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율 100%를 자랑하는 광수대 경감 송기철(유준상 분)은 자신이 담당하는 사건이라면 한 치의 실수도 범하지 않는다.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담당하게 된 기철과 그가 이끄는 광수대는 집요하게 용의자를 추격하며 사건 해결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기철. 파면 팔수록 그의 커리어가 의심스럽고 깐죽거리며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 역시 미심쩍다. / ‘표적’
[MBN스타 여수정 기자]
↑ 사진=이현지 기자 |
바쁜 일과 속에서 영화 ‘표적’으로 스크린에 컴백한 유준상. 극에서 그는 완벽한 커리어를 위해 집요하게 놈을 쫓는 광수대 경감 송반장 역을 맡았다. 살벌하고 예리한 역이라 긴장을 한시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포스터 속 ‘그리고 유준상’을 기대했다가 큰 코 다친다.
늘 그렇듯 작품에 활력을 넣어주겠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리고 유준상의 존재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류승룡과의 긴 액션, 상대를 품격 있게 자극하는 대사와 행동, 까칠함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한 모습 등 유준상은 ‘표적’에서 반짝 빛난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 한방의 웃음까지 챙기며 여유까지 부린다.
“내가 맡은 송반장 자체가 ‘표적’의 스포일러다. 그래서 홍보할 때 고민이 많았다. ‘내 얼굴이 안 나와도 되니까 최대한 나의 존재를 감춰 달라’고 제안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덕분에 관객들의 기대심리가 커지는 것 같다. 비중 없는 존재인줄 알았다가 영화를 보고 다들 놀라더라. (웃음) 송반장을 죄의식이 없는 인물로 잡고 연기했다. 무겁고 긴장된 상황 속 간혹 등장하는 애드리브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을 표현하려 했다. 지금의 사회에도 죄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 대중들이 그들을 보고 무서워하고 놀라지 않냐. 그래서인지 영화가 지금의 시대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표적’은 오락영화지만 사회적으로 관객에게 주는 바가 있는 작품이다.”
앞서 언급했듯 ‘표적’ 속 유준상의 존재는 반짝 반짝 빛난다. 이는 연기와 화려한 액션, 야비함과 비열, 까칠 등을 오가는 감정선 덕분이지만, 극 중간 중간 ‘한 박자 쉬고 다시 시작하자’를 알리는 그의 애드리브 덕분이기도 하다.
“난 원래 연기할 때 애드리브를 안 한다. 강우석 감독님은 내가 애드리브를 하려고하면 ‘다음 영화에서 해라’라고 말한다. 홍상수 감독 역시 내가 애드리브를 안 하길 바란다. (웃음) 뮤지컬 공연을 할 때도 허락을 받고 애드리브를 한다. ‘표적’ 역시 애드리브 유무를 허락받았다. 창감독이 내가 애드리브가 나올 수 있게 많은 에너지를 줬다. 덕분에 거의 다 애드리브다. 촬영을 앞두고 MT에 가서 감독님에게 내가 비리형사 팀과 짜온 시나리오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우리는 미리 연습을 많이 해 서로 끈끈했다. 비리형사 팀이지만 김성령이 속한 착한 형사 팀보다 우애가 좋아 다들 우리를 부러워했다. (웃음)
긍정+열정왕 유준상이 있는데 어찌 부러워하지 않았겠는가. ‘표적’ 이야기로 한창 신이 난 찰나 유준상은 묻기도 전에 다음 작품 소개로 또 다른 에너지 전파에 열을 올렸다.
“배우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자 작품의 전달자다. 나라는 배우를 통해 대중에게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난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에 골고루 출연한다. 상업영화나 예술영화나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같다. ‘화가’와 ‘꿈보다 해몽’으로 다시 한 번 대중을 만날 것 같다. ‘화가’에서는 정말 나쁜 사람들을 응징하는 역할을 맡았다. 문신도 하고 오토바이도 타고 액션스쿨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꿈보다 해몽’은 씨네21이 선택한 올해 기대되는 10개의 작품 중 하나다. 사실 꿈과 해몽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광국 감독이 꿈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면서도 재미있게 썼더라.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나도 재미있게 봤으니 대중들도 재미있게 볼 것이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사실 내 열정에 스스로도 지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몸에서는 아는 것 같다. (웃음) 40대가 되면 30대 때는 느끼지 못한 나이 듦이 있다. 50대인 아는 지인이 ‘준상아. 너가 형 나이대가 되면 몸이 또 다르다’라고 겁을 주더라. 나 역시 나이 든다는 것을 안다. 가사도 헷갈리고 너무 집중하다보면 생각이 안 난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하다보면 내 부족함을 알고 위축되기도 한다. 그래서 전보다 2배로 연습해서 극복하고 있다. 지치기도 하지만 스스로 이를 극복하고 믿으려한다. 세어보니 내가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연기를 위해 살았더라. 20대의 연기를 향한 자세와 지금의 자세가 똑같다. 힘들거나 지칠 때 스스로에게 ‘지쳤어?’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아니, 지치는 게 뭔데? 난 안 지쳐’라고 굳게 마음을 다잡는다.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스스로에게 혹독하기도 한데 이는 긍정적이라 가능한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하는 것 같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유준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밝다. 이에 그는 “난 사실 생각도 많고 내성적이다. 근데 남들에게 보여 지는 모습이 긍정적이고 밝다. 두 모습이 같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긍정왕의 숨은 고충도 밝혔다. 고충도 태연하게 말하며 모두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모습이 배우가 아닌 마치 긍정 달인을 만난듯했다.
유준상은 더 나은 연기를 위해 음악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는 사연을 공개, 그 누구보다 야무지게 24시간을 보내는 중임을 알렸다. 특히 20살 나이차가 나는 친구와 제이앤조이투애니 그룹을 결성해 인디에서 활동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칸 영화제를 방문한 후 바로 음악을 위한 북유럽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연기부터 공연, 음악 제작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것이다.
“음악으로 나의 감성을 만든다. 20살 나이차가 나는 친구와 그룹을 결성했다. 그 친구에게 내가 만든 노래를 들려주고 정서를 공유한다. 정서가 다르기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노래를 들으면서도 다양한 생각이 가능한 연주곡을 만들 것이며 10곡이 담긴 앨범 제작을 계획 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50살 때 7~8분의 교향곡을 만들고 싶다. 공연으로 이미 많은 오케스트라 집단을 안다. 섭외는 끝난 상황이라 곡만 제작하면 된다. (웃음) 노래는 제작하려는 이유는 연기를 잘하기 위함이다. 뮤지컬 공연을 열심히 하는 것도 관객들의 반응이 빠르게 오는 무대에서 나 스스로를 훈련하는 것이다.”
입이 귀에 걸린 채 연주곡 제작 계획을 언급하는 유준상은 그 어느 때보다 신이 난 듯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새삼 알려줬다. 적지 않은 나이에 꾸준히 도전하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청소년들에게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는 젊은 친구들에게 46살인 이 아저씨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희들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이루고 싶거나 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지금부터 해도 늦지 않았다는 걸 나를 통해 알려주고 싶다. 물론 난 배우지만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하다. (웃음)”
이미 유준상은 다양한 도전으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행복한 자극을 준 셈이다. 그래서 고맙고 앞으로 더욱 활약할 그의 도전이 기대된다.
“스스로 연기를 평가하는 건 정말 어렵다. 연기를 평가하는 정확한 기준도 없고 끝이 없으니 노력을 안 하면 당연히 후퇴하게 된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훈련을 안 하면 그 재능은 사라진다. 그래서 난 더 많이 훈련하려 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만드는 것이다. 대중들이 한 작품을 볼 때 배우 유준상이 먼저라기보다는 온전히 그 작품을 봤으면 한다. 정말 재미있는 작품은 졸려도 본다. ‘표적’ 역시 관람 후 딴 생각은 들 수 있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절대 딴 생각이 안들 것이다. (웃음) ‘유준상 연기 어땠어?’가 먼저라기보다는 ‘영화 정말 재미있다. 저 캐릭터 인상적이야. 어? 유준상이었네’의 반응을 받는 배우이고 싶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