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함에 빠진 만큼 올해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곁에 있을 때 더 많은 추억과 사랑을 나눠야 한다는 말이 새삼 더 뜨겁게 와 닿는 요즘, 가족과 '힐링'(Healing) 영화로 마음을 나누는 건 어떨까? 지극히 주관적으로 5개 작품을 꼽았다.
1. 이미 800만이 증명, 영화 '수상한 그녀'
최근작 '수상한 그녀'는 '70대 할머니가 20대 꽃다운 처녀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이라는 설정으로 기획된 영화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힘겨운 삶을 살면서도 자식 뒷바라지를 해 유명 대학 교수로 만든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은 한 사진관에서 영정 사진을 찍는다. "50년은 더 젊어 보이게 해 드릴게요!"라는 사진사의 말처럼 말순은 꽃다운 20대로 돌아간다. 그러곤 어린 시절 꿈인 노래를 부를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어머니이자 할머니는 자신보다 가족을 택한다. 판타지 가득한, 꿈같은 이야기지만 우리네 어머니이자 할머니의 인생과 가족 이야기는 관객에게 웃음을 제공하고,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리게 했다.
2. 얌마! 도완득!, 영화 '완득이'
옥탑방에서 희망 없는 삶을 살던 다문화 가정 청소년 도완득(유아인)이 담임 동주선생(김윤석)의 관심과 배려 속에서 자아 성찰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필리핀 이주민 여성과 척추 장애인 사이에 태어난 남자주인공 완득이는 우리 사회와 동떨어진 캐릭터는 아니다. 꽤 많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곳곳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멸시받는 일이 있고, 소외계층으로 외면받기도 하며, 가정 문제로 고통받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이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또 소년을 성장할 수 있게 했던 건 진정한 스승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가 꼭 특정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누구나가 스승이 될 수 있다. 영화는 '당신은 스승이 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묻기도 한다. 인생의 멘토 부모님, 학교 선생님과 다시 봐도 좋을 영화다.
3. 미국 미식축구선수 마이클 오어의 실제 이야기,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마약중독자 엄마와 헤어져 오갈 데 없는 흑인 소년 빅 마이크(퀸튼 아론). 한겨울에 티셔츠 하나로 걸어가던 이 덩치 큰 소년은 백인 상류층 주부 리앤(산드라 블럭)을 우연히 만난다. 하룻밤 재워줄 요량이었는데 소년의 안타까운 가정사에 리앤 가족은 그와 함께 살기로 한다. 그러면서 마이클의 삶은 180도 바뀐다. 보호자가 되어준 엄마는 공을 다루는데 소질이 있던 소년을 미식축구 선수로 키워낸다.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믿음과 희망, 긍정의 힘으로 편견을 이겨낸 실화다. '블라인드 사이드'(Blind Side)는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말한다. 우리 사회가 눈 돌리지 못하는 어두운 곳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희망을 만든 가정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산드라 블록은 이 영화를 통해 82회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4. 심오한 가족 이야기를 원한다면,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따뜻한 부성애를 기대했는데 '영~ 아니올시다'라는 댓글에 웃음이 났다. 하지만 영화는 굳이 브래드 피트가 멋진 아빠가 아니어도 됐다는 걸 일깨운다. 영화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아버지들과도 맥이 닿아있다. 1950년대 텍사스주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안에서의 아픔과 상처, 상실과 치유, 이해와 사랑의 과정을 심오하게 풀어낸 영화다. 40대 중반의 성공한 건축가 잭(숀 펜)이 어린 시절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던 자신의 유년기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권위적인 아버지(브래드 피트)와 자애로운 어머니(제시카 차스테인) 사이에서 성장통을 겪은 잭. 아버지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진다. 방황하는 소년을 통해 부모와 형제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는 섬세한 감정 연출은 물론, 가족이 이뤄지게 된 생명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 만들어낸 아름다운 영상들이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압도적인 아름다움은 생명의 탄생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5. 더 설명하면 이상하겠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아직 이 영화를 못봤다면 더 늦기 전에 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웅얼거리는 '렛잇고'가 지겨운 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가족 애니메이션 하면 '겨울왕국'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1000만 관객을 돌파해 많은 이들이 '겨울왕국' 신드롬을 겪었다. 만화영화는 어린이들만 본다는 편견은 싹 사라졌다. 왕자님의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던 여느 공주의 이야기와는 달리 가족, 안나와 엘사의 지극한 자매애를 강조한 애니메이션은 신선한 자극을 줬다. 뮤지컬 형식으로 관객을 흥얼거리게 한 영화를 집에서 다시 돌려보는 건 어떨까. 따라부르기 좋게 싱어롱(sing-along) 자막 버전도 괜찮고.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