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개최 여부에 몸살을 앓았던 봄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이하 '뷰민라')가 공연 하루 전날 밤 돌연 취소됐다.
'뷰민라' 주최사인 민트페이퍼는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뷰민라 2014(BML2014)'는 공연장인 고양문화재단 측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인하여 진행이 불가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나 급하게 진행되어진 상황으로 인하여, 자세한 내용을 공지드리지 못함을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드리오며 진행 상황과 관련하여 첨부와 같은 공식 문서로 대신함에 깊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뷰민라 대관사인 고양시 고양문화재단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뷰티풀민트라이프 2014'가 전면 취소 되었습니다"라는 공지를 띄운 바 있다.
민트페이퍼 측은 고양시에 공문을 보내 "무대 세팅은 물론 리허설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제지나 협상 조치가 없었으며, 공연을 앞둔 지 불과 하루도 남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저희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급하게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하고, 고양시청을 통해 업무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취소 관련 기사를 배포한 부분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침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정서를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게 고양문화재단 측의 설명이지만 정작 뷰민라 측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취소 공지를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무거운 사회 분위기 속 음악으로 위로를 건네고자 묵묵히 무대를 준비해 온 아티스트들도 침통한 분위기다.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그 어떤 공연보다도 많이 고민하며 준비했던 '뷰민라2014'. 서로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그저 가벼운 딴따라질로 치부되어지는 것에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한곡, 한곡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적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오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주최측, 뮤지션, 그리고 관객을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로 만드는 이 선택이 과연 옳습니까?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못했기에 지금의 슬픔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닐까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스윗소로우 성진환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2014년 봄, 이 절망적인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우리가 할 일이, 우리가 지켜야 할 자리가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면서 "음악을 업으로 삼은 이후 그 믿음이 오늘처럼 많이 흔들렸던 적이 없네요. 만 하루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떤 압력에 의해 취소된 뷰티풀 민트 라이프. 견딜 수 없이 슬프고 부끄러운 밤입니다"라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또 박새별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하게, 아픔과,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담아 치열하게 준비했을 모든 뮤지션들과 스태프들의 마음을 또 이렇게 ‘무시’ 해버렸다. 당신들은 단 한 번도 음악을 통해 위로받은 적이 없는가"라는 글과 함께 고양시 문화재단에서 통보한 '뷰민라' 취소 통보장을 게재하며 분노했다.
뷰민라는 4월 26~27일, 5월 3~4일 총 4일 동안 고양아람누리에서 자우림, 데이브레이크, 언니네이발관, 페퍼톤스, 10cm, 소란, 제이레빗, 정준일, 글렌체크, 로맨틱펀치 등 아티스트 59팀의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현재 뷰민라 측 전 스태프들은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던 고양아람누리 현장에 나와 시설물 철수 작업 및 미처 취소 소식을 접하지 못한 관객들에 대한 환불 조치 등을 진행 중이다.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