공항 분위기마저 밝아졌다.
“날씨가 따뜻해서 소풍 나온 기분이에요. 하늘에서 하는 소풍이라 더 특별해요.”(차오루)
차오루의 말처럼, 하늘에서 하는 소풍을 앞둔 멤버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20대의 보통 소녀들처럼 기대를 한껏 품은 얼굴이었지만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한편으로는 결연한 의지도 엿보였다. 익숙한 무대가 아닌 비행기 안에서 음악 감상회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최초니까요. 뭐든지 한 발 앞서 나가는 피에스타가 되고 싶었고 평소 우리에게 뜻 깊은 음악,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각자 곡 2~3개를 준비했어요. 마음을 울리거나 힐링이 되는 노래, 제일 슬프다고 생각하는 노래 등 멤버 각각 준비한 곡과 함께 피에스타의 노래도 함께 들려 드릴게요.”(재이)
이날 피에스타는 앞서 탈퇴를 선언한 체스카를 제외한 다섯 명의 멤버들이 함께했다. 다섯 명이 함께하는 첫 공식적인 자리에 선 그들은 아직까지 체스카의 부재가 익숙하지 않은 듯 보였다.
“함께 한 시간이 오래 되서 아쉽고 슬픈 마음은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마음으로는 함께라고 생각하고 활동 할 거예요.”(재이)
“당연했던 자리가 비워진다는 게 큰 것 같아요. 언니도 저희도 다 잘 돼서 다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어요.”(예지)
세계최초, 창공에서 추억을 공유하다
↑ 사진=콜라보따리 |
이어 역사적인 전세기 입성. 좁고 긴 통로를 사이에 두고 채 20석이 채 안 되는 좌석은 금세 사람들로 들어찼다. 간단한 안내 방송 후 전세기는 활주로를 향해 내달렸고 눈 깜짝 할 사이 하늘을 날았다. 잠시 뒤 리더 재이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 피에스타가 데뷔해서 활동 했던 곡을 먼저 다 들려 드릴게요. 첫 곡은 아이유 선배가 피처링 해준 곡, 여행을 가는 지금 상황과 잘 어울리는 ‘달빛바다’예요.”(재이)
바다 위에 별이 쏟아지는 듯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달빛바다’에 이어 피에스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뷔곡 ‘비스타’(VISTA)가 흘러나왔다. 이어 두 번째 싱글 타이틀곡인 ‘위 돈 스탑’(We don’t stop)과 새로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후’(Whoo!), 그리고 가장 최근에 활동했던 ‘아무것도 몰라요’까지. 2년간 활동했던 피에스타의 발자취가 한 눈에 흘러가는 듯 했다.
↑ 사진=콜라보따리 |
두 번째 주자는 피에스타의 막내 예지였다. 예지의 첫 번째 선곡은 릴 웨인(Lil Wayne)의 ‘식스풋 세븐풋’(6foot 7foot). 카르민(Karmin)이 커버곡으로도 낸 이 곡은 예지가 핸드폰 벨소리로 해둘 만큼 좋아하는 노래다. 예지의 랩만큼이나 파워풀한 곡으로 그의 말을 빌리자면 호불호가 확실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한다고.
올해 21살이 된 막내 예지는 평소 갱스터 기질이 있을 만큼 파워풀하고 성격도 급한 편. 하지만 가끔 소녀 감성이 나올 때 ‘아, 내가 아직 소녀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렌카(Lenka)의 ‘더 쇼’(The Show)를 두 번째 곡으로 선곡했다.
다음은 메인보컬 린지가 나섰다. 얇고 고운 음색을 가지고 있는 린지는 한 때 가요계에 일명 ‘소몰이 창법’이 유행했을 당시 자신의 목소리가 허스키 하지 않은 게 불만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을 변화시킨 노래가 있었다.
“데브라 모간(Debelah morgan)의 ‘클로즈 투 유’(close to you)를 우연히 들었어요. 주변에서 저랑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얇은 목소리도 여러 가지 테크닉을 쓰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구나 느꼈어요.” (린지)
‘클로스 투 유’에 이어 박정현의 ‘미아’가 흘러나왔다. 이 곡은 린지가 연습생 시절 슬럼프에 빠졌을 때 혼자 조명 하나에 기대 불렀던 노래다. ‘길을 잃어버린 나, 가도 가도 끝없는 날 부르는 목소리’ 등 주옥같은 가사들이 린지의 마음을 울렸다.
↑ 사진=콜라보따리 |
“어렸던 때라 사랑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슬프게 들렸어요. 그 뒤로 이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났어요.” (혜미)
감수성 여린 혜미는 이어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고 왔다. 캐롤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연습생 때 연습했던 곡인 머리이어캐리(Mariah Carey)의 ‘미스 유 모스트’(miss you most)가 봄날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으로 차오루가 사람들 앞에 섰다. 팀내 유일한 중국 멤버 차오루는 한국 가수와 영화, 드라마 덕에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 한국에 오기 전 드라마 ‘풀하우스’에서 비가 불러 처음으로 차오루가 배웠다던 한국 노래는 다름 아닌 동요 ‘곰 세 마리. 비행기 안에 ‘곰 세 마리’가 퍼지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엉뚱함이 매력인 차오루의 선곡이었다. 이어 차오루는 다음 곡을 소개했다.
“요즘 아이유 선배님께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기타 치는 모습이 너무 멋있게 느껴졌거든요. 연습하고 있는 곡은 아이유의 ‘복숭아’예요. 어려워서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꼭 완
멤버들의 사연과 추억이 담긴 음악을 듣는 동안 자리에 함께한 모든 사람들도 각자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창공에서 떠올리는 옛 추억. 대중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은 피에스타의 바람이 가장 높은 곳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②로 이어짐
이한솔 기자 ehehe_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