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BC 제공 |
KBS·MBC·SBS 3사는 현재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군다나 SBS에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내줬던 KBS와 MBC는 이번 월드컵을 벼르고 있다. MBC는 월드컵 개막까지 2개월 여를 앞둔 지난 14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8강을 기원하는 한라산 등반 이벤트까지 진행했다. 이어 15일 오전 중문관광로에 있는 롯데호텔제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송종국 안정환 서형욱 해설위원, 김성주 캐스터 등 월드컵 중계진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홍보를 위한 자리인 점은 삼척동자에게조차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당연히 송종국과 안정환, 서형욱 해설위원에 대한 기대와 서로의 칭찬으로 문을 연 이날 기자간담회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덕분에 "치열한 월드컵 중계 전쟁에서 MBC가 시청률 1위, 절친한 축구 선후배였던 이영표 해설위원을 내세운 K본부(KBS)가 2위를 했으면 좋겠다"는 농 섞인 야심도 나왔다. 서로의 단점을 지적하는 타박도 자연스럽게 오갈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그들의 끈끈한 우정과 즐거운 열정을 엿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그들의 진솔함이었다.
MBC를 퇴사한 뒤 티핑엔터엔먼트 소속 방송인 신분으로 8년 만에 다시 월드컵 캐스터를 맡게 된 김성주는 "예전에도 시청률 경쟁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비장한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대접이 달라진 만큼 부담도 된다. 과거엔 MBC 직원이었기 때문에 경쟁에서 지더라도 쫓겨나진 않겠거니 했지만 이제는 솔직히 심리적 압박감이 많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김성주는 이어 "이번 한라산 등반 역시 전시성 이벤트가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자체가 우리 중계진이 갖고 있는 장점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다른 회사라면 한라산을 등반하자 했을 때 아마 이렇게 빨리 모여서 올라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MBC 월드컵 중계진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기동력과 분위기다.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주는, 힘있고 활력 넘치는 중계진의 조합이 이끌어 낼 화학작용(케미스트리)을 기대해 달라"고 바랐다.
송종국은 이미 약 1년간 해설 경험을 쌓으며 검증됐다. 부드러운 해설과 친근한 매력이 강점이다. 수비수 출신인 그가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폭넓다는 평가다. 반면 안정환은 무뚝뚝한 듯 보이지만 핵심을 잘 짚는다. 공격수 출신이 바라보는 시야도 남다르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대표로 직접 활약했으니 지금 대표팀 선수들과 정보 공유도 빠르다. 특히 홍명보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유대 관계가 남달라 한층 깊이 있고 생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색다른 해설 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축구 해설위원으로서의 이들 위상과 이미지다. 송종국과 안정환, 김성주는 각각 축수 선수이자 전문 캐스터 출신임에도 현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약 중이다. 송종국과 안정환은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통해 대표팀이 아닌 방송에서 다시 만나 인기를 끌고 있다.
김성주는 이를 의식한 듯 "나 역시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송종국과 안정환을 더 많이 봤다. 그런데 축구 해설할 때 이들의 모습은 또 달라서 나도 많이 놀라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두 사람이 정말 뛰어난 스타플레이어 출신임에도 예능으로 인기를 끌면서 오히려 그것이 단점으로 작용해 축구 선수 경력이 묻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른바 MBC 월드컵 F4(송종국·안정환·김성주·서형욱)는 자신들의 단점과 주변의 우려를 잘 알고 있었다. '다소 호들갑을 떠는' 송종국, '아직 야생마 기질이 남아있어서 방송 부적합 용어를 가끔 쓰는' 안정환, '다수 예능 출연으로 과거 보다 떨어져 보이는 전문성의' 김성주 등등이 그들이 직접 내린 자체평가다.
반면 경쟁 상대인 SBS 배성재 아나운서에 대한 칭찬은 이어졌다. "굉장히 공부와 준비를 열심히 한다" "스포츠 중계는 말이 빠르면서도 정확해야 하는데 그 둘을 다 갖췄다" "프리미어리그 중계도 하면서 전문가 못지않은 배경지식을 갖고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러한 상대에 대한 칭찬은 그를 능가하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서형욱 해설위원은 "15년 간 해설하면서 약 40명의 캐스터와 호흡을 맞춰봤다. 그 중 준비를 가장 많이 하는 캐스터가 바로 김성주다. 최고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노력하는 모습의 김성주를 보면 항상 든든하다"고 그를 추켜올렸다.
김성주는 "준비를 잘 한다고 해서 그걸 다 쏟아내는 게 때론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걸 어떻게 시의적절하게 던져 주는냐가 캐스터의 덕목이다. 특히 해설자와의 궁합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켠으론 2006년 차범근 감독보다 지금의 송종국 안정환이 훨씬 편하다.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F4 해설진은 "개인적으로 각자의 욕심은 없다. 모두가 즐거운 경기가 되길 바란다. 누가 해설을 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서로 서로 돕고 있다. 우리도 팀"이라면서 "대표님이 남은 기간 조직력을 갖추듯 MBC 중계진도 부족한 점을 보완해 최상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끝으로 안정환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마지막 순박한 한 마디도 취재진의 진심을 전해 울렸다. "좀 도와 주세요. 저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지만 MBC는 망가지면 안 되잖아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다. MBC 월드컵 해설진 'F4(송종국·안정환·김성주·서형욱)'는 최소한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월드컵은 MBC!'라는 8년 전 영광의 수식어를 이들 F4가 되찾아올 수 있을 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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