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MBN스타 최준용 기자] 외딴 바닷가 마을, 14살 소녀 도희는 친 엄마가 도망간 후 의붓아버지 용하와 할머니로부터 학대를 받는다. 가족의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된 도희 앞에 또 다른 상처를 안고 마을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영남이 나타난다. 영남은 도희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주지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용하로 인해 위기에 빠진다. 영남과 헤어져야 할 위기에 처한 도희. 그는 영남을 지키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제67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정주리(34) 감독의 ‘도희야’는 프랑스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공식 스크리닝을 마치고 외신의 연이은 호평을 받으며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도희야’는 상영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영화의 상영이 끝나자 외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긴 시간 동안 박수갈채를 보냈다.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세 배우를 향한 박수는 끝날 줄을 몰랐고, 배우들도 손을 흔들며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현지의 관계자들은 모든 행사가 끝난 후 극장을 나서는 외신 기자들이 “정말 완벽한 영화였다. 시나리오는 완벽했고 배우들의 연기 역시 말할 것도 없이 완벽했다. 영상도 예뻤고 모든 것이 다 조화롭게 어우러진 영화였다”라며 ‘도희야’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칸의 영화진흥위원회 파빌리온 부스에서 정주리 감독은 국내 언론과 만남을 가졌다.
“한국에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예상외의 호평을 받았어요. 과연 해외 분들이 내 영화에 공감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저도 깜짝 놀랐죠. 상 욕심은 전혀 없고요. 혹시라도 다른 분들이 수상에 대한 기대를 하실까봐 걱정이네요.”
정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이 세계 최고 영화제에 초청받아 긴장이 덜 풀린 듯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 감독은 이번에 칸에 방문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 장편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에 초청돼 첫 해외 나들이를 하게 된 것.
“이제 칸에 온지 3일째 됐는데 열흘은 지난 것 같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인 장 피에르 다르덴(63)·뤼크 다르덴(60) 다르덴 형제를 봐서 신기하고 정말 기분이 좋네요. 제가 칸에 온 것이 실감나더라고요.”
정 감독은 비교적 늦게 영화에 눈을 떴다.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를 졸업한 그는 영상매체 전반에 대해 공부하는 학과적 특성으로 자연스럽게 영화를 접하게 됐다. 하지만 그곳에서 배움이 미치지 못해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진학을 결심했다.
“당초 ‘도희야’는 CJ E&M과 한예종 산학협력으로 진행됐어요. 한예종 영상원 출신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트리트먼트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5개의 시나리오 중 한 편을 골라 제작 지원하는 프로젝트였죠. 하지만 ‘도희야’는 최종 선발되지 못했어요. 대신 이 프로젝트를 한예종에서 참여하던 이창동 감독이 눈여겨봐서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해 칸까지 오게 됐죠.”
정 감독은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의 호연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제작을 하신 이창동 감독님이 캐스팅이 굉장히 중요하고, 무조건 최고로 가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는 우리나라 배우들을 총 망라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세 사람을 캐스팅했죠. 배두나와 김새론, 송새벽은 시나리오만 읽었을 뿐인데 그 인물을 본능적으로 이해한 것 같아요. 배두나는 본래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연기인 것인지 모를 정도로 잘 표현했고, 김새론은 말할 것도 없죠. 송새벽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배역을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표현해냈어요.”
끝으로 그는 “일반적인 상업영화라는 걸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
한편, 정주리 감독은 단편 ‘영향 아래 있는 남자’로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11’,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등 다수의 단편 영화를 통해 기대를 받아온 신예다. ‘도희야’는 오는 22일 개봉된다.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