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줬을 때, 맛있으면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요리법에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게 된다. 내가 (우리가) 요리를 해서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영화감독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이 의기투합해 제작한 최초 3D 옴니버스작 ‘신촌좀비만화’는 개봉에 앞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관객을 만났다. ‘유령’ ‘너를 봤어’ ‘피크닉’ 세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골라보는 재미가 있고, 3D로 제작됐기에 리얼함도 가득하다.
세 가지 이야기 중 3D에 안성맞춤인 ‘너를 봤어’는 좀비와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직 한국에는 좀비 영화에 대한 콘텐츠가 부족하다. 때문에 ‘너를 봤어’는 신선하며 앞으로 개발될 한국형 좀비 영화에 포문을 연 셈이다.
“난 사람을 따라가는 유형인데 한지승 감독님이 정말 좋았다. 나 스스로 작품에 폐를 끼치기 싫었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빨리 빨리 체크하려고 노력했다. 내 재능도 재능이지만 현장에서의 분위기와 여러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를 알아내서 융합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모니터를 볼 때 나와 감독님의 시각은 다르다. 감독님은 전체적인 부분을 보고 나는 배우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본다. 그래야 좀 더 완벽한 장면이 나올 수 있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3D라 입체적인 표현에 중점을 두었으며 좀비 역시 몸으로 표현하는 것 아니냐. 사실 한국에서는 좀비에 대한 콘텐츠가 부족하지만 엇비슷하게 흉내 낸 것 같다. 사실 모든 것의 시작은 모방이다. 부족하겠지만 다른 이들이 ‘너를 봤어’를 보고 좀비 영화를 제작할 수도 있고, 제작할 경우 하나의 보도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웃음) ‘너를 봤어’를 토대로 좀비 영화가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촬영기간이 짧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좋은 화면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앞서 언급했듯. 좀비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영화에 등장하는 주 소재가 아니다. 때문에 이 부분을 스크린에 담을 때 정광국 안무 감독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너를 봤어’는 좀비에 대한 이야기다. 때문에 좀비 영화에 대한 모니터를 많이 했다. 내가 영화 보는 게 취미다. 직업으로 일을 한다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함께 작업한다는 설렘과 자부심도 있다. 한지승 감독과는 ‘카오스 3D’로 먼저 만났는데 그때는 좀비가 아닌 드라큘라에 대한 이야기였다. 감독님은 감성적인 부분이 뛰어나 로맨틱한 분이 공포를 한다니 라고 놀랄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좀비와 드라큘라지만 사랑이 있다.”
안무가의 영화 참여는 아직까지 대중에게 낯설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액션, 춤, 사극 영화 등 주로 섬세하거나 아름다운 동작을 위한 작품에는 안무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안무가의 참여 덕분에 배우의 감정선도 더욱 깊어지기도 한다.
“대부분 안무가들이 단순하게 안무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난 아니다. 현장에 가면 모든 부분을 다 체크한다. 하나가 틀어지면 다른 부분도 틀어지기에 난 분위기, 관계 등 섬세하게 체크하려 한다. 물론 앵글에 어떤 각도로 안무가 나올지도 체크한다. 같은 동작이라도 각도에 따라 다르며 다른 느낌 선사한다. 사람들에게 움직임은 손가락, 발가락 등을 움직여서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르다. 춤도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라 배우들의 연기와 같다. 때문에 내적인 부분도 필요하며 외적인 부분과 함께 표현됐을 때 더욱 깊어진다. 요리를 해줬을 때 맛있다고 느끼고 더 나아가 요리법에도 관심을 가지지 있냐. 내가 자세한 부분까지 관심을 갖게 해줄 수 있는 즉, 요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어떻게 입힐 것인가 고민하는 게 코디네이터다. 난 인체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고, 매일 몸만 봐서 그런지 어떤 동작을 하거나 움직일 때 상대가 돋보이고 예뻐 보이는지 안다. 때문에 난 모션 코디네이터다.”
↑ 사진=정광국 |
“공포영화는 3D로 찍었을 경우 돋보인다. 갑자기 확 튀어나와서 관객을 놀라게 하니까. 그러나 아직까지 3D가 발전되지 않았다. 어찌 보면 한지승 감독님이 3D 발전을 목적으로 다른 감독님과 손잡고 이런 콘텐츠를 제작한 것 같다. 나 역시 3D에 관심이 많았는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굳이 왜 3D로 제작됐나’ 라는 대중의 말이 안 나오게 정말 3D가 필요한 영화가 많이 제작되길 바란다. 아마 조금만 더 기다리면 3D 영화가 많이 개발될 것 같다.”
30년 이상 안무가로 살아온 정광국 안무 감독은 ‘너를 봤어’ 외에도 강동원, 하지원 주연의 영화 ‘형사 Duelist’ 하지원 주연의 드라마 ‘기황후’ 등 다양한 작품에도 참여한 바 있다. 틈틈이 자신을 찾아오는 배우들에게도 지도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며, 서울 성신여대 근처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너를 봤어’ 촬영 당시 많은 친구들이 고생했다. 특히 정말 너무 추워서 다들 고생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 날씨가 추울 때만 촬영을 하게 되더라. (웃음) 분장시간도 길었다. 제자들도 영화 촬영에 함께했는데 고생이 많았다. 나에게 이런 좋은 경험을 준 감독님에게 고맙고 믿고 맡겨줘 정말 고맙다. 난 이번 촬영을 통해 내 인생을 누리고 나를 발전시킨 계기를 얻었다. 내가 가진 능력이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기에 정말 기쁘다. 내 자신에 대한 존재감도 느꼈고 삶의 활력도 느꼈다. 사실 난 무용가라 수천 번의 공연을 했다. 그래서인지 무대 위의 공연의 소중함을 모르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무대 위의 공연이 간절하고 소중한 것일 것이다. 나 역시 이전에는 무대 위 공연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때문에 과거도 생각했고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난 감독님을 통해 몰랐던 세계를 보고 싶고, 그들 역시 나로 인해 몰랐던 세상을 알려주고 싶다. 서로가 볼 수 있는 세상을 공유하고 싶다.”
2004년 ‘형사’로 영화라는 세상을 알게 된 정광국 안무 감독은 “10주년 기념 인터뷰”라며 앞으로 자신의 도움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매력 어필(?)을 했다.
↑ 사진=스틸 |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