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이 감독은 8일 오전 서울 강남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우는 남자'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의 킬러는 사람을 잘 못 죽인다. 후반부로 갈수록 죽이기는 하지만 왜 초반에 킬러가 사람을 못 죽이는지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장동건씨와 그것과 관련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킬러가 멋지게 나오는 게 아니라 왜 그가 내면적 갈등과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킬러가 주인공으로 나온 다른 영화들과의 차별점을 묻는 말에 대한 답이다.
장동건도 "TV와 영화에서 킬러는 도식적이고 표피적으로 표현되는 게 많았다. 킬러하면 멋진 액션, 카리스마 등을 떠올리는데 이 영화에서 감독과 제가 고민한 건 킬러를 어떻게 현실에 발붙인 인물로 만들 것이냐였다"며 "외적인 킬러의 모습도 있지만 곤이라는 사람이 가진 감정에 집중해서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우는 남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킬러 곤(장동건)이 조직의 마지막 명령으로 타깃 모경(김민희)을 만나 임무와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액션 드라마다.
장동건은 이 영화를 위해 4~5개월 정도 액션 훈련을 했다. 1주일에 4일을 하루 4~5시간 동안 운동하며 공을 들였다. 그는 "액션 영화를 해봤지만 기존에는 체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액션이었다면 이번에는 기술이 필요한, 프로페셔널한 액션이었다"며 "훈련도 다른 때보다 열심히 했다. 준비 기간도 오래 걸린 것 같다"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기존에 몸이 좋아야 할 역할은 맡은 적이 없어서 몸 만드는 노하우가 부족해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완성이 됐다"고 밝혀 웃음을 유발했다.
처음으로 엄마 연기를 맡게 된 김민희는 "내가 모성애를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모성이라는 감정이 엄마가 꼭 되어야지만 느끼는 감성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친구 혹은 남자친구에게도 모성애를 보일 수 있다.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표현하려고 했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김민희가 싱글인데 아이 잃은 엄마 연기를 해야 해 걱정을 했는데 걱정과 달리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추어올렸다. 장동건도 "20년 넘게 작업을 하다 보면 여배우는 한순간에 알에서 깨는 경우가 있다. 최근 김민희가 그랬다"며 "기대했던 만큼 깊이있게 힘든 감정을 끌어냈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전작 '아저씨' 흥행과 관련한 부담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아저씨'가 계속 부담이 됐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 처음에만 그랬다. 이 영화는 다른 소재고 다른 내용이라 영화를 찍으면서는 부담은 느끼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저씨'에 이어 '우는 남자'도 부담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뭔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건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장동건은 영화가 공개되면 '아저씨'의 원빈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대해 "'아저씨'와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이야기나 주인공의 삶과 캐릭터가 다르다"며 "장르와 액션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또 굳이 '아저씨'와 달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는 생각도 했다. 다만 이 영화가 한 번 보고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장동건은 또 "농담으로 감독님에게 '아저씨'와 '우는 남자'를 했으니 3부작으로 원빈씨와 함께하는 '우는 아저씨'를 한번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최근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그는 "개인적으로 흥행에 목말라 있는 상태"라며 "잘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6월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