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의 꿈을 접고 내기 바둑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천재 아마추어 바둑기사 민수(조동인 분). 그는 우연한 기회에 조직 보스 남해(김뢰하 분)의 바둑 선생이 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된다.
“인생이 바둑이라면 첫수부터 다시 두고 싶다”
민수는 남해에게 바둑을 가르치면서 인생을 배워간다. 남해의 권유로 다시금 프로 입단 시험을 준비하는 민수와 조직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건설 용역에 뛰어든 남해. 하지만 그들의 결정적 한 수 앞에 예상치 못한 위험이 다가온다. / ‘스톤’
[MBN스타 손진아 기자]
↑ 사진=이현지 기자 |
‘스톤’은 故조세래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작으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호평 받은 작품이다. 마인드 스포츠라 불리는 바둑을 소재로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과 로카르노영화제 신인감독 경쟁부문, 하와이국제영화제 등 여러 차례 국내외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극 중 민수 역을 맡은 조동인에게는 ‘스톤’이 더욱 애착가고 뜻 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아버지이자 감독님인 故 조세래 감독의 작품이고, 첫 주연작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초고가 나왔을 때 아버지가 ‘읽어나 봐라’고 해서 ‘스톤’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거기 안에 민수라는 역이 내가 할 수 있는 역이였다.”
아버지가 감독님이라고 해서 조동인이 ‘스톤’에 쉽게 캐스팅되고 주인공 자리를 꿰찼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조동인이 조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영화 투자가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었고, 조동인도 시나리오를 보며 연기 연습만 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그러다 투자가 되고 스태프가 꾸려지면서 캐스팅 단계에 들어갔는데, 모든 제작진들이 조동인을 민수 역으로 캐스팅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유는 못생겼고, 키도 작을 것 같아서였다.
“캐스팅 반대를 듣고 집에 온 조 감독은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아버지는 ‘동인아, 안될 것 같다’고 말했고, 난 순순히 인정하고 군대 갈 준비에 들어갔다. 이후 기회는 한 번 더 찾아왔다. 민수라는 역이 바둑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는 역인데 요즘 젊은 연기자들 중에 바둑을 이해할 수 있는 역을 못 찾게 된 거다. 바둑이라는 게 그냥 하면 될 것 같으면서도 보기보다 어렵다. 기회를 다시 얻어서 ‘스톤’에 참여하게 됐다.”
↑ 사진=이현지 기자 |
“크랭크인 들어가기 전까지 감독님과 정말 치열하게 캐릭터를 연구했다. 집에서든, 차안에서든 시나리오를 읽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민수’라는 캐릭터에 모든 걸 쏟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를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촬영 들어가고 나서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전혀 안했다. 민수를 연기하는 내내 감정을 절제하려고 노력했다.”
조동인이 모든 걸 쏟아 부으며 연구했던 민수는 조동인과 한톤을 이루었다. 조동인은 바둑 기사로 완벽하게 분한 것은 물론 깊은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첫 촬영 때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옥상신이었는데, 그 신이 기억에 많이 남기도 하다. 사람들 모두가 날 쳐다보고 있으니깐 그런 것에서 오는 긴장감이 컸던 것 같다. 정말 촬영 전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을 많이 했다.(웃음)”
함께 출연한 배우 김뢰하와 박원상은 긴장의 늪에 빠져있는 조동인을 눈치 챘던 걸까. 두 사람은 조동인을 위해 조언도 해주고 리허설도 여러 번 해주면서 그를 배려했다. 조동인은 호흡을 맞춘 김뢰하와 박원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조동인은 ‘스톤’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이자 감독 故 조세래는 ‘현장에서도 아버지, 집에서는 더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
“아버지는 크랭크인 전에는 함께 캐릭터 연구에 몰두하셨다. 촬영장에서는 촬영이 끝나고 나서 ‘오늘은 집에 가서 뭐 먹을까’라며 따뜻한 한마디 해주시는 정도였다. 마지막 촬영날에는 ‘수고했다’고 해주셨다. 항상 지나칠 정도로 날 사랑해주시는 분이었다.”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조동인은 18살의 나이에 극단 꼭두에서 연기를 시작해 22살이 되던 해 현장 스태프로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는 지난 2011년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의 주인공 안성기 아들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첫 주연작인 ‘스톤’에 이어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에도 출연해 존재감을 빛냈다.
“부모님이 한 영화사에서 만나서 결혼했다. 집에서 형은 감독을, 나는 연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 계기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초등학교 때 드라마 ‘태조 왕건’을 보면서 캐릭터들을 성대모사를 하고, 감초 역할하는 분들을 좋아했는데 그때부터 연기자의 방향을 잡아나간 것 같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