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1995년 방영된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 주연의 SBS드라마 ‘모래시계’의 인기는 상상초월이었다. 평균 시청률 50.8%를 기록할 정도였으며, ‘모래시계’가 방영되는 시간이 다가오면 드라마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일찍 귀가해 거리가 한산할 정도였다. 모래시계를 ‘귀가시계’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당시 수도권 방송에 불과했던 SBS를 지상파 방송국에 오르게 한 ‘모래시계’는 최고시청률 64.5%을 기록하며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동안 한국드라마 역대 시청률 3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96년 또 다시 시청률 경신이 이루어졌다. 최수종, 박상원,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KBS2 ‘첫사랑’이 그 주인공이다. 65.8%라는 한국 역대 드라마 시청률 순위 1위를 기록한 ‘첫사랑’은 당시 신인에 가까웠던 배용준을 최고 스타 반열에 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한국 역대 91년도 ‘사랑의 뭐길래’(64.9%) 99년도 ‘허준’(63.7%) 95년도 ‘젊은이의 양지’(62.7%)가 시청률 순위 5위 안에 드는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000년대로 넘어가면서 시청률 판도는 달라졌다. 최고 시청률 60% 돌파가 가능했던 90년대와는 달리 좀처럼 높은 수치를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나마 2000년대 초반까지는 KBS1 ‘태조 왕건’(60.2%, 이하 닐슨리서치, 전국기준)이나 2003년 방영된 MBC ‘대장금’(57.8%)과 같이 50%대의 시청률을 넘는 작품이 등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대장금’을 마지막으로 시청률 50% 돌파라는 기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2010년 방영됐던 KBS2 ‘제빵왕 김탁구’(49.3%)와 최근종영한 ‘왕가네 식구들’(48.3%)가 50%에 근접한 시청률을 내긴 했지만,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멈추고 말았다.
2014년으로 넘어오면 기록된 시청률은 더욱 떨어진다. 가히 신드롬과 같은 인기를 끌었던 SBS ‘별에서 온 그대’도 최고시청률 28.1%에 그쳤으며, 현재 월화드라마의 판도를 책임지는 ‘기황후’의 경우 최고시청률 29.2%로, 인기를 보증한다는 사극임에도 30%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잘 나오면 50%대 이상의 성적을 냈던 지상파3사의 시청률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낮아지고 있다. 40%대는커녕 30%만 넘어도 그야말로 ‘대박‘을 친 셈이며 10%대 중반만 기록해도 선전한 것으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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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현상은 예능으로 넘어가면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로 5년 시청률과 비교해 보았을 때 15.4%(2009년 4월 15일)를 기록했던 MBC ‘황금어장’은 현재 10%대는커녕 5%대의 마지노선까지 무너진 상황이다. KBS2 ‘해피투게더’ 역시 14.8%(2009년 4월 16일)로 집계되던 예전과 달리 6%대를 유지하며 아슬아슬한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심지어 절대적인 팬들의 사랑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MBC ‘무한도전’ 마저 지난 5일 10.0%의 시청률로 간신히 10%대에 턱걸이를 하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화요일은 더욱 처참하다. 8일 방송된 화요일 예능프로그램 SBS ‘심장이 뛴다’는 3.4%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은 3.3%로 집계된 것이다.
이와 같은 전반적인 시청률 저하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게 도와준 모바일 DMB의 발달과, 실시간 다시보기 서비스, 프로그램 다운로드 서비스의 발달로 시청패턴 변화를 꼽는다.
더 이상 시청자들은 TV 앞 본방사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TV 시청률 하락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 퇴근시간 지하철의 풍경을 살펴보면 자리에 앉아 자신의 스마트폰 DMB영상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시청률 집계에 이용되고 있는 방식은 ‘피플미터’이다. 특정 표본집단을 구성해 이들이 성별, 연령층 등 정보가 입력된 단말기로 집안 TV의 채널을 바꿀 때마다 시청률이 집계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오직 TV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조사가 가능하고, 현재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나, VOD 등과 같은 시청자들의 패턴은 전혀 방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피플미터’ 방식은 현 세태의 변화를 전혀 수용하지 못하는 과거의 조사기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로운 시청률 조사 방법이 필요한 시점에 당면했다는 것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