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1980년대 영상가요라는 이름으로 당시 방송사에서 주로 제작하던 뮤직비디오는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시도가 돋보였다. 하지만 이 당시는 워킹 비디오, 가사충실형 등의 뮤직비디오들이 전부였다.
본격적으로 뮤직비디오가 제작된 것은 1990년대에 들어 서태지가 등장한 후였다. 90년대에는 스토리가 있는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지면서 보는 음악이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994년 가수 신승훈이 발매한 4집 앨범에 수록된 ‘그 후로 오랫동안’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신인 김지호는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1997년 홍경민의 1집 ‘이제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박진희 역시 지금은 스타반열에 올라 있다. 당시 박진희는 완전한 신인이었다. 홍경민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때는 뮤직비디오 덕을 보지 못했지만 결국 유명 스타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98년 홍경민의 2집 ‘내남은 사랑을 위해’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여주인공은 ‘여인천하’ ‘파리의 연인’ ‘울랄라 부부’는 물론,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가문의 영광’ 등 주연의 자리를 꿰차고, 각종 CF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김정은이다. 당시에는 MBC 미니시리즈 ‘해바라기’에서 삭발한 정신지체장애인 역을 맡고 있던 신인이었지만, 현재는 정상급 탤런트로 우뚝 선 것이다.
특히 5분 남짓한 한 편의 뮤직비디오에 제작비 수억대 이상을 투자한 것이 통례가 된 것은 조성모를 세상에 알린 데뷔곡 ‘투헤븐’(TO HEAVEN)이다. 1998년 조성모는 이병헌 김하늘 주연의 홍콩느와르와 신파멜로를 섞어놓은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뮤직비디오로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만으로 뜨기 시작했다. 그만큼 뮤직비디오의 힘은 대단했다. 물론, 이병헌과 김하늘의 몸값도 자연스럽게 치솟았다.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가 엄청난 영향력을 보이자 조성모는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해외로케를 통해 대규모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노래 한 곡의 뮤직비디오가 무려 10분에 이르기까지 했을 정도다.
때문에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에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용준, 이영애, 이미연 등의 톱스타들이 건재함을 과시했는가하면 신민아, 권상우, 김하늘 등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들이 출연해 톱스타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1999년 당시 탤런트 겸 가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김민종의 5집 앨범 ‘인연’의 수록곡 ‘순수’ 뮤직비디오에도 신인 김규리가 등장했고, 이를 계기로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이승환의 뮤직비디오 역시 신인 김남주, 김현주, 박신혜, 신민아 등, 신승훈의 ‘그 후로 오랫동안’을 통해 데뷔한 김지호, ‘내 방식대로의 사랑’을 통해 데뷔한 명세빈, 김현철의 ‘일생을’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한 김현주 등이 같은 길을 걸어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소속사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신인들도 많아졌다. ‘스타 등용문’이라는 이름을
대표적인 예로 이연희는 동방신기의 ‘마이 리틀 프린세스’(my little princess) 강타의 ‘프러포즈’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습관’ 등 소속사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도 했을 정도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