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이혼 통보, 감찰반 내사 소식 등 스트레스 폭발 직전인 형사 고건수(이선균 분)는 평소 까칠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다. 비리장부 들킬까 조바심에 딸 전화까지 챙기며 운전 하던 중 사고를 일으키고 이미 꼬인 그의 인생이 한 번 더 꼬일 상황에 놓인다. 무사히 사건을 종결지으려는 찰나, 자신의 모든 행동을 알고 있는 목격자 박창민(조진웅 분)의 전화를 받고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한다. 자신의 약점을 무기로 자극하는 창민 때문에 한시라도 마음 놓을 수 없는 건수. 그의 피곤한 인생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 될까. / ‘끝까지 간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 사진=이현지 기자 |
한 순간의 실수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형사 고건수(이선균 분)가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 ‘끝까지 간다’. 고건수의 쓴 인생 극복기답게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돼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안습의 연속은 건수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끔 한다. 특히 건수 역을 맡은 이선균의 걱정, 고통, 분노, 살벌 등의 다양한 감정선이 보는 재미까지 안긴다.
주로 로맨틱한 배역으로 여심을 잡거나,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인물로 등장했던 이선균의 지지리 운 없는 역할 변신은 놀랍고 새롭다. 그래서 더욱 눈이 간다.
“‘끝까지 간다’는 참신했고, 내가 그동안 해보지 않은 장르였다. 고건수라는 캐릭터 역시 내가 안 해 본 인물이라 재미있고 궁금했다. 건수가 처한 상황에 많은 압박이 있지만 그 안에 유머도 있더라. 때문에 내가 그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액션과 서스펜스가 공전하기에 그동안 나온 영화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뭐니 뭐니 해도 ‘끝까지 간다’의 묘미는 개싸움(?)을 연상케 하는 이선균, 조진웅의 살벌한 액션장면이다. 액션 연기에 몰입한 두 사람의 표정과 행동은 보는 관객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든다. 살벌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조진웅과 그런 그에게 반항하지만 결국 KO 당하는 이선균의 합은 감칠맛 난다. 때문에 남남 커플의 묘한 캐미(미디어 속 주인공들이 현실에서도 잘 어울리는 것을 상징하는 신조어)도 함께 선사한다.
“촬영 전 서로 ‘개싸움처럼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액션을 위한 합을 짜왔는데 나와 조진웅이 뺐다. 맞춰온 합대로 연기하면 우리 둘의 감정이 줄어들 것 같더라. 그래서 멋진 액션은 아니지만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웃음) 대본에 어디를 잡고 등의 장면 묘사가 자세하게 적혀있었지만 이 역시 무시하고 정말 싸우는 것처럼 리얼하게 연기했다. 또한 액션은 거의 대역을 쓰지 않았다.”
연기 합이 아닌 리얼함을 위해 진짜 싸운 이선균과 조진웅. 그래서인지 ‘끝까지 간다’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조진웅은 영화 속 정말 아파보이고 위험해 보이는 장면은 실제로도 그랬다고 밝힌 바 있다. 목숨 걸고 촬영한 만큼 액션은 리얼하며 등장하는 모든 액션이 다 명장면이다.
“나와 조진웅은 서로 머리를 물거나 정말 처절하게 싸운다. 사실 기력이 없으면 정말 처절하게 싸우게 되고, 이게 리얼한 것이다. 주먹하나 휘두를 힘이 없어 악착같이 힘을 모아 상대를 때리거나 강한 충격을 받고 격하게 아파하는 모습 등 디테일하다. 조진웅이 저금통을 이용해 나를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을 하면서 이렇게 맞아 본적이 있나 싶더라. (웃음) 이외에도 멍이 들거나 혹도 낫다. 갈비뼈에 실금이 가기도 했다. 갈비뼈에 부상을 입어 휴식이 필요했는데 촬영을 이어갔다. 그래서 끝에 갈수록 더욱 리얼해진 것도 같다.”
↑ 사진=이현지 기자 |
“내가 맡은 고건수는 상황적으로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일을 저지르는 인물이지 정말 나쁜 인물은 아니다. 적당히 부패하고 평범한 형사지만 처한 상황이 상황인지라 고민하고 갈등하며 상황을 점점 더 크게 만든다. 그러나 조진웅이 맡은 창민 역은 그냥 나쁜 놈이다. (웃음) 편집된 것까지 들어가면 다들 정말 나쁜 놈이라 생각할 것이다.”
악인인지 선인인지 구분이 안가는 고건수. 이선균은 아리송한 고건수를 위해 혼자 걱정, 분노, 고통, 만족, 고뇌 등 다양한 감정선을 열연한다.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오가 그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들지만 빠른 변화가 속도감에 불을 붙인다.
“감정을 분배하는 게 어려웠다. 건수의 인생을 짜증나는 일의 연속이 아니냐. 너무 표정으로 짜증나는 감정을 드러내면 관객들도 같이 짜증이 날 것 같아 걱정했다. 상황이 계속 절박하고 이게 연속이 되면서 어느 정도의 긴장과 풀어주기를 잘 계산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또 너무 죄의식에 깊이 빠지면 안 되기에 감독님과 많이 의논했다. 감정의 줄타기를 가장 고민했다.”
이선균은 사실감을 위해 19층 높이의 현관을 넘는 장면을 악과 깡만으로 소화했다.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최대한 배제한 상태로 연기한 것. 이에 그는 “이선균이 아닌 고건수의 입장이 되니 19층을 그냥 넘게 되더라.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은데 자꾸 재촬영을 요구했다. 정말 억울한 것은 실제로 찍었는데 세트장에 가보니 실제와 정말 똑같더라”라며 세트장과 실제 촬영 공간의 닮은 점의 서운함(?)을 내비쳤다.
개싸움부터 생명까지 걸고 촬영에 임한 이선균. 덕분인지 ‘끝까지 간다’는 제67회 칸 영화제 감독주관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극장 개봉 전 누린 쾌거로 시작이 좋다. 또한 이선균은 이번 초청까지 합하면 칸, 베니스, 베를린 3대 영화제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배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끝까지 간다’가 칸 영화제에 초청돼 어렵거나 예술영화로 오해하면 절대 안 된다. (웃음)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청소년관람불가도 아닌 15세 관람가이기에 고등학생들도 볼 수 있다.”
이선균은 청소년관람불가가 아니라 15세 관람가임을 강조, 영화를 향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는 이미 칸 영화제 초청으로 시작이 좋기에 29일 개봉 후 어떤 호평으로 흥행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거기에 이선균의 연기 변신도 한 몫 할 것이다. 분명.
↑ 사진=이현지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