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골프 라운딩에 대한 질타보다 보도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분위기. 이경규의 행동에 대한 갑론을박을 떠나 ‘지나친 도덕성 강요’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네티즌 반응도 싸늘하다. 패러디와 조롱도 이어졌다.
특히 이같은 보도가 보도전문 채널인 YTN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충격과 실망감은 더욱 크다.
YTN은 지난 26일 “이경규가 이날 오전부터 전남 화순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로 연예계에서 애도와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경규의 골프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며 논란을 기대하는 듯한 리포트를 내보냈다.
곧바로 이경규의 소속사는 입장을 냈다. “수개월 전부터 초대를 받아 약속이 잡혀 있던 행사가 있었는데, 갑작스레 취소됐고, 행사 관계자이자 이경규의 지인이 자연스럽게 골프 라운딩을 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키고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YTN이 예상했던 논란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부실 초동대처에 대한 공분을 연예인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마녀사냥을 통한 ‘물타기’란 지적도 나왔다.
여느 때 같으면 대척점에서 날을 세웠을 법한 보수진보 논객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경규 골프 회동 논란, 애도는 의무나 강요가 아니죠. 그저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좀 더 배려심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섭섭하다’ 내 생각엔 이 정도가 적절할 듯”이라는 글을 SNS에 올리며 가혹한 보도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표 보수 논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구조와 직접 관계없는 공인들 골프 갖고 시비 걸면 안됩니다. 그럼 등산, 야구, 싸이클 여가 생활 다 중단해야 하나요. 골프장과 인근 식당들 하나하나가 다 국민경제입니다”라는 글로 이경규를 옹호했다.
이경규가 골프회동에 나선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을까. 앞서 홍순승 새누리당 세종시 교육감 예비후보는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해 물의를 일으켰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은 사고 발생 사흘째인 지난 18일 저녁 술자리에 참석해 건배사를 한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경우엔 술자리 논란이 아닌 골프다. 이경규 정도되는 유명 연예인이 이 타이밍에 합동 분향소가 아닌 사고 지역 인근 골프장을 찾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인들과 주말에 골프 라운딩을 가졌다고 해서 무개념으로 매도하는 것은 막무가내식 보도에 가깝다.
연예계와 공연계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굵직한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고 있다. 결혼 임신 등 경사스런 소식을 전하는 데도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주말 극장가 관객수도 전년대비 32% 하락했다고 한다. 26일에는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공연 하루 전 전면 취소됐다. 이를 두고 SNS에선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그 중 가수 김C는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음악으로 위로받아본 적 없는 이들이 있다면 인생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음악은 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즐거움 뿐 아니라 위로가 필요할 때도 음악은…”이라며 공연 무산에 대해 강한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분노와 절망에 빠져있는 가운데, 애도의 방법마저 한 방향으로 강요하고 있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더구나 공정해야 할 언론마저 한 연예인의 사생활을 이용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happy@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