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KBS2 ‘불후의 명곡’이야 말로 과거와 현재의 음악의 접점에 있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는 2011년 시작돼 지금까지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011년 6월 ‘불후의 명곡’이 처음 방송됐을 때의 기획 의도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MBC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 버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가창력 있는 아이돌 가수들이 관객의 투표로 매회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 ‘불후’는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 부르는 모습으로 음악성을 인정받는 것을 넘어서 잔잔한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특히 ‘불후’는 방송에서 선보이는 곡들이 음원차트를 수놓으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수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만드는 음악들에 집중력을 갖게 된 것에는 경합이라는 장치도 한몫했다. ‘불후’ 권재영 PD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그리고 3년이 된 지금까지 계속되는 논란들까지 직접 들어봤다.
“20년 동안 가수 생활을 해온 한 중년 가수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처음 ‘불후’에 출연했을 때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경합이라는 장치가 스트레스였던 거죠. 당시엔 ‘경합이 아니면 정말 편하게 노래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더라고요. 그런데 조금 지나고 나니까 그 경합이라는 걸 ‘불후’에서 뺐다면 과연 자기가 그토록 집중해서 노래를 만들고, 부를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된 거죠. 긴장감이 긍정적인 영향이 된 케이스죠.”
지난 5일 방송에서 윤민수와 신용재는 이선희의 ‘연인’을 선보였다. 당시 윤민수는 노래를 하던 중 현기증을 느끼면서 휘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혼신을 다해 부른 탓에 그런 현사이 나온 거라는 설명이다. 그렇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경합이라는 장치 때문이었다.
‘불후의 명곡’은 점차 아이돌뿐만 아니라 노래는 잘하지만, 무명 생활을 오래 한 가수나 뮤지컬, 팝페라 가수로 출연의 폭을 넓히며 시청자 층도 함께 넓혀갔다. 원곡을 새롭게 해석한 편곡이나 정성이 담긴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는 흘러간 우리 노래를 재조명하며 ‘불후의 명곡’에 호평을 안겼다.
반면, 매번 화제가 되는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불후’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의 이유로 나뉜다. 첫 째는 가창력이 부족한 아이돌의 출연, 그리고 둘째는 과한 편곡으로 인한 명곡의 훼손이다.
“저도 알고 있어요. 시청자게시판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하죠. 하지만 그건 개인의 취향이니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사실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 15% 정도면 소위 대박을 친 거예요. 바꿔 말하면 85%는 그 프로그램은 안 본다는 거죠.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아무리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도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불후’도 마찬가지죠. ‘너무 흥미 위주로 만드는 거 아니냐’고 질문을 하시는데 예능프로그램을 흥미위주로 만들었다고 말하는 건, 뉴스를 너무 기사 위주로 간다고 하는 것과 같은 거 아니겠어요? 음악은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맞추기란 어려워요.”
이 같은 논란은 프로그램이 끝나지 않는 한 계속 될 것이다. 때문에 제작진들은 논란에 뒷걸음질 치기보다,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었다.
“사실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에요. 노래를 잘하는 거죠. 너무 명쾌하죠?(웃음) 그보다 처음에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편곡을 했을 때 원곡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거예요. 지금 편곡의 폭은 초창기보다 훨씬 더해요. 그러데 논란이 줄었다는 것은 편곡에 대해서 마인드가 오픈이 된 셈이죠. 포맷에 익숙해진 거예요.”
아이돌의 출연과 관련해서도 권 PD는 당당했다. 아이돌이라서 출연시킨 것이 아니다. 아이돌도 가수이기 때문에 섭외를 하는데 전혀 결격사유가 없다고 했다. 편곡과 출연진 구성 외에도 명곡을 재해석한다는 데 있어서 또 다른 고충이 있었다.
“가장 심한 고충은 시간이죠. 3주 정도 준비기간을 가져요. 이번 주에 3주 후의 방송분을 준비하고 또 다음 주에는 3주 후의 방송을 준비하고.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열흘 밖에 준비기간이 안 남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섭외 부분이나 여러 가지 부분 때문에. 근데 가수들이 대단한 게 그걸 또 다 하더라고요. 또 그것만큼이나 힘든 부분이 재정적인 부분이에요. 백댄서, 스트링, 편곡 등 무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빈부의 격차가 느껴진다. 특히 KBS는 다른 지상파 방송에 비해 제작비가 굉장히 적거든요. 그런 적은 비용으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무대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여기저기 치이는 곳이 많더라고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