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이 10일째 이어지고 있다. 구조 활동이 길어지고 생존자 발견 소식이 단 한 건도 들려오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다. 하지만 스타들의 잇따른 기부 소식은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사고 직후 송승헌, 하지원, 온주완, 정일우 등 스타들이 앞장서 기부를 시작했고, 이는 릴레이처럼 연예계 전반에 번지고 있다. 금액도 천차만별이다. 앞서 전해진 스타들의 경우 1천만 원부터 억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나이 어린 스타부터 부부-가족 단위, 나아가 소속사 대표 명의로 아티스트들이 십시일반 하는 등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몫을 다 했다.
그런데 “누가 ‘얼마를’ 기부했다”는 데 의미부여가 되기 시작하면서 기부금이 껑충 뛰어 올랐고, 초반에 기부한 스타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던 분위기엔 왠지모를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기부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니 이제는 “얼마를 기부해야 하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스타들을 보유한 몇몇 기획사들은 차마 말을 못 하고 속앓이 중이다.
대중을 상대로 활동하는 스타들의 기부에 ‘전시성 의도’가 전혀 없다고 보는 것도 순진한 생각일 지 모른다. 누군가의 기부에는 호평 내지는 이미지 쇄신을 꾀하려는 뜻이 담겨있을 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역으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만을 위한 기부’는 없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한, 기본적으로 어려움이 닥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 기부를 강요할 순 없다. 공인 혹은 기업체의 사회 환원, 사회 공헌은 공적 책무이기도 하지만 명백히 주어진 의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기부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좋은 행위임은 분명하니, 이런 소식이 알려졌을 땐 그 사람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 될 일이다. 그런데 요 며칠 기부 릴레이를 바라보는 일부의 왜곡된 시선은 민망하기 짝이 없다.
세월호 피해자를 위해 1천만 원을 기부한 엠블랙 이준은 기부는 처음이라며 “적은 돈이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죄송하다”는 그의 말은 어쩌면 참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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