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 받던 야구선수였지만 불법 승부조작에 연루된 후 모든 걸 잃은 이환(이민기 분)은 어릴 적 엄마 장례식까지 돈을 받으러 온 사채업자들을 보고 그들을 경멸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그는 결국 황제 캐피탈의 대표 상하(박성웅 분)의 제안으로 그들의 세계에 합류한다. 자신을 질시하는 조직원들의 견제 속 타고난 승부근성과 독기로 승승장구하는 이환은 자꾸만 커지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흔들린다. / ‘황제를 위하여’
[MBN스타 여수정 기자]
↑ 사진=이현지 기자 |
전작 ‘몬스터’ 속 살인마 태수로 관객에게 살벌함을 안겼다면, 이번 ‘황제를 위하여’에서는 물오른 독기와 야망으로 또 다른 살벌함을 선사한다. 훈훈한 외모의 이민기가 거친 액션을 선보이기에 더 자극적이며 상남자로의 변신이 새롭다.
“‘황제를 위하여’의 장점을 언급하자면 직선적인 느와르같다. 느와르의 정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 틀 안에 다른 면모 등을 담아내려 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스토리에 대한 친절함이 없어 다소 불친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설명적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건 영화의 색과 맞지 않다. 그래서인지 감독님도 많은 부분을 쿨하게 편집한 것 같다. (웃음) 사람들은 이미 욕망과 야망이라는 감정을 다 알기에 굳이 왜? 를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더라. 자세히 설명하고 어떤 계기가 있어야만 야망이 표출되는 건 아니다. ‘황제를 위하여’는 느와르이고 뒷골목 이야기다. 최대한 가지치기를 한 후 인물 관계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시나리오가 수정됐다. 전작 ‘몬스터’ 태수보다는 이환이 현실적이다. 이환은 인간이 가진 감정과 인간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니까 말이다. 이환 역을 위해 욕망과 허망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이번 작품 덕분에 느와르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이민기는 ‘황제를 위하여’에 대한 장점을 다시 강조, 느와르에 대한 의리를 보이기도 했다.
“영화가 아무리도 좋아도 이를 보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반응이 나뉜다. 새로운 지점이 식상할 수 도 있고 오히려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점이 확실한 영화다. 일단 누누이 강조했듯이 느와르의 정통성을 벗어나지 않았고 그럼에도 현대적이고 세련됐다. 내 나이대의 느와르라 그럴지는 몰라도 젊다. (웃음) 표현과 색 등이 옛날 홍콩영화처럼 분위기 있더라. 영화 시작 전 빨간색으로 ‘황제를 위하여’라고 자막이 나오는데 멋지더라. 음악 역시 묘하다.”
이민기는 ‘연애의 온도’ 이동희로 여자친구가 경험할 수 있는 내 남자친구의 최악의 모습을 표현했고, ‘몬스터’ 태수로는 어마어마한 살벌함과 공포로 이민기의 재발견을 알린 바 있다. 바통을 이어받은 ‘황제를 위하여’ 이환 역에서는 야망과 독기를 표현하고 있지만, 완벽한 비율 덕분에 돋보이는 슈트 자태와 넘치다 못해 흐르는 카리스마, “까리하네”가 절로 나오는 비주얼 등이 여성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건 이민기의 근육이 빛나는 이태임과의 베드신이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여배우 입장에서는 베드신 촬영이 예민할 수 있기에 최대한 많은 신경을 썼다. 오히려 난 (이태임보다는) 긴장을 안했다. 베드신 역시 단순한 노출이 아닌 작품을 위한 일이니까 촬영 전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다른 장면에 비해 더 집중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 같다. 이태임이 ‘덕분에 편하게 촬영했다’고 말해 다행이다. ‘황제를 위하여’ 속 베드신은 남자의 감정을 따르는 장면이라 이태임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서로 배려를 많이 했다.”
출연작이 많아질수록 이민기는 점점 더 거친 배역으로 스크린에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모습이라 반갑지만 조금은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를 고집하는 것도 같다.
“25살에 이환 역을 제안 받고 촬영했다면 (25살의 이환이) 조금은 억지스러울 수 있었을 텐데. 지금 내 나이 대에 맞는 역할 같다. 나이가 들수록 제안 들어오는 장르가 달라지더라. ‘10억’때도 욕망에 대한 부분을 연기했었다. ‘10억’ 박철희는 상황 때문에 욕망을 선택한 인물이다. 당시 이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이해는 됐다면 지금은 느껴지고 이해도 된다. 배우로서 작품을 정할 때는 정말 그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출연작을 고를 때 기본적으로 좋은 체계에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것, 장르적인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을 주로 본다. 사실 모든 일이 사람이 만나 하는 일 아니냐. 아무리 좋은 사람들과 만나도 함께 작업하는 게 힘들 때도 있을 텐데. 난 아직까지는 인복이 좋은 것 같다. (웃음)”
인복이 좋다고 스스로 밝힌 이민기는 ‘황제를 위하여’에서 함께 호흡한 박성웅과 묘한 친분을 자랑 중이다. 친분을 넘어 다정해도 너무 다정하다. 샘이 날 정도로.
“박성웅 형과 정말 환상 호흡이었다. 그러나 친분에 대한 질문을 너무 자주 받으니 정말 좋았나 다시 생각하고 있다. (웃음) 형과는 나이차는 물론 데뷔 연도도 많이 차이난다. 내가 훨씬 동생이지만 형은 따뜻하고 깊은 사람이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나중에 후배를 만나면 형 같은 선배가 되어야지 생각한다.”
박성웅 같은 선배를 꿈꾸는 이민기는 동생 여진구와 ‘내 심장을 쏴라’ 촬영 중이다. 때문에 박성웅처럼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린 셈이다. 거기에 거친 배역으로 대중을 만난 그가 정신병원에 수감된 승민으로 분해, 본인은 물론 관객까지 한 템포 쉬게 만든다.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을 소재로 했기에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반가웠고 개인적으로 영화화되길 기다렸던 작품이다. 캐스팅을 제안 받았을 때가 25살로 극중 승민의 나이였다. 그러나 촬영을 기다리고 기다리다보니까 지금의 나이가 됐다. (웃음) ‘황제를 위하여’ 속 이환이 순수했는데 점점 때 묻어 가는 인물이라면 승민은 때 묻지 않은 인물이다. 배역을 위해 순수한 소년의 몸으로 돌아가고자 운동도 안하고 있다. (웃음) 여진구가 나의 때를 지워주기에 그와 있으면 힐링이 된다. 여진구를 보면서 나도 저때는 저랬는데 싶더라. 요즘은 여진구가 반말도 한다. 편하게 대해줘 고맙다. (웃음)”
↑ 사진=이현지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