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전북)=MBN스타 최준용 기자] 올해로 15돌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분위기 속에서 열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은 지난 1일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 위치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배우 이병준과 조보아의 사회로 포문을 열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하며 영화제를 찾는 게스트들은 레드카펫 행사가 아닌 무대인사 형식으로 경건하고 차분하게 입장했다.
▲ 세월호 참사와 관련, 애도의 물결 곳곳에서 묻어나
↑ 사진=한희재 기자 |
모악당 로비에선 국화 한 송이가 그려진 검은 배지를 개막식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영화제 관계자는 “진도 여객선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며 애도의 물결에 동참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영화제 홍보 현수막도 눈길을 끌었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현수막 하단부분에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추모합니다’라고 적어 넣어 거리 곳곳에 게시했다.
개막식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행사장에 참석한 2000여 명의 영화관계자들은 모두 기립한 채 고개를 숙여 애도의 물결에 동참했다. 김송일 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분들도 많이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고,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추모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언제까지 주저앉아만 있을 순 없다. 다시 힘을 내고 종전에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 가야한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받았던 아픈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해서 활기찬 모습으로 되돌아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라고 개막선언을 했다.
개막식 축하공연도 대폭 축소돼 재조정됐다. 개막 축하 공연은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인생의 회전목마’와 가수 넷 킹 콜의 ‘러브’(Love) 비교적 차분하고 경건한 곡을 선곡했다.
▲ 영화가 중심이 되는 영화제‧‧‧아쉬운 목소리도
전주국제영화제는 세월호 침몰 사건을 애도하기 위해 영화제 공식일정과 이벤트 등을 조정했다. 1일 개막식과 7일 시상식에 예정되었던 레드카펫 행사는 취소됐고, 개막식 시상식 후 치러지는 리셉션 행사도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내부에서 간소하게 무대인사를 진행한다.
또한 6일 예정이던 ‘지프, 관객과 만나다’(관객파티)와 축제 전일에 걸쳐 진행되는 거리공연을 취소했다. 영화 상영 전 틀어지는 공식 트레일러에 추모 메시지를 포함시켜 관객과 애도의 마음을 나눌 예정이다.
때문에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부대행사보다 영화 상영 그 자체에 집중하는 영화제가 된다. GV(관객과의 대화)와 시네마클래스, 마스터클래스, 상영작 관련 토크, 야외무대 행사는 변동없이 진행,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대화를 이어갈 기회가 주어진다.
고석만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개막식에서 “영화에는 소통과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엄정한 기준에 의해 선정된 작품들을 상영하고 영화가 중심이 되는 영화제를 만들 것이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영화제 분위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를 처음 방문한 영화전공 A씨(23)는 “처음 영화제를 구경온 것이라서 기대가 컸는데 세월호 사고 여파로 인해 행사가 많이 취소되고 축소돼 재조정됐다. 추모도 좋지만 꼭 취소하고 축소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방법으로 추모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대학생 B씨(23) 역시 “영화 상영이 중심이 되는 영화제 분위기는 바람직한 것 같다. 하지만 멀리 서울에서 전주국제영화제를 구경왔는데 행사장 분위기가 정말 조용해서 개막식도 취소됐는지 알았다. 내년엔 즐길수 있는 영화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8세 맞아?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로잡은 아역 김수안
↑ 사진=한희재 기자 |
만 8세의 아역 배우 김수안 양이 제 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모인 영화 관계자들을 사로잡았다. 김수안은 이번 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선정된 3D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세 번째 에피소드 ‘피크닉’에서 천재 아역이란 별칭에 걸 맞는 열연을 펼쳤다. 실제로 개막작 시사회에 참석한 언론 및 영화 관계자들은 8세 천재 아역이 펼치는 연기력에 감탄했다.
‘피크닉’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내가 ‘피크닉’에서 가장 주력한 건 김수안이란 미모의 여배우이다”라며 “김수안의 명민함을 담고 싶었다”고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수안은 “김태용 감독님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촬영하면서 단 한번 도 화를 내지 않으셨고, 내가 힘들 땐 직접 업어주시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재밌게 촬영을 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나이답지 않은 달변으로 영화 관계자들에게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장편 142편, 단편 39편으로 44개국 181편이 진출했고, 월드 프리미어 40편(장편 28편, 단편 12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4편(장편), 아시안 프리미어 50편(장편 33편, 단편 17편)이다. 영화제는 1일 개막을 시작으로 오는 10일까지 진행된다.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