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 장수 프로그램들의 화려한 부활
드라마같이 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은 하나의 방향으로만 유지하다 보면 정체를 맞는 일이 다반사다. 이러한 위기를 KBS 장수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은 잘 극복해냈다.
지난해 12월 시즌3로 전환된 ‘1박2일’은 전문 예능인이 부족한 멤버 구성과 이미 닳고 닳은 소재라는 우려 속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의외의 인물인 김주혁이 터졌고 정준영, 김준호를 비롯한 새 멤버에 기존 멤버인 김종민까지 제 능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단순한 여행에서 끝나는 것이 보는 이들도 뭉클하게 만들었던 서울시간여행 편처럼 여행에도 콘셉트를 부여해 의미를 더했다.
‘불후의 명곡’은 MBC ‘나는 가수다’의 아류작이라는 오명을 달고 시작했지만 가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무대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아이돌들을 비롯해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오랜만에 접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가수를 발견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항상 최하위를 차지하던 ‘불후의 명곡’은 이미자, 이선희 특집으로 MBC ‘무한도전’을 이기고 동시간대 1위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단순히 한 가수의 특집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 특집처럼 의외의 조합으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 평일 예능의 동반하락…일요 예능 경쟁 심화
한 때 10%에 육박했던 평일 예능 프로그램들이 힘을 펴지 못하고 있다. KBS 평일 심야 예능들은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동시간대 1위를 유지하곤 있지만 시청률이 대폭 줄었다.
SBS ‘힐링캠프’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녕하세요’는 6%대, ‘우리동네 예체능’은 5%대다. 목요일의 터줏대감이던 ‘해피투게더3’도 6%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슬아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쟁작인 SBS ‘자기야’에게 밀리는 일도 이젠 다반사가 됐다.
반면 일요일 예능의 경쟁은 심화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과 ‘1박2일’을 방영하는 ‘해피선데이’는 MBC ‘일밤’, SBS ‘일요일이 좋다’와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가족 예능이 트렌드가 된 지금 ‘일밤-아빠어디가’와 ‘슈퍼맨’의 경쟁은 더욱 심각하다. 이 경쟁은 결국 방송시간 연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오후 4시 55분 시작되던 ‘해피선데이’은 현재는 4시 10분에 방송된다. 변칙 편성으로 인한 결과가 시청률 1위로 나타나기에 지상파 3사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지상파 3사는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 중 KBS도 총 6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청춘남녀들의 실제 연애를 보여준 ‘두근두근 로맨스’를 비롯해 신동엽의 첫 리얼버라이어티 ‘미스터 피터팬’, 교양과 예능이 만난 ‘대변인들’, 시청자들의 사연으로 노래를 만들어 주는 ‘밀리언셀러’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신설됐다.
이들 중 가장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은 바로 유재석의 ‘나는 남자다’다. 이번 파일럿 전쟁이 시발된 것은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같은 스타MC들이 나섰기 때문이다. 유재석이 오랜만에 선보인 ‘나는 남자다’는 남자들을 위한 토크쇼로 남자들의 공감대를 얻어냈지만 시청률은 4.1%로 신통치 않았다. 그럼에도 유재석이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장 먼저 정규 편성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새롭게 선보인 파일럿 프로그램들의 시청률만 따진다면 기존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줘야 할 것이다.
◇ 같은 집안 프로그램이 경쟁자? ‘개콘’의 정체
한 때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은 30%라는 시청률을 돌파하던 때가 있었다. 일주일의 마무리는 ‘개콘’으로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수 프로그램인 ‘개콘’의 의미는 컸다. 시청률이 20%대로 떨어졌어도 ‘개콘’은 여전히 경쟁 드라마를 벌벌 떨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개콘’이 최근 예전만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개콘’ 시청률이 14.7%이었다. 적은 수치라고 볼 수 없지만 예전만한 화제도 못 모으고 있다. 같은 집안인 KBS1 ‘정도전’에게도 밀리는 처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약 6주만에 다시 돌아온 ‘개콘’은 코너 전면 물갈이에 나섰다. 인기 코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새 코너를 대거 투입 시키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아직 큰 효과는 없지만 10년이 넘게 방송된 장수 프로그램답게 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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